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바쁘게 주차장을 향해가는데 경비원 어르신 두 분이 거리를 두고 낙엽을 쓸고 계셨다. 한 분은 저 앞쪽에서 맹렬하게 낙엽을 쓸어대며 직진하고 있으셨고 한 분은 뒤에서 감독하듯이 여기저기 다 살피며 느긋한 태도였다. 평소에 경비원분들과 눈을 마주치면 인사하곤 했으니 두 분에게도 인사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뒤에 계시던 분과 먼저 마주보게 되어 나는 웃으며"안녕하세요."하고 입을 떼려는 찰나 내 귀를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들었다. 그분이 인사를 하신게 아니라 다른 경비원분을 향해 "어이~뒤에 아줌마 온다!"라고 아주 큰 소리로 외친 것이다.
아, 제대로 충격받았다.
그저 반갑게 인사를 하실거라고 생각한 건 완전한 나만의 착각이었다.
오늘 연수받으러 가는 날이라서 나름 원피스에 자켓 챙겨입고 화장도 하고 나온모습인데.
어디가면 동안이라는 이야기 진짜많이 듣는 사람인데.
그냥 막 아줌마처럼 보이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었는데.
아니었구나
아니었어.
"뒤에 사람 온다~." 도 아니고 "아줌마 온다."라니.
나혼자 환상에 빠져 살고 있었던거야.
이제 현실을 직시해.
몹시 우울해진 기분으로 차에 올라 거울을 들여다봤다. 립스틱도 한 번 더 바르고 피부톤도 정리한 후사진을 찍어봤다. 생카(기본카메라)로 찍은 모습은 사실적이라 나라고 믿고 싶지않은 모습이다. 그동안 어플로 열심히 찍어댄 이유는 정말 많이 미화되어서 나같지 않아서 그랬었구나.
그래.
나 점점 늙어가고 있는 중이야.
사십대 중반이면 아줌마 맞지뭐.
두달만 지나면 한 살 더 추가될텐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그런데 좀 많이 서글프네.
살다보면 세상이 자꾸 나한테 시련과 상처를 경고없이 날리는 일들이 생기는 법이다.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라는 것만 잊지 말자.
마음을 좀 추스르기 위해 매년 11월이면 필사하는 시와 문구를 읽으며 오늘 글은 이렇게 마무리한다.
"Autumn is a second spring when every leaf is a flower." - Albert Ca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