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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코치 Young Oct 04. 2021

어떤 책을 몇 살에 읽어줘야 하나요?

독서 적기교육으로 논리와 감성을 잡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먹게 되는 음식은 이유식이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은 수없이 많지만 아기의 조그만 위는 아직 다양한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처음에는 쌀을 물에 오랜 시간 푹 불려서 약한 불에 뭉근히 끓여 첫 이유식을 준비한다. 숟가락으로 이유식을 뜨면 물처럼 후루룩 떨어질 정도로 묽기를 조절해서 세상에는 이런 음식재료가 있다고 곡식부터 하나씩 맛을 보여주고, 한 가지 재료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일주일 정도 지켜보아야 한다.



  각종 곡류를 맛을 보여준 후, 쌀에 다른 음식재료인 야채를 하나씩 더해서 세상의 다양한 맛을 이유식을 통해 아기에게 소개해준다. 덜 단 야채부터 시작해 과일도 조금씩 곁들여 준다. 이유식의 묽기도 점점 되직하게 끓여서 후기 이유식 시기인 돌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거의 어른들이 먹는 식사처럼 밥에 다양한 반찬을 먹일 수 있다.


  이유식을 먹이는 이유는 아이들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여러 단계를 두어 아이들의 소화력을 높여주고, 편식 없이 골고루 잘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유식 시기에 다양한 재료를 골고루 먹어 본 아이들이 자라면서도 편식 없이 골고루 잘 먹는 아이가 된다.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아기들이 먹는 이유식에 대해 자세히 얘기한 이유는 본능에 해당되는 이유식에도 단계가 있듯 독서에도 마찬가지로 단계가 있다는 점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듣는 독서기의 결정적 시기이다. 《책 읽는 뇌》의 저자 메리언 울프 교수는 “부모나 다른 어른이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보낸 시간의 양이 몇 년 후 그 아이가 성취할 독서 수준을 예언해 주는 좋은 척도가 된다.”라고 하였다.

 많이 들은 아이가 말도 빨리 한다. 부모들에게 수다쟁이가 되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어휘력과 이해력이 커져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말을 빨리 한다는 건 아이의 사회성도 좋아진다는 이야기와 같다. 표현할 수 있는 어휘가 적은 아이들은 또래나 어른과 소통이 되지 않아 짜증을 내거나, 울기도 하며,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가는 공격적인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 그림책과 놀잇감은 엄마와 아이의 애착을 단단하게 해준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고, 놀잇감으로 놀아주면 그림책과 놀이를 통해 많이 들은 아이들은 어휘력과 이해력이 커진다. 


  어휘력과 이해력이 커진 아이는 궁금해 하기 시작한다. 첫 돌만 지나도 아직 몇 단어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아이도 새로 보는 물건을 보면 ‘뭐야?’라고 물어본다. 호기심 독서기’ 아이들은 사물의 이름을 어느 정도 알게 되면 ‘뭐야?’라는 질문에서 아이들은 ‘왜?’라고 물어보기 시작한다.


  UCLA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만 4세 아이들은 하루에 평균 98번 질문을 한다고 한다. 세상 온갖 것들이 신기하고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때 아이의 질문에 답을 해주어 궁금증이 풀리면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겨 질문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이 높아진다. 궁금증이 많은 아이들에게 적절한 답을 해주면 호기심의 범위가 넓어져 아이는 주변을 적극적으로 탐색한다. 


