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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코치 Young Oct 03. 2021

이제는 문과, 이과가 사라졌어요.

독서 적기교육으로논리와 감성을 잡다

 요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문송합니다.’라고 말하곤 한다. 그 말은 ‘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준말이다. 취업 시장에서 홀대받는 대학의 인문, 사회과학 전공자들이 내뱉는 자조 섞인 말로, 인문계의 비애를 자학적으로 표현한 말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청년 취업난이 이과 쏠림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아이들 또한 이과 선호도가 문과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고등학교 학생을 문과, 이과로 나뉘어 왔던 교육과정이 2018년 고1부터 드디어 문, 이과 통합형 교육으로 바뀌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문과, 이과는 도대체 언제, 또 왜 생겨났을까?


 한국의 고등학교 문과, 이과 구분 시스템은 1963년 제2차 교육과정 때 도입되었는데, 이는 일제강점기의 산물이다. 일제는 단기간에 인력을 키우려는 취지에서 문과, 이과를 구분했는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문과, 이과를 구분해 고등학교 학생들을 교육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중국, 대만 등 과거 일제의 영향 아래 있던 국가들뿐이다.


 1995년 시행된 제6차 교육과정부터 문과, 이과 구분은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문과와 이과로 반을 나눠 가르쳐 왔다. 반쪽짜리 인재만 생산한다던 비판이 있던 문과, 이과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미 대학교에서도 ‘영화로 보는 생명과학’, ‘음악 속에 숨겨진 공학 원리’등 이종학문을 연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초등학교에서도 ‘통합교과’라는 말이 쓰인 지 오래되었다. 21세기는 하나의 학문에 대한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서로 무관하거나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이는 것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시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는 학문과 학문과의 경계를 뛰어넘는 서로 간의 연결이나 소통을 통한 통합적 사고능력이 필요하다.


 최근 개정된 2015년 7차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창의 융합형 인재 상에 대한 정의를 보면, 창의 융합형 인재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바른 인성을 겸비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인문학적 상상력에 과학기술이라는 날개가 보태지면 현실로 이루어진다. 




토토리 세계명작 《해저 2만리그》by 웅진북클럽

《해저 20000 리그》의 저자로 유명한 쥘 베른은 과학 소설의 개척자이자, 뛰어난 상상력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공상가였다. 이 책이 처음 출판된 1870년부터 환상적인 잠수함 노틸러스 호와 수수께끼 인물 네모 함장, 그리고 이야기 속에 그려진 놀라운 바다 밑 세계는 전 세계 독자들을 감동시켰다.


 노틸러스 호를 타고 주인공들이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여행한 거리는 무려 2만 리그(11만 2000킬로미터)에 이른다. 잠수함이 가장 멀리 여행한 거리가 27 리그(약 151 킬로미터)였던 베른 시대에 2만 리그를 여행한다는 것은 꿈꾸기도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베른은 세계 구석구석, 심지어 우주와 지구의 중심, 바다 밑까지 어떻게 생겼을까 상상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을 덧붙여 과학 소설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베른이 쓴 이야기가 지니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사실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19세기에 발명된 잠수함에서 영감을 얻어 베른이 고안한 노틸러스 호는 핵 잠수함 같은 현대 기술문명의 발전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예언하고 있다. 베른이 이야기 속에서 창조한 기상천외한 기계들은 발명가들에게 실제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확실한 지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19세기에 쥘 베른의 상상력과 지식이 만나 세계를 놀라게 한 과학소설이 탄생했다면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는 현대 인물 중에 융합형 인재의 대표인물로 꼽는다. 그는 새로운 이상을 찾아 동양철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내면의 정신적인 만족감을 얻기 위해 인도 북부 일대를 수개월간 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였기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이폰을 만들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쓰던 핸드폰은 기계가 고장 나서 바꾸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그때 쓰던 핸드폰은 정말이지 너무도 튼튼해서 고장이 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다만 광고에 새로 선전하는 핸드폰을 보게 되면, 새 핸드폰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튼튼한 핸드폰을 만들까를 고민하기보다 손바닥 크기만 한 스마트폰으로 어떻게 하면 사람이 세상을 편리하게 살게 만들까를 고민했다.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폰은 세상을 편리하게 살 수 있게 만드는데 최고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었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나는 여러 개의 은행이 밀집된 여건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스마트 폰이 생기기 전에는 제때 공과금을 내지 못해 연체료를 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은행이 마감하는 시간에 맞춰, 공과금 납부 마감일인 월말이면 나 역시 회사 일로 바쁠 때라 코앞에 있는 은행가는 일조차 자꾸 미루게 되었다. 그런 일이 빈번해지자 나라에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고자 연체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스마트뱅킹 앱을 설치하면서 횡단보도 건너에 있는 은행을 직접 가지 않아도 내 손 안의 은행을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의 뛰어난 미적 감각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그전에는 아날로그적 상상력에 머물렀던 휴대폰의 영역을 혁명적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상상력과 창의성은 탄탄한 배경지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배경지식에 덧입혀진 상상력이 과학기술과 만나게 된다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발명품으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교육과정에서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려는 이유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바탕이 되지 않은 과학기술력은 오래 써도 망가지지 않는 튼튼한 핸드폰과 같기 때문이다. 또한 바른 인성이 바탕이 되어야 상상력과 기술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




