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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가비 Nov 03. 2024

[100-56] 일요일을 잘 보내기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고 나니 따라다니면서 챙기거나 옆에 계속 붙어있지 않아도 된다. 고로 나의 자유시간이 많이 늘었다. 식구들 밥만 잘 챙겨놓으면(못 챙겨 놓을 때도 있다. 그때는 알아서들 해결하도록 연습을 시켜 놓았다.) 약속을 만들어서 나가든, 운동을 가든, 혼자 카페에 가든 크게 제약을 받지 않는다. 지금까지 내가 가족들에게 인식시키며 만들어 온 분위기가 각자도생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엄마와 아내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강하게 살아남기.


 남편과 나는 서로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으며 각자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인정하고 혼자만의 여행까지도 허용하는 부부다. 그런 점에서 나의 사고 방식을 인정해주고 이해해줘서 남편에게 고맙다. 서로를 구속하는 부부가 아니라 각자 온전한 한 사람으로도 살고, 힘이 되어주는 부부로도 살 수 있는 이상적인 관계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다.


 아무튼 평일에는 바쁘게 지냈으니 주말에는 한없이 늘어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도 있고, 주중에 생각해놓았던 하고싶은 것들을 하고 싶은 때도 있다. 사람이다보니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사는 중이다. 서로의 스케쥴을 공유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각자가 하고 싶은 걸 하도록 배려한다. 그래서 나의 이번 주말 계획은 토요일 오전에 전신맛사지 받고 아주 편하게 쉬다가 저녁 약속에 다녀오기, 일요일은 오전에 폴댄스 , 오후에는 요가정해놓았다.


 일요일에 운동 수업을 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남편이 놀랐다. 여보~ 나같은 사람들이 많은가봐. ^^


 일요일에 수업해주는 곳이 있어 너무 좋다.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달라졌기 때문이겠지? 요식업이나 서비스 업종만 주말에 일한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주말 시간을 운동하거나 배우는 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일요일까지도 클래스를 만들어 운영하는 곳이 늘고 있는 것 같다.  

 사정상 지방에서 2주를 보내고 온데다 거의 한달만에 갔더니 몸이 기본기를 잊어버렸다. 너무 잘하는 다른 회원들을 보면서  아주 멍청이처럼 느껴지는 내 몸동작에  좌절했다. 자연스럽고 자신감있게 폴을 타면서 동작을 해야하는데 오늘의 나는 버퍼링 걸린듯이 어버버버 수준이다. 영상속 내 모습은 보기 싫을 정도지만 수중폴 바프를 예약해놨으니 이제 빼박이다. 후퇴는 그만. 기초부터 다시 연습해서 잘해 겠다.


 원데이클래스 요가는 내가 특히 좋아하는 센터여서 신나게 유산소하는 기분으로 운동삼아 걸어서 갔다. 거리가 좀 있어서 도착해보니 30분쯤 걸렸다. 왕복 1시간 걸으니 운동이 좀 되는 기분이다. 근처에 있는 공원을 일부러 통과해서 지나기도 하고 잎이 물들어가는 나무도 많이 보고 가을을 충분히 감상하면서 다녔다. 감사가 절로 나오는 계절, 가을은 정말 너무 예쁜 계절이다.

 하타 요가 1시간으로 온몸이 풀렸고, 명상하면서 마음을 알아차리고 머물러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평온을 찾았다. 요즘 말도 안되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이 참 어리석고 못났다고 느꼈는데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무뎌질 것이니 집착하지 말고 흘러가게 놓아두자고 마음먹으니 서서히 마음이 편해졌다. 다 괜찮아진다.


 찾아보면 감사와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 폴수업도 다녀오고, 걸으며 가을도 충분히 감상하고, 저녁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의 안정을 얻으니 만족감이 차오른다. 일요일 하루를 이렇게 알차게 보내다니. 월요병없이 새로운 한주를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참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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