씨앗을 심어주는 엄마, 싹을 틔워주는 책
아이들은 각자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한참 방황하던 사춘기 시절, 나는 내가 도대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 수 없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마음은 있지만 책상에 앉아있다고 열심히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키도 반에서 중간이고, 얼굴도 평범하게 생겼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몸은 뻣뻣하다 못해 몸치이다.
피아노 학원에서 청음 시험을 보면 늘 만점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조그만 소리에도 예민하다. 그러나 피아노를 잘 치지는 못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교과목도 없었다. 다만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좋아서 그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던 지구과학은 열심히 공부했다. 시험에서 성적도 잘 나왔고, 나름 재미도 느꼈다. 그렇다고 나중에 전공으로 공부하지는 않았다. 초등학생 때 피아노를 배운 덕분에 다른 사람보다 컴퓨터로 한글타자를 치는 속도는 빠르지만 그렇다고 아주 빠르지도 않다. 무엇이든 중간이었던 나는 재능과 환경, 둘 중에 어떤 영향을 더 받았을까? 나는 이미 어른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재능이나 환경 중에 어떤 것이 더 큰 영향을 받을지 궁금했다.
· 전구로 세상을 밝힌 발명가. 에디슨 어머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국의 천재 발명가 에디슨의 일화는 유명하다. 유년시절부터 왕성한 호기심이 많아 에디슨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무엇이든 물었다. 학교 선생님은 엉뚱한 질문을 끝없이 해대는 에디슨에게 ‘너의 뇌는 썩었다.’라고 말하였다. 에디슨이 살았던 19세기 시대, 공교육에서 선생님이 한 말은 곧 세상 사람들의 평가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에디슨 어머니는 에디슨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학교에 보내느니 집에서 직접 가르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에디슨이 어떤 질문을 해도 귀찮아하지 않고 어린 에디슨과 함께 책을 찾아보았다. 그런 어머니 덕분에 에디슨은 책 읽기와 실험에 재미를 느끼며 자랄 수 있었다.
· 세계 최초로 샴쌍둥이 분리 수술에 성공한 신의 손을 가진 의사. 벤 카슨의 어머니
벤은 어린 시절, 빈민가인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자랐고 학교 성적은 늘 꼴찌인 문제아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나이로 초등학교 5학년에 글을 읽지 못했다고 한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아이가 12살인데 아직 글을 읽지 못한다고 하면 엄마로서 어떤 마음이 들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벤 카슨의 어머니는 TV 시청을 금지하고 매주 책을 2권씩 읽도록 했다고 한다. 그리고 벤의 어머니는 ‘벤, 나는 널 믿어. 너는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어.’라고 끊임없이 격려했다.
· 버림받은 사람들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 어머니
테레사 수녀의 어린 시절 이름은 ‘아그네스’였다. 아그네스의 어머니는 신앙심 깊은 가톨릭 신자였다. 늘 가난한 사람과 고통받는 사람들을 돌보았다.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아그네스는 가난한 사람들을 보듬는 모습을 닮아갔다. 열여덟 살이 되던 해의 생일날, 아그네스는 어머니에게 수녀가 되겠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약한 아그네스를 생각하며 몇 번을 말리지만 딸의 확고한 모습에 이렇게 말을 한다. ‘무슨 일이든 온 마음을 다하고, 또한 정성을 다 해라.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하지도 마라.’ 그날 들은 어머니의 말씀은 훗날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아그네스를 채찍질하여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었다고 한다.