 어휘력과 이해력,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이 커진다. 상상 독서기에는 아이에게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상상력이 풍부해진 아이들은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이 시기 아이들의 거짓말은 상상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상상력이 커가는 아이들에게는 바다를 보여줄 때 배가 떠다니는 바다의 모습뿐 아니라 바닷속 용궁 모습도 보여주어 다양한 이미지, 그림, 사진, 그래프 등의 자료로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호롱불 옛이야기 《효녀 심청》by 웅진북클럽


   또한 이때 아이들은 친구들의 행동에 대해서 고자질하기도 한다. 옳고 그름에 관심이 많아지기 때문에 전래동화에 담긴 권선징악의 명쾌한 이야기를 통해 옳고 그른 행동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려 주어서 아이들의 바른 가치관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학습과 연계된 책 읽기로 배경지식을 키우는 ‘학습 독서기’에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와 싫어하는 아이로 나뉜다. 책과 본격적으로 친해지는 중요한 시기이면서 아이들의 편독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읽을거리를 준비해 주어야 한다. 아이의 배경지식은 곧 적극적인 성격과도 연결된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곤충을 주제로 공부할 때 파리, 모기만 아는 아이보다 물방개, 하루살이, 소금쟁이 등을 알고 있다면 아이가 수업시간에 더 집중하고 흥미를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관심 영역을 확장시켜 다양한 책을 읽어주면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게 된다. 



  아이들이 닮고 싶은 인물이 생기고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에 관심이 생기면서 역사를 알아간다. 역사는 아이들에게 역사적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알려주고 비판적인 사고력을 길러준다. 인간의 삶에 대해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되면서 아이들은 시대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사건을 논리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인물을 이해하려면 그가 살았던 시대와 사회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역사책과 함께 보면 좋다.


  ‘상상 독서기’에 《효녀 심청》을 읽고 바닷속 용궁의 모습과 연꽃 속에서 나온 심청을 마음껏 상상했다면, ‘비판적 독서기’에는 주인공 심청이 과연 효녀인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아버지 심봉사 입장에서 보면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음을 선택하는데 그걸 효라고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심청전》이 쓰인 조선시대를 다스렸던 근본 원리인 충과 효를 강조한 유교사상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누군들 자신의 목숨이 아깝지 않고, 아버지보다 먼저 죽는 불효를 저지르고 싶을까. 심청은 공양미 삼백석에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띄우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그만큼 간절하였던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이후 본격적인 글쓰기인 논술을 할 때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함께 제시되어야 논리적인 글이 된다.  이렇게 ‘듣는 독서기’에서 ‘비판적 독서기’까지 독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 아이들은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날 수 있다. 


  아이 나이가 5살이라면, 그 아이는 호기심 독서기일까? 아니면 상상 독서기에 속할까? 아이 나이와 독서 나이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아이의 독서환경과 아이의 표현력을 점검해 보아야 아이의 독서 나이를 제대로 알 수 있다. 


  나는 태교부터 시작해 아이가 태어나서 누워 있을 때부터 책을 읽어주었던 엄마였다. 그래서 아이는 내가 책을 읽어주는 걸 좋아했고, 자기 전에 책 읽고 잠드는 좋은 습관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들일 수 있었다. 독서환경을 살펴보면, 나는 서점이나 인터넷으로 책을 알아보아서 단행본으로 책을 사주던 엄마였다.



  북큐레이터로 일하기 전에는 단행본과 전집의 차이점을 몰랐었고, 사실 그 당시에는 전집이 왜 필요한지 몰랐다. 막연히 전집은 비싸다는 생각을 했다. 교육과정이 바뀐 이유와 독서에 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집에 있는 책을 영역별로 나누어 보았더니 책장에 꽂힌 책은 이야기 위주의 창작 책이 대부분이었다. 과학 영역의 책은 5권이 전부였다. 책을 고를 때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담긴 창작 책 위주로 책을 사주었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내 아이의 발달상태를 체크하고 아이의 발달에 맞는 책을 골라야 한다. 아이가 ‘듣는 독서기’ 여서 아이의 언어발달을 도와주기 위해 창작 책을 읽어주고 싶다면 언어발달에 필요한 3가지를 고려하여 책을 선택한다.

