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17
그들은,
종이를 세우고 펼치고, 초를
켜고 까만 허공을 태우고, 술을
붓고 잔을 휘영청 돌리고, 무릎을
꿇더니 바닥에 이마를
쿵,
찧는다 거종에 대가리 박는 까치처럼, 나이 든
노인은 가뭇가뭇 그을린 손등으로, 흔들리는
정강이 짚어 가며 두어 번 웃옷을, 마루에
문대고서 내년은 못하겠다, 읊조리니
작년과 올해가 판박이다, 일렁이는
불길 너머 뜻 모를 먹 그림자
흐르고 씻어도 끈적한
제기 옻칠 벗는데
식어가는 수육에
파리가
웽웽,
발가락 비비며 춤추니
아가리 헤벌린 민어는
비늘을 필두로 말라가
고추 달린 어른 먼저 수저 들고, 선조 묻힌 풀과 흙에 데면데면, 인사하러 나선다. 더운 가을, 가난한 풀밭은 황폐하다. 기울어진 구옥은 한 줌이고, 무심히 후비던 세 치 혀 늘어진다. 주름진 살갗 성성한 백발에 치아 성글고, 방문 걸어 잠근 아흔 살 부부는 오락가락 체취 풍긴다. 누군가 친가를 묻거든 몰락 양반 전형이라 답했다. 열불 터졌고 이제 아니다. 그토록 끊어내고 싶던 공간 칼을 갈고 돌아오니, 상대는 싸울 여력조차 없어서, 비참도 한탄도 아닌 무감이, 서늘한 방관이 남는다.
240313
1. 나는 누군가와 갈등하거나 불화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관계에 취약한 사람이다.
2. 참아주고 묵묵히 견디는 것은 좀 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