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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코치 Young Jul 18. 2021

나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일까

씨앗을 심어주는 엄마, 싹을 틔워주는 책

 나는 아이의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엄마로서 참으로 축복이란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 일과 육아가 함께여서 좋다. 일상생활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모든 경험이 일을 하면서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아닌 어른으로서의 자기 성장에 필요한 교육을 수시로 들을 수 있다. 그동안 들었던 강의 중에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책을 집필한 조선미 교수님의 강의는 특히 부모로서 나를 돌아보게 했다. 


‘부모들은 자신에게 고통이면 아이도 고통이라 생각합니다. 아이 입장에서의 행복은 부모가 알 수가 없어요. 요리를 못하는 사람이 음식을 만드는 건 고생이지만 거기서 느끼는 감정은 고통입니다. 신체 감각과 고통은 다른 거예요. 사람은 10개 중 1개가 불행할 때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아이에게 웬만한 건 견디고 괜찮다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해요.’     


 엄마들은 아이들이 어떻게 컸으면 좋겠냐고 물어볼 때 부모님께 받았던 양육과 반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다. 부모님이 공부를 많이 시켰다면 아이들에게는 자기가 하고 싶으면 시킬 거라는 말을 한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놀고 힘든 일을 시키지 않는 것을 행복이라 생각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았다. 물론 아이들이 엄마를 도와준다고 하는 것이 엄마 눈에는 느리기도 하고 서툴러 보이기도 하겠지만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게끔 지켜봐 주는 인내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버드대 졸업생을 50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가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이다. 아이들이 고통을 감내하려면 고통을 겪게 해야 한다. 고통을 너무 많이 치워주면 안 된다. 아이들이 고통을 느끼기 전에 부모가 하는 건 통제나 보호가 된다.


‘세상에는 네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고, 하고 싶어도 하지 말아야 할 게 있어. 모든 일에 다 이유가 있지는 않아. 그냥 해. 왜 해야 하는지 넌 이미 알고 있잖아.’ 


 아이들이 역할을 말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엄마가 말해야 된다는 조선미 교수님의 말씀이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동안 아이에게 늘 이유를 설명하려고 했었다. 아이에게 원칙을 알려줄 필요가 있지만 때로는 그냥 해야 되는 것도 있다. 사람은 실수할 때 뇌파가 올라간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고 스스로 긴장한다. 그래서 아이가 실수할 때 실수할 수 있도록 두어야 한다. 엄마는 아이의 머리와 손발이 되어주지 말아야 한다. 아이 힘으로 뭔가를 많이 해보았을 때 자신감이 올라간다. 그리고 세상의 중심이 아이가 아닌 걸 알게 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려면 긴장하게 만들어야 한다. 영혼이 강한 아이 뒤에는 영혼이 강한 엄마가 있다. 삶 가운데 아이가 아닌 엄마, 즉 내가 있어야 한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 때 아이보다 먼저 부모로서 역할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에서 개발한 부모 양육 역할 검사 결과 발췌)

 부모의 역할이란 자녀와의 관계에서 부모 역할을 얼마나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는지를 말한다. 부모역할 검사는 아이를 기를 때 부모로서 역할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앞으로 무엇이 문제가 될 것인지를 진단해 준다. 그리고 효과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부모역할 검사는 부모의 양육방식에 대해 크게 3가지를 검사한다.      


정서적 공감수용적 존중합리적 권위


 부모의 양육방식인 이 3가지는 자녀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대할 때 염두에 두고 말하고 행동하면 인간관계가 무척 부드러워진다. 정서적 공감은 아이의 말과 태도에 말 그대로 정서적으로 공감해 주는 것이다. 공감이 잘 안 되는 부모님들에게는 ‘~구나’ 화법을 먼저 써보라고 권한다. 


