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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코치 Young Nov 30. 2021

우리는 눈에 익숙한 것만 보게 된다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몇 년 전, tvN에서 방영한 <알쓸신잡 2> 프로그램에서 장동선 박사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방송 내내, 너무나 행복한 얼굴로 과학을 말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신기했다. 내게 과학은 그다지 즐겁지 않은 과목이었다. 그러나 이분의 얘기를 듣다 보니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너무도 다른 흥미로운 분야가 바로 뇌과학이었다.


  특히 세상의 모든 뇌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며 감성적으로 뇌과학에 대해 수다를 늘어놓을 때, 듣는 나 또한 마음 깊숙한 곳에서 행복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뇌과학은 아이들과도 아주 밀접한 분야이기에 장동선 박사님이 집필한 책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다 읽게 된 책이 바로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책이다.




뇌는 우리에게 뇌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선별된 사항들만 제공합니다. 


우리 뇌가 중요한 정보들을 인식하는 훈련을 한다면, 동시에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무시하는 연습도 하는 것이죠. 이것이 심해지면 우리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소리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전혀 지각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세상을 볼 수 있는 감각이 생긴다. 결국 눈으로 보고 있어도 사람마다 보는 것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두 개의 언어를 함께 들으며 자라난 아기들은 두 언어를 모두 받아들이고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아기들이 한 언어의 소리만 듣게 되면 뇌는 다른 언어의 미묘한 차이에 대해 완전히 무감각해지도록 필터를 조절해 놓는다. 결국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경험의 차이가 생긴다.


  아래 그림을 각자 어떻게 보는지 확인해 보자.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책에 실린 그림 

   성인이라면, 진하게 포옹을 하는 연인을 볼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이들이 보게 된다면 돌고래 아홉 마리를 본다. 누군가는 알아채고 보는 것을 또 다른 누군가는 알지도 못하고, 보지 못한다. 바로 경험이란 것에 의해서!!  


  내가 아이들의 다양한 경험을 위해 책 읽기를 계속 강조하는 것도 바로 앞서 말한 뇌과학의 맥락과 같다. 다양한 경험으로 치면, 책만큼 다양한 경험이 있을까. 따뜻한 봄이 오던 때였다. 그 날도 자기 전에 아이와 읽을 책을 고르다 봄에 피는 꽃인 민들레 책이 눈에 띄었다. 


  책을 읽으며 민들레 잎이 땅바닥에 붙어 넓게 자라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민들레 뿌리가 땅 속에 깊이 박혀있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는 민들레가 없어진 줄 안다. 그러나 봄이 되면 따뜻한 햇살을 알아차리고 땅 속에 있던 뿌리에서 어느 봄꽃보다도 먼저 꽃을 피울 수 있다. 민들레 꽃대는 속이 비어 있어 예전에는 꽃대를 꺾어서 비눗방울을 불었다는 걸 보고, 민들레 꽃대로 빨대처럼 비눗방울도 불어보았다. 

  책을 보고 민들레로 만든 음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민들레 차도 있고, 민들레로 만든 국수도 있었다. 그러나 민들레 잎으로 겉절이를 만들어 먹는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책에서 보았던 내용 전부는 아니지만 그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아이랑 만들어도 보고, 실험도 했더니 아이는 책에 나온 내용을 더 잘 기억했다


  어느 날, 아이를 데리고 시장에 함께 갔다. 시장에 가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아이에게 제철음식재료를 눈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아이도 좋아했다. 또 아이가 직접 고른 재료로 음식을 해주면 좀 더 잘 먹어서 마트에 가거나 시장에 갈 때는 되도록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어느 날,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가고 있었는데, 채소를 파는 곳에서 아이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엄마, 이거 민들레 잎이잖아요. 전에 책에서 이걸로 겉절이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 우리도 한 번 만들어 봐요."


  순간, 잠시 망설였다. 나도 그전에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여느 봄나물처럼 민들레 잎은 쓴 맛이 날텐데 과연 아이가 그걸 먹을까 싶었다. 그리고 나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아이가 해보자고 해서 겁도 없이 민들레 잎을 사기로 했다. 시장의 훈훈한 인심으로 비닐봉지 한가득 민들레 잎을 채워 담았다.


  집에 와서 민들레 잎을 물로 잘 헹구고, 멸치앳젓과 다진 마늘, 매실액, 고춧가루를 뿌려서 살살 버무렸다. 내 예상대로 쓴 맛이 났지만 아이는 자신이 시장에 가서 사자고 말한 거라 그런지 맛있게 잘 먹었다.


  아이와 책을 보고, 책에 나온 대로 실제로 만들어보고 한 경험이 시간이 지나 어떤 순간에 반짝 빛나던 걸 여러 번 경험했다. 가족들이 함께 여행을 갔을 때였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던 어렸을 때부터, 시댁 식구들과 1년에 한 번, 시간을 내어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여행을 다녔다. 그래 봤자 1박이나 2박을 하는 짧은 여행이었지만 함께 한 추억이 쏠쏠하게 쌓였다. 여행을 갈 때마다 매번 독서지도사인 고모가 아이들을 위해 준비해온 퀴즈를 맞추는 시간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다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이 1명이 고모가 스케치북에 써온 단어를 보고 설명을 하면, 팀을 이룬 엄마와 아빠가 그 단어를 맞추는 게임이었다. 그동안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나눈 이야기와 책에서 나온 대로 만들어 본 경험이 퀴즈를 맞출 때 빛을 발했다. 


"내가 시장에서 사오자고 해서 엄마가 집에 와서 겉절이 무쳤는데 맛있다고 했잖아요."


"민들레!!"


  신기하게도 아이가 폭포수가 쏟아지듯이 단어를 설명하면, 내 머릿 속에 단어에 대한 장면이 떠올라서 문제를 바로 맞출 수가 있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1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초고속으로 문제를 다 맞췄다. 그 날 가장 문제를 빨리, 많이 맞추어서 고모가 준비해 온 선물 중에 갖고 싶던 물건을 받자, 아이의 입이 함지박만해졌다. 


 직접 경험을 하는 것이 제일 좋다지만, 아이들은 책에서 얻은 경험이 더 많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책에서 본 걸 만들어 보고, 실제로 보았던 여러 경험들이 어우러진다면 아이들은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같은 걸 보고, 다른 경험을 한 아이들이 모여 함께 만들어 갈 세상은 우리 아이들 숫자만큼 다채로운 색깔을 품고 있을 거란 생각에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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