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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혜 Nov 27. 2023

Day 6 레트로 여행

느릿느릿 광장 구경과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관람

오늘도 여지없이 새벽에 기상, 같은 방 친구들 깨지 않게 복도로 나왔다. 모두들 고요히 잠들어 아무도 없는 공간, 군데군데 스탠드와 테이블이 있어서 성경 읽고 일기 쓰는 데 딱 좋은 나만의 작업실이 되었다.

이 호스텔은 정말 이용객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으면서 청결도도 최상급인데다 가격까지 착해서 (여성 도미토리 기준 1박 35,000원 )칭찬 받아 마땅한 호스텔인데, 특히 자원 절약에 노력을 기울이는 점이 돋보인다. 일단 공용 화장실 및 샤워실에서는 거의 모든 조명이 사람이 있을 때만 켜져서 깜빡 잊고 불 안끄고 갈 문제가 없고, 헤어드라이어까지 사람 손이 손잡이를 잡고 있어야만 작동하는 기기라서 스위치 안 꺼서 홀로 작동되어 전기가 낭비될 일이 없다.

이렇게 수건과 옷, 샤워도구를 걸어놓고 올려둘 곳이 많아야 편리하다! / 하지만 저 거울은 서양인 평균키 기준인지 까치발을 들어야 내 얼굴이 거울에 보였다 ㅠ
손가락을 인식해야만 작동하는 센서식 드라이어는 전기를 절약해주죠.

아침 식사가 준비된 뷔페, Good morning!  거의 모든 음식 재료들이 유기농이라고 했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빵에 발라먹는 저 홈메이드 스프레드가 너무 맛있어서 뭘로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그래뇰라 서랍장과 달콤한 디저트, 빠질 수 없는 요거트
차 티백 색깔도 어여쁘다
만족스럽군
평화로운 창밖
감각적이다
약간 대학 기숙사 같은 느낌도

아침을 배불리 먹고 여행 중 첫 빨래를 하러 갔다. 숙소에서 세탁 서비스도 해주는데 리셉션 담당자가 만약 니세탁물이 정말 많다면 괜찮겠지만 적다면 시내 빨래방을 이용하는게 더 경제적일거라고 말해줬다. 그래서 시내 구경도 할 겸 주변 빨래방으로 떠나봅시다.

빨래야 가자 / 다이소에서 5천원에 파는 폴딩백. 평소엔 접어서 보관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빨래방에 도착했는데 기계들이 동전만 받는 시스템이었다. 동전이 없어서 지폐를 동전으로 바꾸는 기계에 200코루나 (12,000원)넣었더니, 동전이 아니라 무슨 이 빨래방 체인점에서만 쓸 수 있는 코인 같은게 나왔다! 게다가 한번 세탁하는데 코인들을 쓰고나니 코인이 3개밖에 안 남았다. 건조기에서도 써야되는데...동전이 모자란 사태. 일단 세탁하는 동안 주변 가게에 가서 동전을 만들어 와야겠다.

기가 찬 세탁 코인? / 동전 바꾸러 간 식료품점
지점토로 빚어놓은 것 같은 기상천외한 호박 콜렉션 너무 귀여워
내가 산 건 꾸덕하게 말린 사과와 레몬맛 탄산수
빨래를 기다리며
귀여운 어린이들. 꼭 저렇게 야광 조끼를 입힌다. 안전을 위한 것인 듯.
샛노란 다리에 베이지 트램
이렇게 톤을 맞추고 색깔만 달리한 건물들은 모두 약속을 한 것일까? 신기할 따름.
올로모우츠는 다양한 분수대가 많기로 유명하다.

빨래를 마치고 숙소에 갖다놓은 뒤 본격적인 중심지 광장으로 나가봤다. 12월에 있을 크리스마스 마켓을 준비하느라 한창 공사중이고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 광장 가운데에는 흑사병을 잘 이겨내게 해준 것을 기념해 세워진 삼위일체 동상이 있었다.

