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에 대하여
즐거움에 집착하면 삶이 단절된다. 디즈니 영화 '소울;에 나오는 명대사이다. 즐거움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나의 삶을 살 수가 없다. 한국사회는 자기 계발 열풍이 부는 중이다. 코로나 때문에 스몰 비즈니스 뿐 아니라 기업 그리고 개인에 닥쳐온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 부지런히 공부해야지 급변하는 사회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마케팅이 판을 친다. 불안한 사회속에서 우리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하고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북미에는 자기 계발 시장이 굉장히 크다. 그리고 라이프 코치 자기 계발 코치부터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이미 시장에 나왔다.
한국은 최근 1년사이에 챌린저 앱이라든지 걷거나 뛰는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경쟁하기도 하고 서로 독려하면서 인증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김유진 변호사가 출간한 책으로 많은 이들이 새벽4시30분 기상을 도전한다. 우리는 어쩌면 인증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일 운동한 것을 인증하고 공유하기, 매일 버린 것을 인증하기, 독서량을 인증하기, 미라클 모닝 인증하기 등등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의 삶을 내가 속한 그룹에 인증을 하면서 오늘도 나는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같이 나누고 독려하고 응원한다. 이것을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다. 좋은 도구로 사용하고 혼자 하기는 힘드니 다 같이 독려하면서 진행하며 작심삼일에 끝날 것이 한 달 두 달이 되고 세 달이 이어져 나의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게 하는 훌륭한 툴이다. 종종 좋은 생활습관 들이기 프로젝트는 인증을 지속하지 않거나 번아웃이 와서 중간에 멈추면 내가 언제 그렇게 열심히 살았나 싶을 정도로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그때 마음의 패배자라는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나이키 러닝 앱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기간은 평균 6개월이라고 한다. 그럼 6개월 뒤에는 방치해주도 버려두는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자기 암시를 하면서 외쳐보아도 왜 나는 달리는 습관을 평생 가져가지 못하는 것일까? 새해 계획과 결심은 1월에 열심히 세우고 실천하는데 왜 2월부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일까? 최근에 나는 글을 쓰면서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하루 한 권 읽기를 진행하고 있다. 자기 전까지 한 권을 마무리하는데 힘을 쓰다 보니 책이 읽는 즐거움이 어쩐지 사라지는 듯한 생각이 스물 스물 들기 시작했다. 그렇다,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의무감이 들고 인증을 해야 한다는 집착이 되어버리면 내가 정말 즐기던 것도 재미가 사라져 버리는 것을 경험했다. 하루 한권을 못읽는다고 누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혼자 스스로 실망하고 마는 것이다.
인증을 진행하면서 그것에 집착하기 시작하면서 처음 더 나은나의 프로젝트의 본연의 목적과 필요를 잊어버린 것이다. 순전히 글쓰기를 위해 나를 위한 독서를 시작했는데 매일 한 권씩 읽어냈다는 인증을 하기로 마음먹는 순간 독서의 재미가 사라져 버렸다. 내가 하고 있는 이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하는 표현중 하나여야 하는 것을 인증이라는 덫에 빠져버린 것이다.
즐기는 자는 이길 수 없다고 한다. 매일 노력으로 혹은 보람으로 진행되는 것은 언젠가는 지치고 만다. 그러나 운동을 하는 것 책을 읽는 것 자체를 즐기면 옆에서 하지 말라고 뜯어말려고 기어이 하고 마는 힘이 있다. 다들 한 번씩 어릴 때 꽤 오랜 시간 피아노 학원은 다녔으나 어떤 이유에서든 지금 좋아하는 곡하나 치는 것도 어려워하는 것과 비슷하다. 당시에 피아노 치는 것이 재밌어서 즐겼던 게 아니라 남들도 하니 나도 해야 한다 피아노 하나쯤은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부모님의 마음으로 반 강제 피아노 학원을 다녔을 것이다. 안 그래도 하기 싫은데 피아노 선생님은 무섭고 그렇게 되면 피아노에 흥미를 잃어버린다.
