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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다 Mar 12. 2024

IR에 관한 몇 가지 통찰-Hongcha

Best IR, 인터뷰




Hongcha님은 Best IR 카페의 부매니저로 약 20여 년간 IR/공시 업무를 담당해 왔다. 다양한 회사에서의 경험을 통해 얻은 자본시장과 IR을 바라보는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뜻깊은 인터뷰 시간이었다.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IRer로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가질 수 있는 어떤 통찰들을 함께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Interview Point


1.       IR 담당자로서 주주자본주의를 위한 노력

2.       IR 업무를 한걸음 멀리 떨어져 바라보기   

3.       IR 업무가 가지는 장점이나 매력 




Q. 현재 재직 중이신 회사에서도 소액주주들과 갈등이 있으세요. 어떠세요? 소액주주들에 대한 Hongcha님의 생각이나 전략이 있으시다면요? 

 최대주주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자니, 일반 개인 주주는 자신의 권리를 많이 잃어버리고 찾을 길이 없죠. 현재까지의 대한민국 자본시장은 소액주주들이 재산을 많이 잃고 있는 상황이고요. 나는 그러면 주주와 회사 사이에 있는 IR 담당자로서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해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는데, 나름 찾은 방법은 최대주주가 하고자 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으니 결과는 최대주주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되, 과정은 내가 조금 바꿀 수 있고 내가 개입할 수 있으니 그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아닌 소액주주, 일반 개인 주주, 외부 주주들을 챙길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자 하게 되죠. 

 그렇게 해서 진행했던 게 배당을 한다 그러면 조금 더 많이 할 수 있게 한다든지, 배당을 하지 말자고 한다면 자사주를 블록딜 할 때 일정 부분 소각하자고 한다든지 그렇게 서포트하는 방법으로 나름의 방법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그 끝이 자진상장폐지인 경우도 있었지만요. 결국 회사 외부에서 최대 주주보다 적은 지분으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봐요. 그게 자본주의 이기도 합니다. 


Q.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게 좋은 걸까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회사도 다녀보고 아닌 회사도 다녀봤는데, 결국은 Agent cost가 발생해요. 회사의 전문 경영인은 회사를 위해 일하지 않아요. 자기를 위해서 일하죠. 의사결정을 내릴 때에도 최대한 리스크가 생기지 않는 방향을 선택해요.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아니고요. 결국 경영자라는 것이 회사를 위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론을 내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오너가 경영하고 있는 회사가 회사를 위한 결정을 더 많이 하지 않나 라는 게 제 생각이에요.                     


*) Agent cost (대리인 비용) 

 기업의 주체 (주주, 채권자)와 대리인(경영자)과의 상충된 이해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으로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①  감시비용(monitoring cost) : 대리인의   행위가 주체의 이익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하여 주체가 부담하는 비용을 말한다. 

 ②  확증비용(bonding cost) : 대리인이 주체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하지 않고 있음을 확증하기 위해야 대리인이   부담하는 비용을 말한다. 

 ③ 잔여 손실(residual cost) : 대리인의 의사 결정과 주체의 입장에서 본 최적 의사결정 사이에는 괴리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괴리로 말미암아 주체가 감수하게 되는 부의 감소를 의미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대리인비용 [agency cost] (매일경제, 매경닷컴)


대신, 회사 자체를 자기와 똑같은 분신으로 생각하다 보니 외부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가야 하는데 안 하려고 하잖아요. 배당만 보더라도 배당을 하면 내 지분율 50% 가정했을 때, 세금 내고 나면 25% 가져오는 거예요. 그러면 그럴 바에 내가 회사에 두고 내가 다 쓴다 하죠. 일반 주주들은 세율이 15.4%인데 최대주주들은 50% 떼어가잖아요. 이것만 좀 줄여줘도 배당을 많이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돼요.  

