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가비 Nov 06. 2024

[100-59] 배우고 나누고 만나고

 평균 수명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는 너무 많이 었고 그에 따라 정년도 65세로 연장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나이가 많이 들어서도 계속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골골백세로 살까봐 걱정이다.


 뿐만 아니라 배워야 할 것도 계속 늘어난다. 급변하는 세상에 점점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복잡하기 그지 없다. 평생 학습의 시대라고하니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보니 더더 노력하는 중이다. 노력해서 안되면 노오오력을 한다.


 관심 분야를 계속 파고들고 지속하려면 함께 공부하는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혼자서는 금방 지치거나 중단하기 쉬운데 공동체에서 같이 하게 되면 책임감도 생기고 구성원들에게서 배우고 얻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오래 할 수 있다.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이유를 알겠다. 물론 서로가 상생하는 관계가 가장 좋기 때문에 나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해보면서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어린이책을 읽고 책수업을 하고 대학원에서 아동문학독서논술을 전공하여 가끔씩 어디에선가 연수를 진행하게 될 때가 있다. 감히 가르치러 간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으며, 그럴 능력과 깊이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계속 공부하고 있다. 그저 내가 너무 좋아서 배우고 익히고 고민하고 실천했던 것이 이러하다~ 이런저런 것을 했더니 도움이 되더라~하는 이야기를 하러 간다.


 시간 내어 오신 분들에게 좋은 책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과 좋은 이야기의 힘으로 강의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바리바리 책을 많이 챙긴다. 문제는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쇼퍼백이나 에코백에 넣어서 가방을 여러 개 이고지고 다녔다. 차에서 내려 강의장까지 가지고 가는 것도 무게때문에 보통 일이 아니다. 주변에서 팁을 얻은 것이 여행용 캐리어를 활용하라는 것이었는데 그동안은 어쩐지 조금 민망하여 듣고도 실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캐리어에 꾸역꾸역 채워넣었다. 무거워도 밀고 다니면 되니까 걱정없겠다고 생각하며 기분 좋게 강의 장소로 출발했다.


 아. 무심하여라. 세상은 왜이리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가. 내가 가려는 건물의 지하 주차장을 당연히 이용할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차가 많아서 안된단다. 여러 건물을 거치고 지나쳐 아주 후문 끝에 있는 주차건물로 가란다. 맙소사.


 건물 3층에 한 자리 있다고 꼭 거기 주차하라고 협박하듯이 안내하셔서 올라갔더니만 벤츠 한 대가 아주 제대로 욕나오게 차선을 걸쳐서 주차해놓는 바람에 도저히 들어갈 공간이 안나왔다. 발을 동동 구르며 강의 시간은 다가오고 마음이 급해지는데 저 멀리서 여자분 한 분이 오시는 게 보였다.


 혹시 출차하시는 거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얼마나 반갑던지 기쁘게 그 자리에 주차를 했다. 그러나 고난이 시작되었다. 캐리어를 낑낑대며 들고 내려서 건물 몇 개를 지나쳐 한참을 걷다가 해당 건물앞에 왔더니계단이 첩첩산중이다. 결국은 또 이고지고를 하는 셈이구나.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내가 유명 강사가 되려는 것도 아니고 무슨 부귀 영화를 보겠다고 이 고생을 하나, 강의료 얼마 받는다고, 내가 오가면서 쓰는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앞으로는 하지 말아야지 마음먹게 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가끔씩 들어오는 제의를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뭐라고, 하는 마음과 강의를 준비하는 길고 힘든 시간동안 그동안 해온 것을 돌아보고 정리를 하면서 결국 나 자신이 제일 공부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거다.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앞으로는 어떤 쪽으로 더 보강하면 좋을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며, 어떤 내용을 듣고 싶어할지 등을 생각하면서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있다고 느끼기에 꾹 참고 또 이렇게 하고 있다.

 게다가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좋은 사람 만나기! 나를 추천한 선생님이 너무너무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라는 것!! 온라인 책모임으로, SNS로 계속 소통하고 화면으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나누긴 했지만 실제로 만나는 것이 처음인 자리였다. 만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덥썩 잡고 소리를 지르며 껴안았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어색함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니까 앞으로 기회가 되면 또 하겠구나. 계속 열심히 공부하고 나누기에 부끄럽지 않도록 실천하면서 살아가야겠구나 다짐하게 된다.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고, 좋은 사람들끼리는 연결되어 있다. 결이 비슷하고 잘 통하는 사람들과 연대하기, 서로에게 힘이 되주는 사이가 되어야지. 오래오래 책 모임하면서, 아이들 가르치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

이전 26화 [100-58] 빨강머리앤을 좋아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