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앤 귀여운 소녀 빨강머리앤 우리의 친구~빨강머리앤 귀여운 소녀~ 빨강머리앤 우리의 친구!"
어릴적 티비에서 보던 빨강머리앤 주제가 가사다. 앤의 특징을 너무나 잘 표현해주는 내용으로 모두와 쉽게 친구가 되는 사랑스러운 소녀 빨강머리앤과 잘 어울린다. 그래서 '앤'하면 자동반사처럼 연상하게 되는 것은 루시모드 몽고메리의 책보다 만화주인공 앤의 모습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렇겠지만 나역시 앤을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한다. 인생동화책 중 하나로 꼽는 책이고 공저의 '선생님이 아끼는 동화' 코너에도 소개할 정도로 애정하는 책이다.
앤과 관련된 소품인 다이어리나 컵, 수첩, 캘린더 등을 사기도 하고 프린트 된 헝겊을 사서 봉제 인형으로 만들기도 했다. 어떻게든 앤을 가까이에 두고 그 발랄한 사랑스러움과 삶에 대한 태도, 샘솟는 생명력 가득한 그녀의에너지를 느끼며 영향 받으려는 몸부림 일지도 모른다.
보통 책으로 알고 있는 내용은 앤이 마릴라와 매슈네 집에 실수로 오게 되고 입양아로 받아들여지게 된 부분까지다. 야무진 여자 아이,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시적인 언어를 줄줄 말하는 앤, 빨강색인 자기 머리를 몹시 싫어해서 스스로를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엉뚱한 사고를 치는 우당탕탕 소녀인 앤의 매력이 한껏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모두 앤의 매력에 빠져들고 사랑하게 만든다.
그러나 앤이 나이를 먹고 성장해가는 시기에 따라 펼쳐지는 이야기가 담긴 8권짜리 전집이 있다. 앤의 일대기라고 할까. 다이애나와 길버트뿐만 아니라 앤이 성장해감에 따라 알게 되고 관계맺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점점 인물들이 굉장히 다양하게 등장한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앤의 활동 범위도 넓어지고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가지를 뻗듯이 펼쳐진다.
앤과 친구들이 성장하면서 어떻게 달라져 가는지, 누구누구와 연인이 되는지, 대학생활은 어디에서 어떻게 하게 되는지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무엇보다 길버트와 앤의 로맨스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 앤은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해가는데 앤만 바라보는 길버트와 쉽게 연인관계로 발전하지 못한다. 그와중에 왕자님처럼 완벽한 그야말로 모두의 이상형인 남자가 나타나고 그도 앤에게 반해버린다.
앤은 복도 많지. 남들이 다 좋아하는 멋진 두 남자가 모두 앤에게 흠뻑 빠지게 되니 말이다. 대리만족감 느끼며 폭풍 몰입을 하게 만드는 요소다. 게다가순정만화같은 일러스트가 한몫해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책모임에 여러 개 참여하고 있는데 그중 8권짜리 앤 전집 함께 읽기 모임도 하고 있다. 월~토까지 매일 한 챕터 읽기로 정해진 그날의 범위만큼 읽고 단톡방에 간단하게 감상을 남기거나 읽은 흔적을 남기는 인증 모임이다.
오늘은 3권을 읽은지 31일차가 되었다. 이 책은 혼자 읽어도 재미있지만 책모임의 묘미는 각자의 감상을 공유하면서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설레는 부분에서 같이 호들갑을 떨기도 하고, 밑줄 그은 부분이 대부분 같은 날에는 분량이 짧아서 그런지 다음 챕터 이야기가 아주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면 미리 슬쩍 넘겨보게 된다.
나는 앤에게서 특히 부러운 것이 있는데 그것은 글쓰기 능력이다. 상상력과 주변 풍경 묘사에 관한 앤의 대사만 보아도 그녀가 글을 잘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인데 작가인 루시모드 몽고메리는 자신의 모습을 앤이라는 주인공에게 진심을 담아 많이 투영했다. 앤의 직업이 교사인 것도 그렇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글쓰기를 즐기는 것도 그렇다.
앤은 여러모로 내게 뮤즈이자 롤모델이다. 요즘같이 아름다운 계절에 내가 보는 풀과 나무, 하늘, 이 모든 풍경이 어우러지는 감성을 멋드러지게 표현하고 싶은데 내 언어 세계는 참 좁아서 뻔하디 뻔한 표현밖에 하지 못한다. 답답하다. 앤처럼 되고 싶고, 앤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사랑스러우면서도 지적이고, 훌륭한 교사이면서 작가로서의 재능까지 갖춘 매력넘치는 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