화영해주시는 여행자 센터

광장에는 천문 시계도 있었는데, 하루 중 12시에만 천문 시계의 인형들이 동작을 보여준대서 기다렸다. 다들 시계만 쳐다보고 기다리는 모습들이 재밌다.

아주 단조로운 움직임이니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보세요 ^^


숨은 사슴 찾기
파스텔톤 건물들

점심 먹을 곳을 찾다가 그리스 음식점이 있길래 들어가봤다. 터프하게 생긴 셰프 아저씨는 "온리 캐쉬!"라고 하셔서 나도 단호하게 "예스!" 하고 닭고기 요리를 주문했더니 넓적한 빵에 구운 닭고기와 감자튀김을 싸서 주셨다. 먹는 내내 식당내에 우리나라 트롯트와 비슷한 느낌의 그리스어 가요를 틀어주셔서 그리스 기사식당에서 밥먹는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분위기 그리스
거북이 분수도 구경하고

세인트 모리츠 성당 탑에 올라가서 올로모우츠의 전경도 구경했다. 계단이 너무 많아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꼭대기엔 종들이
아담한 올로모우츠
내려가는 계단 곳곳에 성당 역사에 대한 내용이 안내되어 있었다.

어느덧 해는 저물고, 낮에 구경다니다가 광장에 있던 모랍스키 극장에서 오늘 밤 오페라를 공연한다는 광고를봤다. 인터넷으로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더니 3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볼 수 있다고. 거기다가 연주하는 교향악단이 브르노 시립 교향악단이다. 다음 이동할 도시가 브르노인데! 이것은 꼭 보라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밤에는 또 다른 분위기

공연이 8시라서 미리 배를 채우러 어제 맛있게 먹었던 레스토랑에 또 갔다. 체스네스카 라는 마늘 스프를 시키고, 동유럽 특식 굴라쉬 요리를 주문했다. 마늘 스프는 약간 삼계탕 국물 맛, 굴라쉬 요리는 체코 육개장 느낌이었다.

치즈와 바삭한 크루통을 넣어먹어요.
빵과 고기를 같이 먹어야 간이 맞아요

드디어 모랍스키 극장 입성. 외투를 맡길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공연 시작 전과 휴식 시간에 즐길 수 있는 바 가 있다.

디바들로 가 극장이라는 뜻
오늘 배우들의 리스트
외투를 맡기세요.
사랑의 묘약 포스터 앞에서
작지만 유서깊은 분위기의 극장
발코니석들이 많지요
발코니 석 안은 이렇게 생겼음
무대 아래에서는 브르노 교향악단이 준비 중

오페라를 보면서 신기했던 점은 고풍스러운 의상들과 오페라 가수들의 분위기가 너무 완벽히 어울려서 무대만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과거로 시간 여행 간 기분이었다. 연기도 훌륭하고, 노래 실력이야 말할 것 없고, 연주도 멋져서 꿈꾸는 것처럼 열심히 구경했다. 관객들도 모두들 멋진 드레스와 정장을 입고 오셔서 무도회장에 온 것 같았다.

휴식 시간에 잠시 바람쐬러 나갔다가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내 외투를 맡기고 받은 번호표가 없어졌다! 어디다 떨어뜨렸을까? 발을 동동 구르며 화장실에도 가봤다가 내가 지나쳐 온 모든 길을 샅샅이 봤는데 없었다. 내 유일한 겉옷인 패딩점퍼 못 찾으면 어디서 사입어야 하나, 번호표 물어내라고 하면 얼마를 줘야 하나 온갖 생각을 다하면서 자리에 돌아왔는데, 내 자리 위에 번호표가 곱게 놓여져 있었다! 내가 주머니 속의 폰을 꺼내면서 같이 떨어뜨렸나 보다. 누군지 몰라도 찾아준 체코 사람 고마워서 사방에 대고 절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따뜻한 사람들 ㅠㅠ


어느 착한 체코 사람이 주워준 내 번호표 ㅠ
관람 매너 때문에 공연 중에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  

훌륭한 공연과 따뜻한 체코 인심으로 올로모우츠 마지막 밤이 저물어간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올로모우츠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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