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으로 산다", "한국 사람은 그래도 밥을 먹어야지.", "언제 밥 한끼 먹자!", "우리 맛있는 거 먹을까?", "밥 잘 챙겨먹어~." 가족이나 지인들과 자주 주고 받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인에게 '밥'이 상징하는 의미에 대한 글이 무수히 많다. 인간 관계와 연결해서 풀어놓기도 하고 우리의 정서와 관련해서 각자의 생각들을 잘 써놓은 글을 읽고나면 '맞아, 그렇지.' 하고 수긍하게 된다. 그런데 정작 가정에서는 식구들끼리 편하고 느긋하게 다같이 둘러앉아 밥을 먹을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청소년이 된 아이들은 등교시간, 학원이나 약속 스케쥴 때문에 각자에게 맞는 때와 배고픈 상태, 식욕에 따라 먹는 것을 조절하는 나이가 되었다. 남편은 가족 중 제일 일찍 출근하느라 아침은 거의 못먹기때문에 아침에 가지고 가서 차안에서 먹을만한 것을 전날 챙겨놓는다. 나는 나대로 식단을 한답시고 샐러드나 쉐이크를 먹거나 커피와 간단히 빵을 먹거나 하다보니 가족들이 먹는 시간과 선호하는 음식도 참 다르게 맞춰가며 살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생활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지만 가끔 서로가 얼굴 마주하며 티타임이라도 할 여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평일은 그렇다 해도 주말은 식구들과 한 끼 정도는 마주앉아 먹는 루틴을 만들고 싶었다. 주중에 각자 바쁘게 지냈으니 아이들이 먹고 싶어하는 음식이나 간식, 야식이라도 기꺼이! 불금이라는 말이 생겨난 이후 금요일 저녁 문화도 많이 바뀐 것 같다. 이틀이라는 주말시간이 있을테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5일간 힘들게 지낸 일상을 보상받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한다. 언제부턴가 금요일이 되면 아들딸은 저녁에 치킨을 시켜먹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아빠에게 주문을 한다. 세상자상한 남편은 기꺼이 요구하는 바를 들어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한다.
캠핑 분위기를 내고 싶었는지 야외에서 쓰기전에 집안에서 먼저 개시한 탁자와 의자까지 세팅해놓고 치킨을 주문하셨다. 아이들은 앉아서 신나게 닭을 뜯으며 조잘거린다. 그래, 이런게 행복이지 뭐 별건가. 네 식구 이렇게 둘러앉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상태임에 감사하고,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거 사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사십 대 중반이 되면서 사람 사는 일의 다사다난함과 인생이 내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는 것, 사소하고 무난한 일상을 지키며 평범하게 사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것을 점점 더 깨닫고 있다. 그럼에도 비교로 마음이 힘들어지고 문득문득 욕심이 올라올때면 나태주의 시 <행복>을 떠올린다. 소소하게, 행복하게, 그렇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