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미용실에 갔다. 9월 20일이 되도록 여름같은 이 날씨를 버티다보니 목에 머리가 닿는 게 너무 덥고 힘들었다. 특히 운동할 때는 머리를 질끈 묶어야하므로 스타일이고 뭐고 모르겠고, 거지존이어도 참고 참았다. 그런데 수시로 습해지는 날씨에 부스스 곱슬해지는 뒷머리를 보니 더이상은 안되겠다. 운동으로 몸매 관리는 노력하고 있는데 정작 외모가 엉망이되어가고 있다.
아이를 낳을 때마다 몸이 달라지고 망가지는 것도 서러운데 무섭도록 빠지던 머리카락. 한때는 두손으로 잡아도 꽉 차게 풍성했던 머리숱은 그렇게 점점 줄어들더니 사십 대 중반이 되자 심각하게 걱정이 될 지경이다. 정수리가 허전해 보이는 것 같고, 수시로 우수수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고 있자니 입담좋은 친한 언니가 했던 웃픈 농담이 생각난다. 나이가 들면 날씬하고 이쁜것도 그렇지만 머리숱 많은 년(?)도 그렇게 부러워진다고. 근육을 돈으로 환산하면 1키로에 1300만원의 가치, 머리카락은 한 올 한 올 계산하면 풍성한 머리숱은 어마어마한 액수였던 것 같다.
거울을 봤을 때 내 외모가 거슬리는 것이 많아지면 자존감도 같이 떨어진다. 뭔가 기분전환이 확실히 될만한 것을 해야만 풀리는 그런 때가 한 번씩 온다. 지금이 그렇다. 탄력없어진 모발과 지저분해진 스타일때문에 기분이 자꾸 나쁜 걸 보니 전반적으로 내 감정상태가 많이 다운되어 있음을 알아차렸다. 커트를 하고 매직 펌을 할까 고민했는데 원장님이 젤라틴 클리닉을 권하셨다. 하고나니 머릿결을 탄력있게 해주며 부스스한 모발을 정돈해준다고 그토록 열올려 설명하고 강력 추천하신 이유를 바로 인정했다.
머릿발은 사람의 외모와 스타일을 돋보이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젊은 이십 대야 젊음과 건강한 모습 그 자체로도 예쁘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자신을 돋보이고자 헤어스타일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가. 그런데 사십 대 중반은 전반적으로 중력의 영향을 받아온 시간이 늘어났으니 아래로 쳐지는 피부도 슬퍼, 늘어가는 잡티도 슬퍼, 거기다 숭숭 빠지는 머리카락에 헤어스타일까지 별로니 총체적 난국으로 슬픔이 극에 달했다. 금융치료가 필요한데 수입은 늘 너무 적고 소비할 일은 끝도 없다. 계획적으로 노후를 준비해야한다는 건 알지만 재테크에 별 재주가 없는 나는 '티끌모아 티끌'인 인생이라 적당히 살자는 주의가 되었다. 단, 자식들에게 절대 짐이 되는 상태는 되지 않겠다.
사십 대 중반이지만 곧 오십이 될 테고 시간이 흘러가는 체감속도를 보았을 때 순식간에 나이를 먹을 것 같다. 결코 초라하게 늙어가고 싶지는 않다. 당당하고 근사하고 우아하게 나이들고 싶으니 지금부터 꾸준히 신경을 써야지. 알다시피 자기 관리에는 돈이 상당히 많이 든다. 깨지는 손톱과 주름이 늘어가는 손 때문에 어디 손 내놓기 부끄럽지 않으려면 네일 관리 받아야지, 여기저기 결리는 목어깨허리와 순환이 안되는 몸 상태를 풀어주기 위해 맛사지도 받아야지(안그러면 병원 치료, 물리치료 비용으로 더 쓰게 된다), 피트니스 센터 등록해야지, 운동복 사야지, 외출복도 좀 신경써서 입어야지, 무섭게 늘어가는 새치때문에 수시로 염색도 해야지 등등.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내가 나를 어여삐 보아주는 일도 중요하기에 스스로를 가꾸고 돌보는 일에 부지런해져야 한다. 주기적으로 한 번씩 방문하는 오랜 단골샵 원장님들과 사는 이야기도 하고 속풀이 수다도 떠는 시간들 덕분에 몸도 마음도 힐링받고 또 힘을 내며 살아가는 중이다. 다행히 아직은 사십 대 중반치고 동안이라는 말을 듣고있으니 관리하는 보람이 있다. 꾸준히 건강한 나로 살기 위해 애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