지금 사는 캐나다에서 5년 있으면서 아이들의 교외 활동을 가까이서 지켜본다.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하는 수영 클래스를 시자긍로 아이들이 만1세부터 5살까지 약 4년간 수영 클래스를 꾸준히 참석했다 (지금은 코로나로 모든 것이 취소가 되었다). 그러면 지금쯤이면 자유형이라도 멋지게 해 낼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 엄마가 보기에는 너무도 답답하고 느리게 진도를 빼는 수영클래스가 맘에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어린 시절 수영 배웠을 때를 생각해보면 자유형 한두 달 후 평형으로 넘 거 갔으니 말이다. 캐나다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 수업도 마찬가지이다. 결코 싸지 않은 비용의 클래스인데 아이들의 수업 절반은 얼음 위에서 놀는 것이고 정작 스케이트를 타는 시간은 매우 적다. 이런 교외 활동은 아이들의 스킬 향상에 초점이라기보다 물과 익숙해 지기, 얼음과 익숙해 지기 놀이를 통한 두려움 없애기에 집중이 되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교육열이 엄청난 한국에서는 안타깝게도 노벨 수학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고있따.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에 상위권은 모두 한국 아이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왜 노벨 수학자 한 명 배출하지 못하는 걸까? 문제를 풀고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하게 되니 배우는 과정의 즐거움을 뺏어버린 건 아닌지 생각이 든다.
어릴 적 모두가 피아노 학원을 다녔지만, 피아노를 취미로 치는 사람이 많이 없듯이 이렇게 스킬 위주의 성과 측정위주의 교외활동은 국가 전체적으로도 손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취미를 인증하고 성과를 측정하기 시작하면서 배우는 재미가 사라진 것이다. 아이들을 전문 수영선수로 키우는 목표가 아닌 이상 수영은 생존 기술이다. 물가에서 무서워하지 않고 재밌게 놀고 깊은 물에서도 즐길 줄 아는 것 그것이 수영을 배우는 이유일 것이다. 느리지만 즐거움에 중점을 둔 수영 강습덕에 아이들은 멋진 폼으로 수영을 하지 못하지만 키보다 훨씬 높은 물에서 잘 뛰어들고 물을 정말 좋아한다. 얼음 위에서도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즐긴다.
평생 즐기고 싶은 것이 있다면 평생 습관으로 갖고 가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리 그 즐거움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타인의 인증으로 나는 오늘 어떤이유로든 못한 스스로 채찍질하고 비교하면서서 멘탈이 무너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하는 에너지 소비를 하기에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매 순간순간 행복감을 갖고 사는 게 결국은 우리가 추구하는 인생이 아닐까.
내가 인증하는데 즐거움을 느끼면서 성취감을 즐기는 당신이라면 당연히 인증을 즐겁게 하면 좋다 하지만 바디 프로필을 찍고 나서도 바디 프로필 준비하기 전의 몸상태 보다 더 못한 몸을 스스로의 보상이라는 이유로 폭식으로 되돌아 간다면 정말 본질의 목표를 잃은 바디 프로필이 되어버린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단기적인 행동은 장기적으로 몸에 영향을 주고 결국은 나를 옭아매는 시간들이다. 우리 나를 증명하는데 너무 애쓰지 말자. 매일 인증 못해도 매일 결심한 것을 못해도 괜찮다. 내일 다시 하면 되고 내일 다시 또 결심하면 되니까. 인증에 집착하고 매달리면 주객전도가 되어서 내가 처음에 왜 이것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목표를 잃게 된다.
그래서 나는 과감히 내 즐거움을 뺏는 인증 단체 카톡방에서 나왔다. 혼자 스스로 해서 나의 만족을 느끼는 것이지 우리의 인생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 존재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내가 비록 목표한 것을 이루지 못해도 괜찮다. 결국 만족은 모두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