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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가비 Nov 04. 2024

[100-57] 아줌마란 호칭은 왜 기분나쁠까


 아침에 바쁘게 주차장을 향해가는데 경비원 어르신 두 분이 거리를 두고 낙엽을 쓸고 계셨다. 한 분은 저 앞쪽에서 맹렬하게 낙엽을 쓸어대며 직진하고 있으셨고 한 분은 뒤에서 감독하듯이 여기저기 다 살피며 느긋한 태도였다. 평소에 경비원분들과 눈을 마주치면 인사하곤 했으니 두 분에게도 인사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뒤에 계시던 분과 먼저 마주보게 되어 나는 웃으며 "안녕하세요."하고 입을 떼려는 찰나 내 귀를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들었다. 그분이 인사를 하신게 아니라 다른 경비원분을 향해 "어이~뒤에 아줌마 온다!"라고 아주 큰 소리로 외친 것이다.


 아, 제대로 충격받았다.

그저 반갑게 인사를 하실거라고 생각한 건  완전한 나만의 착각이었다.


오늘 연수받으러 가는 날이라서 나름 원피스에 자켓 챙겨입고 화장도 하고 나온 모습인데.


어디가면 동안이라는 이야기 진짜 많이 듣는 사람인데.


그냥 아줌마처럼 보이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었는데.


아니었구나


아니었어.


"뒤에 사람 온다~." 도 아니고 "아줌마 온다."라니.


나혼자 환상에 빠져 살고 있었던거야.


이제 현실을 직시해.


 몹시 우울해진 기분으로 차에 올라 거울을 들여다봤다. 립스틱도 한 번 더 바르고 피부톤도 정리한 후 사진을 찍어봤다. 생카(기본카메라)로 찍은 모습은 사실적이라 나라고 믿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그동안 어플로 열심히 찍어댄 이유는 정말 많이 미화되어서 나같지 않아서 그랬었구나.


그래.

나 점점 늙어가고 있는 중이야.

사십대 중반이면 아줌마 맞지뭐.

두달만 지나면 한 살 더 추가될텐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그런데 좀 많이 서글프네.

살다보면 세상이 자꾸 나한테 시련과 상처를 경고없이 날리는 일들이 생기법이다.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라는 것만 잊지 말자.


 마음을 좀 추스르기 위해 매년 11월이면 필사하는 시와 문구를 읽으며 오늘 글은 이렇게 마무리한다.





                          "Autumn is a second spring when every leaf is a flower."   - Albert Camus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번째 봄이다."    - 알베르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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