상법 제382조의 3(이사의 충실의무) 보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나와있는데, 이사들 필수로 회사 주식 소유하게 하고 ‘회사를 위해’ 충실히 일하는 게 아니라 ‘주주를 위해 일한다’고 쓰여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봐요. 물론 모 일가처럼 자기 이익만 생각하고 이미지 신경 안 쓰는 기업들도 있을 수 있지만 정말 극히 드문 경우고 대부분의 오너들은 회사와 자기를 동일시해서 회사에 해가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그렇게 전문 경영인도 일정지분율을 가지고 있으면 회사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면서도 자신의 이익도 챙겨갈 수 이는 구조가 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주주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극과 극인 경우를 많이 보게 돼요. 주주친화적 경영을 잘하는 회사는 정말 잘하는데 어떤 회사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안 하고 있고, 주주들도 자신들이 단합해서 요구할 때 여력이 있는 기업에 가서 얘기를 해야 하는데, 정말 작고 이제 막 투자금 늘려서 사업에 몰두해야 하는 회사에 가서 배당얘기, 애플의 자사주 소각 같은 남의 회사얘기 하고 있어요. 시총 10조넘는 회사랑 1천억 인 회사랑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같겠어요. 어디는 가이던스 주는데 너네는 왜 안 주냐 이런 얘기요. 이게 일반 주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종종 이름만 대면 알만한 주식 블로거, 기관투자자들인 경우에는 참 속상하더라고요. 


Q. 여의도도 보면 나름 시장이나 산업에 대한 철학도 있고 매너도 좋은 분들이 있는가 하면 종종 그렇지 않은 분들을 뵐 때가 있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펀드매니저든 애널리스트든 회사에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다 보니 그렇겠죠. 인간대 인간으로 지켜야 할 매너보다는 당장 눈앞에 있는 이익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특히나 코로나 이후로 더 큰 리스크를 감당한 사람들이 이익을 봤겠죠. 요즘 많이들 얘기하는 이익을 얻기 위한 집단이지 개인 주주들 생각처럼 칼을 휘두르고 그러지 않아요. 행동주의라는 방법을 통해서 돈을 버는데 그 과정에서 소액 주주들의 이익도 챙길 수 있다는 것이지 개인주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손해 보면서까지 회사 경영에 개입하려고 하지 않아요.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이 미국보다 늦은 것에 대한 원인을 한동안 고민해 봤는데, 한국은 자본시장의 역사, 회사의 역사가 짧더라고요. 6.25 전쟁 이후에 다시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회사들이 생기고 뭔가 하려고 하는 그 시점부터 계산해도 80년도 안 돼요. 미국은 200년 이상이 됐고요. 아무래도 한국도 세대가 바뀌고,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지고, 자본시장의 중요성이랄까요. 기업들이 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시장을 이용해야 된다는 인식으로 바뀌게 되면 미국처럼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돼요. 자본시장을 운영하면서 펀드도 커지고, 펀드의 영향력도 커지고 대리인 비용이 생기겠지만 그 비용마저도 기꺼이 지불하면서 까지도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낼 수 있게 되었겠죠.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다른 것 같아요. 우리는 법을 지키면 바보라는 말이 있기도 하잖아요. 법을 최대한 피해 갈 수 있게 하고, 안 걸릴 만큼 지키잖아요. 법을 분명 어겼는데 처벌을 안 받는 사례들도 있어요. 그런데 미국은 법 어겨서 감옥 가면 못 나오잖아요. 100억 횡령해도 한 3년 살고 나오면 되겠다. 생각한다니까요. 법 조문 자체가 강력하고 그 안에서 법을 집행하는 사람의 권한이 세져야 사람들이 법을 두려워하고 지킬 수 있을 텐데, 지금 우리나라는 그 법조문 자체가 너무 약한 것 같아요. 


Q. 연차가 오래되셔서인지, 구조를 보는 시선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경영진들하고 가까이에서 일하는 위치잖아요. 그렇다 보니 조금 더 넓은 시선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IR만큼 경영진과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직무는 없잖아요. 하다못해 NDR을 나가도 같이 있어야 하고, 나가기 전에 예상질문 답변 뽑아서 직접 보고해야 하고 경영진의 생각을 잘 파악해야 하는 중요한 위치다 보니 후계자 수업도 IR팀에서 많이 하기도 하죠. 


Q. 그동안 IR 업무 하시면서 언제 제일 좋으셨어요? 

 저요. NDR 가서 놀 때요. 월요일부터 일정을 잡고 금요일 밤에 출발해요. 주말에는 놀고 월요일에 호텔로 이동해서 NDR을 하는 거죠. 아니면 금요일 일정이 끝나면 토요일 밤에 비행기를 잡아요. 토요일 하루정도는 관광을 하고 월요일에 출근하는 거죠. 정해진 일정 이외의 비용은 당연히 개인적으로 부담합니다. 그러다 보니 안 좋은 호텔에서 자다가 그 도시에서 제일 좋은 호텔로 숙소를 옮겼을 때 느끼는 자본주의의 참맛도 동기부여에 도움이 됩니다. 