 아이가 짜증을 내는 상황이라면 ‘네가 짜증이 많이 났구나.’ 아이가 게임이나 시합을 할 때 이기려고만 하고 소리를 지른다면 ‘그렇게 소리를 지를 정도로 이기고 싶었구나.’라고 공감을 해주면 된다. 사실 부모로서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함께 공감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부모는 아이를 잘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부모가 하는 말이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아이가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그 말이 귀에 들어갈 리가 없다. 아이에게 ‘~구나.’ 화법을 쓰다 보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공감해 주는 부모가 하는 말을 더 잘 들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정서적 공감에 대해 알고 나서 아이에게 평소에 ‘~구나’ 화법을 쓰려고 노력했다. 의식적으로 정말 많이 노력한 결과 아이에게 언제, 어떻게 공감해야 하는지 머리로는 이해했다. 그러나 행동이나 말로 이어지기까지가 정말 어려웠다. 평소 공감이 어려운 엄마라면 ‘~구나’ 화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정서적인 말이 많이 들어간 창작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어도 유아 때 읽어 주었던 창작 그림책을 읽어 달라고 하면 아무 말 없이 무조건 읽어 주었다. 아이가 골라온 그 책을 읽어 주면 아이의 표정은 금세 신나 보였고 밝아졌다. 현실에서는 엄마에게 뭐라고 말하면 혼날 수 있지만 책을 읽는 그 순간만큼은 책 속 주인공이 되어 마음이 풀어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마인 나도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면서 항상 옳은 행동만을 얘기해주려고 했었는데 부정적인 감정도 말할 수 있어야 아이의 마음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용적 존중은 아이의 발달상태를 이해하고 배려하여 존중하는 것이다. 아이에 대한 엄마들의 고민 중 하나가 떼를 쓴다는 것인데, 아이의 발달 상황을 알고 있다면 조금은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수 있다. 미운 4살이란 나이는 자아가 성장하는 시기라 당연히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말하는 나이인데 그 행동이 부모에게는 떼를 쓴다고 본다.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면 아이의 발달상황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의 발달상황을 알고 있으면 아이가 하는 행동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게 된다.


 합리적 권위는 부모로서 아이를 마땅히 가르쳐야 할 때 해야 할 어른의 역할이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합리적 권위를 강압적 성향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이 3가지 역할을 유치원 가기 전에 블록놀이를 더 하고 싶다는 아이를 예로 들어 보자면,     




엄마 : 이제 유치원에 가야 할 시간이야. 버스 타고 유치원 가야지

아이 : 나 블록놀이할 거야!

엄마 : 블록놀이가 더 하고 싶구나.(정서적 공감)

엄마 : 그럼 유치원 가기 전에 10분 정도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 블록놀이 조금만 더 하고 유치원 갈까?(수용적 존중)

아이 : 네.

(아이가 블록놀이를 하는 동안 유치원 갈 시간이 몇 분 남았는지 중간에 알려 주어야 한다.)

엄마 : 이제 유치원 갈 시간이 5분 남았네. 5분만 더 놀고 유치원 가자.

엄마 : 이제 유치원 버스 타러 가야지.

아이 : 더 놀 거야.

엄마 : 지금 나가지 않으면 유치원 버스를 타고 갈 수 없어. 블록놀이는 유치원 갔다 와서 엄마랑 더 재미있게 하자.(합리적 권위)




 모든 상황이 예시처럼 되지는 않지만 아이에게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안돼!’라는 말보다는 먼저 정서적인 공감을, 그리고 조금은 기다려 주는 수용적 존중을, 부모로서 가르쳐야 할 것은 제대로 가르쳐주는 합리적 권위 모두 필요하다. 물론 처음에는 이론대로 안 될 때가 더 많지만 부모역할을 자꾸 기억하고 일상생활에 적용해 보면 어느 순간 아이를 대할 때 점점 능숙해질 수가 있다. 


 그리고 육아를 방해하는 요소 중에 강압적인 성향완벽적인 성향이 있다. 강압적인 성향은 자녀가 부모의 기대와 어긋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며 과도하게 혼을 내거나 화를 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정서적 공감과 수용적 존중에 비해 합리적 권위가 높은 엄마이다. 그리고 강압적 성향과 완벽적 성향을 둘 다 갖고 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울 때 나의 양육 성향은 여실히 반영된다.


