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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초 Dec 02. 2021

쌍둥이 워킹맘으로 캐나다에서 산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치열한 시간들에 대해서 기록을 해야겠다 싶었다. 


쌍둥이 남자아이 6살 캐나다에서는 만 6살부터 초등학교를 시작한다. 

나는 직장이 두 개가 있다. 직장을 두 개 다니는 워킹맘이자, 쌍둥이 육아를 한다. 캐나다에 있어서 양가 부모님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서 크게 와닿지 않았다. 나의 상황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점점 나이가 들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밤 9시만 되면 피곤이 몰려와서 잠을 자야 하는 나의 체력이란. 






쌍둥이 남자아이들의 에너지는 어마어마하다. 

아이들이 스쿨버스는 아침 7시 45분에 온다.  

아이들이 아침 7시에는 일어나야 여유롭게 버스를 탈 수 있다. 


서머타임이 해제되고 나서 아침 7 시가 되어도 밖은 어두컴컴하다. 

오밤중에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어서 아침 5시에 일어났다. 

화장실에 앉아서,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을 훑고 나니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난 거지?

시간이 그냥 지나간 것을 인지하고, 옷을 부랴부랴 갈아입고 

지하로 내려갔다. 


아이패드로 유튜브를 틀고 운동을 적어도 10분 정도 하는데,

아침부터 운동할 에너지가 없어 애정 하는 서리 요가 채널을 틀었다. 

짧은 걸로 하자는 생각으로 20분짜리 요가 영상을 튼다. 


낑낑거리면서 열심히 따라 하고 마지막 송장 자세 (사바 아사나)를 하고 나면 나의 아침 운동이 끝이 난다. 

요가를 한다고 살이 빠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군데군데 스트레스로 쌓여있는 내 몸에 노폐물들이 순환되는 느낌이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1시간. 

성경을 펼쳐 든다. 

2021년 계획한 것 중 하나가 성경 1 독하기. 신약을 완독하고 구약을 읽고 있는데 예레미야에서 좀처럼 진도가 안 나간다. 유튜브로 예레미야 낭송을 검색해서 1.25배로 틀으면서 눈으로 같이 따라 읽는다. 


복근이 사라진 듯해서 뭔가 불안한 마음으로 플랭크를 한다. 1분씩 5번 정도를 하고 이내 성경 읽는 것에 집중을 한다. 


한 20 분지 났을 때 늘 아침에 나 다음으로 일찍 일어나는 아이가 내려왔다. 

내 시간은 끝이 났다. 아이 아침을 챙겨주면서 아이들 도시락을 준비한다. 

캐나다는 10시 즈음에 스낵 시간 12시 즈음에 점심시간이 있어서 스낵 도시락과 점심용 도시락 두 개를 챙겨야 한다. 


생야채를 잘 먹는 아이들 덕에 도시락을 싸는 것은 수월하다. 

아이들의 입맛을 고려해서 조금 다르게 야채를 구성하고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는 아이에게 빵, 밥, 난, 랩 중에 어떤 것을 가져가고 싶냐고 묻는다. 탄수화물 형태는 아이가 기분에 따라 선택하게 한다. 


스파게티를 사 가고 싶다고 한다. 옵션에 없는 거지만, 시간이 아직 30분 정도 있으니 후딱 새우 스파게티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양파, 다진 마늘, 새우, 올리브유만 넣은 간단한 스파게티. 


아침을 다 먹은 아이는 스스로 스노 팬츠 ( 캐나다 겨울 정말 추워서 겨울 등교할 때 늘 스노 팬츠를 입고 간다), 마스크, 등등 스스로 챙겨 입는다. 

하지만 다른 아이는 아직도 침대에 있다. 맛있는 것 먹자고 일어나라고 이야기하니 이내 주방으로 내려온다. 