 2011년, 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싶은 평범한 소년이었던 네덜란드 소년 보얀 슬랫은 그리스에서 다이빙을 하다 물고기 대신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는 비닐봉지와 쓰레기들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이 쓰레기들을 깨끗이 치울 수 없을까?”


 왜 아무도 바다의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지 의아했던 18살 소년 보얀 슬랫은 작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바로 바다 스스로의 힘으로 청소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원형으로 순환하는 해류를 이용해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한 곳으로 모으고 이를 수거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렇게 수거한 플라스틱은 되팔아서 수익을 낸다. 그게 가능하냐고 의심하는 이들을 위해 보얀은 태평양에서 성공적으로 시험을 마쳤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배를 타고 수거하는 기존 방식보다 33배 저렴하고 7,900배나 더 빠르게 바다를 청소할 수 있게 되었다.


원리가 보이는 과학《쓸까, 말까? 플라스틱》by웅진북클럽


 이 장치를 통해 10년 동안 태평양 거대 쓰레기 더미의 절반을 회수할 수 있다. 이 장치는 태양광에너지를 통해 스스로 운행될 뿐만 아니라 회수된 플라스틱의 재활용 가치만 해도 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소년의 착한 아이디어를 위해 모여든 100여 명의 전문가와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비영리단체인 오션 클린업(Ocean Cleanup)을 세울 수 있었다. 18세 소년의 질문에서 시작한 생각이 바다의 미래를 바꿔 나가는 중이다. 


theoceancleanup.com


 앞으로의 교육의 종착점은 반드시 환경문제로 이어진다. 2018년 8월 1일부터 커피전문점에서는 자원 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 1회용 컵(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물론 그동안 우리가 함부로 쓰고 버려졌던 물건을 아껴 써야 하는 일은 당연하다.


 그러나 UNEP(United Nation Environment Program ; 유엔 환경계획)의 최근 해양 쓰레기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 생물 267종이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류와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마모되고 태양열에 의해 부스러져 잘게 부서진다. 대부분 1cm 이하짜리이고 무게도 1g을 넘지 않는 이런 작은 쓰레기가 해양 먹이사슬을 통해 다시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등장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먹일 저녁 찬거리로 구입한 홍합, 굴, 새우, 게 등에 현미경으로 보아야만 볼 수 있는 미세한 플라스틱이  관측되고 있다. 내장을 제거하고 먹더라도 미세 플라스틱은 사람의 뇌를 포함한 모든 기관 속으로 침투할 수 있다. 


 지식은 세상을 공감하는 눈과 마주했을 때 빛을 발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인재를 발굴할 수 있다.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지금, 현실을 접하고 문제를 해결할 질문을 떠올릴 수 있는 보얀 슬랫 같은 인재가 필요하다. 이제는 문과, 이과로 나뉜 지식이 아니라 지식과 지식이 넘나드는 경계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질문을 해야 아이들마다 각자 상상력을과 창의성을 발휘해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낸다. 편 가르기 식 문과, 이과 교육을 넘어 다양한 시선이 모여야 협력을 통해 문제는 가장 빠르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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