· 가난한 이웃을 어루만진 의사. 장기려 할머니
어린 시절, 장기려는 늘 몸이 약해서 집안 어른들의 걱정거리였다. 장기려의 할머니는 신앙심이 깊은 분이었다. 밤낮없이 자신을 위해 기도해 주는 할머니의 목소리에 용기를 얻곤 했다. 시간이 흘러 사춘기가 된 장기려는 화투 놀이에 빠져 한달치 용돈을 다 잃고 새벽에 바깥에 나와 캄캄한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우리 금강석이 무럭무럭 자라서 크게 쓰이는 일꾼 되게 하소서.’ 새벽바람에 들려오는 할머니의 기도소리는 순간 정신이 번쩍 나게 했다. 그리고 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동안 들었던 할머니의 기도처럼 장기려 역시 간절히 기도했다. ‘하느님, 제발 합격만 시켜 주세요. 그러면 훌륭한 의사가 되어 평생 의사 한 번 못 보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겠습니다.’ 할머니와 장기려 박사의 기도대로 현재 전 국민 모두가 의료보험 제도로 혜택을 받고 있다
위인전에 있는 인물과 더불어 내 아이 또한 미래의 위인들이다. 그리고 그 위인 뒤에는 반드시 환경을 만들어 준 어머니와 이웃, 어른들이 있다. 우리 아이가 정말 잘 자라길 원한다면 그전에 아이에게 어떤 환경이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부모로서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먼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의 영향이 아이에게 얼마나 크게 미치는지 일전에 부모상담전문가 자격증을 공부할 때 강의 중에 부모의 성향을 말하다 들었던 사례를 적어 본다.
30대의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상담센터를 찾아왔다. 그 어머니는 육아를 하면서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아 아이가 산만한 건지, 아니면 자신이 문제인지 도움을 받으러 왔다고 했다. 그래서 어머니와 아이 둘 다 검사를 해보았다. 이 분은 줄이 그어져 있지 않은 종이에 글씨를 쓸 때 반드시 자를 대고 줄을 그어 글씨를 써야 하는 자로 잰 듯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그런 어머니의 성격과 다르게 나오는 검사 결과가 있어서 몇 가지 검사를 더 진행하게 되었다. 그러다 상담 온 어머니의 부모님의 양육방식에 대해 알아보니 부모님께서 철저하고 엄격한 성격이셨다고 한다. 그런 부모님의 영향으로 그동안 종이 위에 줄을 그어 글씨를 써왔다고 한다. 보아왔던 대로 따라는 했지만 그런 자신의 행동이 그동안 그렇게 즐겁지는 않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30년 넘게 살고 나서야 본인이 이렇게 자유분방한 성격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고 고백했고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아이와 맞지 않았던 엄격한 부모의 사랑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느 부모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그 방법이 때로 잘못되었을 수 있고, 아이가 받아들이기 힘들어 할 수도 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아이가 가지고 태어난 색깔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점점 더 아이들이 귀한 시대가 왔다. 그래서 내 아이뿐 아니라 옆 집 아이까지 함께 보듬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잊지 말자. 내 아이가 잘 되려면 옆집 아이도 함께 잘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때 가장 공들여야 하는 것은 바로 습관이다. 아이에게 아침에 일어나 어떤 말을 건네는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습관이 있는지 말이다. 습관을 말하자면 새해마다 다짐하는 계획을 돌이켜 보면 알 수 있다.
덥고도 더운 여름의 한가운데 있는 지금, 새해에 했던 다짐들을 기억해 보면 까마득하게 잊혀 갔는지 아니면 아직 지키고 있는 다짐이 있는지 살펴보자. 새해 다짐 중에 지켜지고 있는 게 있다면 다짐이 마음속의 계획에서 습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재능을 키워줄 수 있는 환경은 바로 부모의 작은 습관에서 시작한다.
《습관의 재발견》책을 쓴 작가, 스티븐은 건강해지려고 헬스클럽도 다녀보고 여러 계획을 세웠지만 꾸준히 지속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지킬 수 없는 위대한 목표보다 지킬 수 있는 사소한 행동부터 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매일 팔 굽혀 펴기 한 번만 하는 것이다. 그는 너무나 사소해서 잊어버릴 수 없을 정도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사소해 보이는 매일의 행동으로 작가는 턱걸이를 연속으로 16개나 할 수 있게 되었고, 헬스클럽도 꾸준히 다니는 변화를 맛볼 수 있었다고 한다. 비결은 다름 아닌 작은 습관이다.
