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운전하고 다니면서 매일 듣는 노래가 있다. 로이킴의 '봄이 와도'라는 곡인데 들을 때마다 가사에 울컥울컥하는 감정이 밀려온다. 사십대라서 그런지 내 성향이 그런건지 곡의 멜로디에도 민감하지만 가사가 좋은 노래들이 오래 마음에 는다. 좋은 노래 가사는 한편의 시같아서 내용을 곱씹고 곱씹다 보면 내 인생과 연관된 부분이 어딘가 닿게 된다.
아무래도 곡을 작곡한 가수가 자신의 인생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내용들이 담겼을 것이다. 그러나 읽고 듣는 나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의 내 인생과 배우자, 가족 등을 대입해서 느끼게 된다. 삶의 굴곡을 겪으며 지나온 시간들이 층층이 쌓였을 것이고 내 몸과 마음에 새겨진 흔적과 추억의 무늬를 생각해본다. 매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통과해오면서 계절의 변화를 통해 체득하고 사유하며 깊어가는 마음, 조금씩 성숙해가는 나 자신을 좀 더 들여다보게 된다.
10월 19일이니 10월의 3분의 2를 지나고 있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감이 너무 빨라서 한 번씩 놀라곤 한다. 올해도 거의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수확할 것, 또는 수확한 것이 있는가. 풍성한 기쁨을 누리는 날이 왔으면 하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매일 기도한다.
한창 깊어가는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봄, 여름을 지나고 견뎌내면서 맺은 결실은 그동안 포기하지 않고 견뎌왔기 얻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결과물이다. 자연에서는 과실일 것이고, 사람에게는 피땀눈물을 통해 얻은 성과일 것이다. 모두 흔들리지 않고, 무너지지 않으며 견뎌온 덕분이다. 축하와 감사가 곁들여지는 삶이라면 축복이다.
'그저 함께 있음에 감사하며' 라는 가사에 어울리는 그림책의 한 장면이 같이 떠오르면서 우리 가족의 모습도 이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모여 아늑한 집에서 같이 밥을 먹고, 난롯가에 모여 앉아 온기를 나누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사할 일이다. 사정이 생겨서 우리 가족이 잠시 둘둘씩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이 시간들을 잘 지나가면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 올 것이고 그리하여 우리는 함께 아늑하고 따듯하게 보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러니 무너지지 않고 견뎌내며 서로가 서로에게 우주임을 잊지 말고 사랑하고 이해하는 노력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