Q. 굉장히 의외의 답변이에요. 뭔가 업무와 관련된 성과를 얘기하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너무 개인적으로 기쁜 일이라고 해야 하나요? 

 하하, 아무래도 연차가 오래 쌓여서 그렇기도 하고 회사에서 너무 다양한 일들을 겪어서 그럴 수도 있어요. 제가 상장했던 회사를 상장 폐지시키고 나오기도 했고 열과 성을 다했던 회사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비참한 기분을 느낀 일도 있었죠. 

물론 상장하면 너무 기쁘죠.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IR을 잘해서 주가가 올라갔거나 내가 잘해서 시장에서 우리 회사를 많이 찾아준 것도 아니더라고요. 내가 잘해서 회사가 상장되고 주가가 오르는 거 정말 많이 쳐줘도 10%밖에 안 될걸요. 회사가 가진 배경이 있고, 상황이 있고, 회사의 다른 동료들이 정말 열심히 해서 가져온 성과를 내가 이만큼 포장해서 시장에 내놓은 것뿐이에요. 이미 만들어진 상품에 조금의 가치를 더한 것뿐이죠. 이렇게 조금씩 멀어져서 생각하기 시작하면 결국 내가 IR 하면서 이룬 성과들은 결코 내가 잘해서 나 혼자 이룬 성과는 아니라는 결론이 나게 돼요. 그렇다 보니 가장 좋았던 경험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NDR 가서 여유를 즐겼던 일처럼 정말 개인적인 이야기 밖에 할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회사생활에도 어떤 흐름이나 주기가 있다고 생각해 본다면 지금 제 나이대의 주기는 본능적으로 회사와 멀어지려는 시기라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Q. 마지막으로 IR 업무가 가지는 장점 또는 매력이 있을까요? 

 내가 이 회사의 IR 담당자라는 명함을 다는 순간, 이 회사를 대표하는 간판이 된다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건너편에 앉아있는 사람이 운용사 대표가 되기도 하죠. 작은 회사의 실무자가 상대방 회사의 대표를 만나는 직무가 몇 개나 있을까요. 그리고 애널리스트나 매니저들 대한민국에서 정말 좋은 교육받고 좋은 학교 나온 사람들이잖아요. 사적으로는 SKY 나온 사람들 만나기 쉽지 않잖아요. 일하면서는 수시로 만나게 되고요.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긴다는 점, 그리고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는 그런 자리가 많다는 것이 IR 업무가 가지는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또 회사와 자본시장 사이에 우리 업무가 있다 보니, 모든 자본의 조달이나 흐름이 우리를 거치게 되잖아요. 내 돈이 아니긴 하지만 큰 그림에서 돈이 흘러가는 흐름을 잘 알게 된다는 것도 장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회사에 투자하는 수많은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역할을 우리가 하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돼요. 예전에 1조 마스크 사건 아세요?           

          


*) 1조 마스크 사건 

 2020년 12월 16일 엘아이에스(2023년   상장폐지)가 제지기업 더블에이(Double A)에 9,817억 규모의 마스크 공급계약 체결 공시했으나, 22일 한국   더블에이 지사가 “계약사실이 없음’을 밝히며 23일 계약금이 입금되지 않았다며 계약 철회를 공식 선언한 사건 


-엘아이에스는 계약중개업체인 윤준코퍼레이션(A 씨)을, 윤준코퍼레이션은   태국 중개인(B 씨) 상대로 법정대응 주장.  

- A 씨 주장에 따르면 엘아이에스 관계자와 함께 B 씨가 더블에이로고가 박힌 태국 본사 로비에 들어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했으며, 큰 계약이니 상장회사인 엘아이에스가 자체 검증을 마쳤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신뢰한 이유를 밝힘

- 허위공시(고의의   중대한 위반)로 불성실공시법인 벌점 9.5점 제재금 3,800만 원의 징계를 받음


 공시를 내보내 준 거래소도 문제긴 하지만 회사에서도 최소한 이게 상식적으로 맞는지는 확인을 해 봤어야 하잖아요. 공시담당자도 결국은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도 하게 돼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본인의 일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건데, 특히 IR, 공시 담당자들의 역할은 회사를 위해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선량한 투자자들의 재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해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회사와 투자자를 위한다면, 노력들이 쌓여서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은 주주자본주의를 대한민국 자본시장에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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