부모로서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습관이 뭘까 생각하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CD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누르는 습관을 길렀다. 아침에 신나는 음악이나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동화를 틀어 아이가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도록 하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CD를 틀어 놓는 습관을 들이는데 1년이 조금 넘게 걸렸다. 그다음에 들인 습관은 아이에게 매일 책을 읽어주는 것이었다. 그 전에는 저녁에 아이에게 ‘네가 밥을 빨리 먹지 않아 벌써 잘 시간이 넘었잖아’라고 말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아이가 느린 건 핑계이고 내 탓이 절반이다. 나는 손이 느린 편이라 저녁식사 준비할 때 시간이 남들보다 2배 이상이 걸렸다.
어쩔 수 없는 것을 자꾸 탓하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래서 일의 순서를 바꾸어 보았다. 그 전에는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 다음 아이를 씻기고 책을 읽어주었다. 일의 순서를 바꿔 아이랑 밥을 먹고, 씻고 난 후 아이에게 책부터 읽어주었다. 책을 읽어주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설거지를 하면서 ‘그래, 집안일은 하루에 한 가지씩만 하자.’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전에는 설거지통에 가득 담긴 그릇만 보아도 짜증이 났었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 아이가 책 읽어달라고 투정 부리다 엄마가 설거지를 다하기를 기다리다 먼저 잠이 들어버려 책을 못 읽어준 날이면 그게 더 속상했다.
점차 일과 집안일과 육아의 균형을 서서히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3가지 모두 균형을 잡고 하는 게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아이의 웃는 얼굴을 마주하고 책을 보며 깔깔거리며 소리 내어 웃기도 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너무 행복했다. 인생 뭐, 별거 있을까? 이렇게 하루, 하루 즐겁고 알차게 살아가면 되는 거지. 점점 집안일에 요령도 생겼고 아이도 집안일에 고사리 같은 손을 보탰다.
아이에게 매일 책을 읽어주다 보니 내가 전문 동화구연가는 아니지만 동화 속 등장인물에 따라 목소리를 달리해서 읽어줄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어린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선생님, 할머니 목소리 진짜 같아요.’라고 말해준다.
사실 나는 무엇이든 중간인 나를 보면서 너무 평범하고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래서 남 앞에 나서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내향적이라고 남 앞에서 발표를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완벽적인 성향이 높아 여러 사람을 앞에 두고 교육을 할 때 내가 준비한 대로 진행이 안되고 돌발상황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당황한다. 그러나 그런 시간을 거쳐 이제는 여러 사람 앞에 서는 것이 익숙해졌다. 지금도 물론 스타강사처럼 강의를 능수능란하게 잘하지는 못하지만 진심을 담은 마음만큼은 전달할 수 있다.
나는 진심으로 우리 아이들이 잘 자랐으면 바란다. 나를 만난 아이들이 밝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신이 옳다고 한 일을 끝까지 해나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자신의 가슴에 반짝이는 꿈을 찾도록 도와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재능이 우선일지, 환경이 우선일지는 하나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해 줄 수 있는 몫은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재능은 포장을 뜯지 않은 선물과 같다고 한다. 아이들이 가진 재능의 선물 포장지를 뜯어주는 일이 바로 부모와 주변 어른들이 해주어야 할 몫이다. 아직 아이의 재능이 무언지 알아채지 못한 부모님들께 하얀 A4용지 한 장을 꺼내 볼펜으로 까만 점을 그려서 보여준다.
‘무엇이 보이나요?’ 대다수의 부모님이 점이 보인다고 대답한다. ‘저도 처음에는 점이 보였어요. 그러나 하얀 A4용지에 찍힌 점은 너무나 작죠. 하얀 빈 공간이 훨씬 많은 데요. 이 점은 아이의 단점이고요. 이 하얀 빈 공간은 아이의 장점이랍니다.’
‘너는 음식을 정말 맛있게 먹는구나.’
‘색칠할 때 여러 가지 색깔을 사용할 줄 아네.’
‘너는 자전거를 잘 타는 자전거 대장이잖아.’
'그동안 노력하더니 지난번보다 성적이 잘 나왔네. 참 잘했다.’ (아이가 76점 받은 수학 시험지를 보고)
아이에게 제대로 된 관심과 사랑, 칭찬이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는 단서가 된다. 어른은 아이들의 재능이라는 씨앗을 싹 틔워주는 환경이다. 그리고 부모와 주변 어른들의 작은 습관으로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위대한 변화의 첫걸음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