 나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자립적으로 컸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서 실내화를 스스로 빨게 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첫 주에 아름이에게 실내화 빠는 법을 알려 주었다. 실내화에 물을 적시고 솔에 비누를 묻혀 실내화 구석구석 솔질을 하고 물로 비눗물을 헹궈야 하는 걸 보여주었다. 아름이는 욕실 바닥에 쭈그려 앉아 실내화에 비누거품을 내고 깨끗하게 헹궜다. 그 후로는 아름이는 혼자 실내화를 빨고 세탁기에 탈수시켜 말린 실내화를 신었다. 아름이는 초등학생이었을 때 또래보다 키가 작고 몸무게는 늘 적게 나갔다. 성장곡선을 보면 하위 3%에 머물러 있어 키 번호도 앞쪽에 있었다. 당연히 손도 작았다.


 아름이는 실내화를 빨면서 ‘엄마, 다리 아파.’ ‘엄마, 손 시려.’ ‘엄마, 오늘은 실내화 빨기 싫다.’라고 말하곤 했다. 실내화를 빠는 게 익숙하지 않아 쭈그리고 30분 동안 앉아 있는 아름이의 뒷모습을 보며 고민했다. 엄마인 내가 실내화를 빨면 금방 할 수 있는데 괜히 애를 시켰나 하는 생각과 아직 어린아이가 하기에는 힘든 일을 시키는 게 아닌가 싶어 안쓰러웠다.


 그렇게 고민을 하는 사이 시간이 흘러 어느 날은 아름이가 실내화를 빤다고 욕실에 들어갔는데 5분이 좀 넘은 시간이 흐른 뒤 실내화를 탈수시키러 세탁기로 가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가 의아해하면서 아름이가 실내화 빨 때 유심히 보았다. 전에는 바닥에 쭈그려 앉아서 실내화를 하나 빨고 헹구고 다른 한쪽을 빨았다. 이전과 달리 세면대에 실내화를 두고 물을 뿌린 후 비누칠을 쓱쓱 하더니 몇 번 솔질을 하고 물로 헹구어 냈다. 일이 익숙해져서인지 제법 빠른 손놀림으로 실내화를 빨았다. 아이에게 모진 엄마가 아닌가 고민을 하는 사이, 아이는 스스로 익숙하게 실내화를 세탁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부모로서 부모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부모는 없다. 다만 어떤 유형의 부모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면 부모로서의 강점은 잘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다. 나의 경우는 합리적 권위가 높은 편이라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제 때 가르치려고 한다. 바람직한 생활 습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적극적 훈육형이다. 그러나 절제와 규범을 강조하므로 자녀와의 정서적 관계에서 유연성이 부족할 수 있으며, 자녀의 욕구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여 부모 위주의 통제가 두드러져 보일 수 있는 것이 단점이다.


 나와 반대의 부모역할을 하는 애정형 엄마를 만난 적이 있다. 합리적 권위가 높은 나와는 다르게 아이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아이의 짜증을 잘 받아주었다. 애정형의 엄마들은 다정다감하고 자녀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중요시한다. 단, 자녀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되 때로는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애정형의 엄마들은 ‘아이가 힘들어할까 봐. 나중에 해도 돼요.’라고 말을 한다. 부모역할 행동에 따라 강점, 약점이 모두 다르다.     


 부모상담전문가 자격증을 공부할 때 들었던 강의 중 마음속에 꼭 새겨두고 싶어 수업내용을 적어놓은 것이 있다. 


‘아이를 잘 살펴보면 내 아이를 가르치는 좋은 방법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론을 알면 좋은 것을 응용할 수 있다. 좋은 대상은 따뜻하고 안정감을 주고 혼을 낼 수도 있지만 버리거나 떠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부모역할에 대해 상담을 할 때 엄마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한다. ‘서른 살 넘은 엄마가 다섯 살 된 아이를 이해하는 게 빠를까요? 아니면 다섯 살 된 아이가 서른 살 넘은 엄마를 이해하는 게 맞을까요?’라는 질문을 한다. 지금 아이는 몇 살인가? 아이가 3살이라면 엄마로서 이제 3살인 것이다. 아이가 성장하듯이 엄마로서 성장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늘 성장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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