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라는 수식어가 여기저기 많이 붙기 시작했다. '반려'는 한자로 '짝 반'과 '짝 려'가 합쳐진 단어라서 인생의 짝이나 평생 함께할 존재를 칭하며주로 사람에게쓰다가 요즘에는 다양한 단어와 결합해서 쓰이고 있다. 반려동물과 반려식물은 어색하지 않았는데 반려책, 반려취미같은 단어는 적응하는데 조금 걸렸다.
지인이 나에게 반려취미가 운동인 사람이라고 했다. 운동을 재미있어하고 꾸준히 열심히 하는 평소의 내 모습을 보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 생각해보니 평생 가져갈 취미, 내 인생의 짝 같은 거니까 운동은 내 반려취미가 맞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취미라고 해서 매일 텐션이 높거나 지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슬럼프가 오기도 하고 먹는 것 조절을 못해서 살이 찌기도 하고, 살이 찌면 운동이 오히려 더 하기 싫어지는 경험도 해봤다.
남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욕이 없어서 살이 빠진다며, 마음고생 다이어트가 된다는데 나는 반대의 경우다. 마음이 편해야 식탐을 안부리고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초컬릿, 빵, 과자를 폭식하듯이 먹으며 순간적인 입안의 달콤함을 추구하다보니 금방 체중이 오르고 몸이 붓는다. 염증성 비만이 되는 것이다.
몇 년간 이런저런 업다운을 겪으면서 내가 택한 방법은 일 년에 한 번 정도 바디프로필 촬영을 하는 것이다. 나름 실행력은 과감해서 바프를 찍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바로 스튜디오를 예약한다. 그리고 그 촬영 날짜를 생각하면서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 강도를 높여가면서 다이어트를 해나간다. 멋진 바디라인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목표를 생각하면서 운동하면 힘든 것도 참게 된다. 빵,과자,초컬릿같은 음식을 두세 번 먹을 식탐을 한 번으로 줄이고 그러면서 서서히 변하는 몸을 보면 성취감이 느껴져서 촬영이 얼마 안남은 막바지에는 '참고 나중에 먹자'라는 생각으로 절제한다.
어찌보면 강제 다이어트용이라고 할 수도 있고 루즈한 일상에 이벤트를 스스로 만들어서 좀 재미있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도장깨기 하듯이 한 번씩 뭔가 이뤄내는 맛을 봤다고 해야할까. 누군가 하라고 억지로 등 떠밀면 반발심이 생기겠지만 내가 자발적으로 하기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탓할 사람도 없다. 그러니 그냥 하게 된다.
벌써 5년째 거르는 해없이 촬영하고 있는데 많게는 일 년에 두 세번 촬영을 한 적도 있다. 모티베이션 영상 촬영과 친한 사람들과 편하게 추억 남기듯 찍은 것도 포함하면 8-9번 정도 찍은 것 같다. 어지간한 컨셉과 배경에서는 다 찍어본거 같아서 좀 특별한 촬영을 하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찍어보고 싶어진 것은 바로 수중폴바프!! 커다란 수조같은 공간에 들어가서 찍는 컨셉이다.
그만 뚱뚱해지기로 했는데 잘 안되고 있다. 최근에 신경쓰는 일이 많았고 그래서 계속 폭식을 했다. 칼로리가 높은 디저트류를 많이 먹었더니 어김없이 체중이 불어났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헬스장에 갈때도 달라붙어서 몸의 라인이 드러나는 레깅스나 탑대신 헐렁한 조거팬츠와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몸의 라인이 거슬리는걸 보니 살이 많이 찌긴 했나보다.
차마 체중계위에는 못 올라가고 있는데 조만간 비포용 인바디를 재야겠다. 아주 제대로 쎄게 충격을 받아야 의지가 활활 타오를 것이다.
어쨋든 스스로 느낀 것 까지는 괜찮았는데 어제 오랜만에 본 피티샘이 날 보자마자 많이 드신거 같다고, 살이 많이 쪘다고 했다. 완전 제대로 뼈를 맞으며 부끄러움이 밀려오니 다시 조절할 때가 왔구나 싶다. 살빼자.
그래, 요즘 내가 목표가 없었지.
어쩐지 운동이 하기 싫더라.
즐겁게 달리려면 날짜를 잡아놔야지.
그래서 오늘 바로 촬영 신청을 하고 예약금 입금까지 완료했다. 촬영일은 내년 5월 1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