밥을 먹으면서 나에게 이리저리 퀴즈를 낸다. 귀를 쫑긋 세우고 아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손은 분주하게 도시락을 마무리한다. 아이가 하는 질문을 제대로 못 들어서 다시 말해달라고 했더니 짜증을 낸다. 그래서 짜증 내지 말고 다시 한번 이야기해 달라고 했더니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 제대로 짜증을 낸다. 


굉장히 당황스럽고 아이를 잘 달래서 스쿨버스를 태워 보내야 할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다시 이야기해달라고 했더니 지속적을 짜증을 내면서 까먹었다고 한다. 그러면 생각나면 다시 물어보라고 했더니 더 화나가서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아직 옷도 안 입었고 등교 준비는 하나도 안되었는데 아이는 단단하게 짜증이 나있다. 

오은영 선생님은 이때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지? 수도 없이 많이 본 영상과 책인데 갑자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냥 마음이 너무 분주했다. 스쿨버스를 놓치면 안 되는데 이 마음만 가득했다. 


야속하게 늦잠을 잔 남편에게 짜증 난 아이를 좀 봐달라고 했으나, 남편은 이내 아이에게 큰소리를 낸다. 

할 수 없이 내가 안아서 달래주고 아침을 마저 먹고 싶다는 아이에게 그렇게 하라고 했다. 

10분이 남았다. 

이제 그만 먹고 옷 입고 나가자고 했으나 그 자리에 앉아서 또 운다. 


어디서부터 잘 못되었을까. 아이가 이렇게 짜증을 내는 것은 나의 육아 방식의 문제인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단호하게 의자를 밀치면 안 돼, 문을 발로 차면 안 되라고 이야기해주면 아이는 더 뒤집어지겠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학교를 빨리 제시간에 보내고 싶다. 


어찌어찌 상황이 종료가 되고 집을 나서서 스쿨버스를 탔다. 상황 종료. 

다행히 스쿨버스에 앉아서 둘이 나란히 웃으면서 (마스크 때문에 보이지는 않지만) 손을 흔든다. 

기분이 괜찮아진 듯하다.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겨울바람이 매서웠다. 

집으로 와서 재택근무하는 내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30분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마음을 좀 추스르고 싶었다. 


짜증내고 우는 아이를 아침에 보낸 엄마의 마음이란.

답을 모르니 더 답답하고, 

해소할 곳도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으니 그냥 막막하고 답답하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컴퓨터를 켜고 업무를 일찍 시작한다. 

지속되는 회의에, 업무에 아이를 생각할 틈이 없다가도 갑자기 아이의 짜증을 어떻게 다뤄내는 것이 좋을까 생각해보면서 오은영 선생님 영상을 검색해본다.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혹시나 아이가 아파서 픽업해가라는 전화일까 봐 좀 겁이 났다. 

다행히, 밖에서 노는 시간에 한 아이가 정체모를 껌을 씹고 있다고 선생님이 부모한테 알려달라고 전해 달라는 메시지였다.


바닥에서 껌을 주워서 먹지는 않았을 테고, 누가 껌을 줬나? 코로나라 서로 뭔가 나눠먹는 것이 안되는데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물어봐야겠다. 


점심시간인데 진이 다 빠진다. 몸에 에너지가 바닥이다. 남편에게 화를 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나를 도와주지 않아서 서운하다고 이야기하다가 감정이 올라와서 나도 힘드니 제발 애들 좀 같이 보자고 이야기했다. 

남편은 늦게 일어나서 미안하다고 했으나 사실 남편도 어제부터 몸이 좋지 않아서 코로나 검사도 받고 일도 쉰 상태였다. 


남편과 나 말고는 아이들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누구 한 명이라도 아프면 한 사람이 고스란히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한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되고 육아 휴직을 많이 고려한다고 들었다. 아이들 학교가 일찍 끝나니 봐 줄 사람을 마땅히 찾지 못해서라고 한다. 


나는 갑자기 모든 것이 버거워졌다. 

일도, 육아도, 집안일도



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냥 혼자 있고 싶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지 않으니, 더더욱 힘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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