 첫째, 글에 의성어, 의태어가 풍부해야 한다. 아이들이 강아지와 멍멍이란 단어 중에 어떤 말을 먼저 배우는가? 모든 아이들이 발음하기 쉬운 멍멍이란 단어를 먼저 하게 된다. 의성어, 의태어는 말의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아이들이 따라 하기 쉽다.


 둘째, 리듬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의성어, 의태어를 쓰다 보면 자연스레 리듬감이 생긴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접해 준 부모라면 아이들이 영어를 재미있어하는 이유가 말의 높낮이가 생기는 엑센트 때문인걸 알 수 있다. 아이들은 베이비 모차르트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타고 태어난 음악가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음악이 들리면 몸을 들썩일 줄 안다.


 셋째, 구어체로 되어 있어야 한다. 아이에게 말할 때 “아빠는 회사에 갑니다.”라고 문어체로 말하지 않는다. “아빠, 회사에 다녀올게.”라며 말을 한다.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들은 그대로 말을 따라 한다. 그러니 책도 이 시기 아이들 특징에 맞게 구어체로 되어 있는 책이 적절하다. 


  질문이 많아지는 호기심 독서기에는 아이들의 호기심에 맞는 과학책을 적극 활용하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호기심을 해결해 줄 수 있다. 과학책을 선택할 때는 현재 아이들이 배우는 스팀(STEAM) 교육을 이해하면 책을 고르기 수월하다.

신나는 과학그림책 바나나로켓 《딸기밭에 누가 올까?》by웅진북클럽

  스팀(STEAM) 교육이란, 과학(Sience), 기술(Technolgy), 공학(Engneering), 예술(Art), 수학(Math)의 새로운 융합교육 형태로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와 교과 간의 관계를 뛰어넘어 주제나 활동을 중심으로 여러 교과를 연계하여 학습하게 된다. 아이들이 보는 책에도 생태의 특징만 담은 책보다 관계를 통합한 시선을 보여주는 책으로 골라야 한다.

  딸기에 대한 책은 딸기가 자라는 모습뿐 아니라, 딸기와 연계된 다른 생물과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책을 선택해야 한다


  이쯤 되면 부모 입장에서 머리가 복잡해질 것이다. 교육방향도 알고 있어야 하고 아이 발달단계까지 두루 알고 있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보여주려니 좋아하는 책만 보는 것 같고, 부모가 골라주려니 아이가 책을 잘 안 보면 어떻게 하나라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전집과 단행본의 차이점을 알면 책을 고르는 일이 조금은 수월해진다.


  만약 내가 아이에게 보여주고픈 창작, 과학책, 역사책 등을 고르는 기준을 잘 모르겠다면, 지식의 체계를 갖춘 전집을 선택하는 편이 좀 더 수월하다. 대신 목적을 갖고 만든 전집은 책을 만든 배경과 기획의도를 충분한 설명을 듣고 난 후 골라야 한다. 하나 덧붙이자면 과학의 요즘 트렌드나 책의 설명을 곁들여 부모의 이해를 도와주는 부모 길잡이 책이 있어야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부모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 과학의 전 영역을 골고루 담아 생태뿐 아니라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활 속 과학의 내용을 담아 누리과정과 초등과학의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과학은 책이나 교과서, 수업시간에만 접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과학은 곳곳에 숨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과학을 진정 즐겁고 재미있게 접하려면 실제로 보고, 만져 보고, 냄새를 맡아보는 등 적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학창 시절에 과학시간을 재미없어 한 부모님들은 공감할 것이다. 과학책은 실험을 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야 아이들에게 책으로만이 아니라 진짜 과학을 재미있게 알려 줄 수 있다.

  전집과 달리 단행본은 그 책 한 권이 갖고 있는 특별함이 있다. 전집에 비해 다양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 단행본의 강점이다. 단행본으로 아이에게 책을 사주고 싶다면 책을 고르는 부모가 지식의 체계를 알고 있어야 음식 먹을 때 5대 영양소를 고려하는 것처럼 지식의 영양소를 아이에게 골고루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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