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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다 Jul 23. 2024

#2. 육아에 진심을 다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

육아회색지대 - 번외

 전업으로 육아를 하면서 한 번도 나 스스로가 충분히 만족스럽다거나 온전히 누리는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부모로서 느끼는 기쁨도 물론 있었지만, 육아는 나의 일상 혹은 당연한 책무일 뿐 ‘일’이라고 불릴만한 무언가를 꼭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더 높은 금전적 가치를 창출해 낼수록 주목받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육아라는 경험이 주는 사적이고 감정적인 영역의 무언가를 숫자로 보여줄 재주는 없었다.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고, 조금만 더 버티면 곧 지나가고 아이는 자랄 거라는 뻔한 위로의 말을 되뇌며 오늘의 고민과 방황을 아이가 남기고 간 아침밥과 함께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런데, ‘육아는 사업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육아를 통해 회사에서의 일보다 더 큰 만족감을 얻는 사람도 있었다. 오늘은 그 이야기의 일부를 나눠보고자 한다.               

출처 : unsplash

 Q. 센이님은 육아를 ‘사업’이라고 하셨어요. 어떤 지점에서 육아와 사업이 같을까요?      

 A. (센이) 육아와 집안일 자체가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과 같아요. 모든 분야를 다 아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너무 몰라서도 안 되고 우리를 둘러싼 주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지점에서 상당히 비슷하죠. 아이들과 집에 생긴 이슈 사항을 그저 현상으로 보지 않고 어떻게 하면 시스템화시켜서 내가 덜 힘들 수 있는지, 아이들을 편하게 다룰 수 있는지를 고민해요. 만약 본인이랑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면 자기 자신을 빨리 파악해서 그 한계를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아웃소싱 해야 해요. 아이를 잘 케어 해 줄 수 있는 기관을 알아보든가, 청소를 정기적으로 업체에 맡기든가, 반찬 가게를 이용한다든가 말이죠.      


 Q. 육아도 일처럼 하고 계시네요. 일에 대해 정의를 내려본다면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A. (센이) ‘시간을 쓰는 것’은 모두 일이에요. 사실 엄마라는 직업도 가정과 아이들에게 시간과 정성을 쏟는 행위를 하는 것이기에 ‘일’이죠. 엄마만큼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인 사람도 없어요. 주 7일 24시간 근무에 과로로 인한 산재도 인정받을 수 없고요. 체력과 감정을 모두 갈아 넣어도 그 누가 10원도 안 줘요. 회사 생활할 때나 창업했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성취하고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뭔가 이뤄지고 있다. 내가 연봉이 얼마큼 올라가고 있다’ 고 느낄 수가 있는데 집안일이나 아이를 돌보는 일은 나에게 외부에서 주어지는 가치적인 보상이 없어요. 그렇게 대가 없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디며 꾸준히 해내고 있는 육아 하는 엄마들이 그 어떤 직업보다 더 대단하고 멋진 일을 하고있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가장 멋지고 대단한 일, 그것이 일 보다 육아라고 생각해 기존의 커리어를 모두 정리하고 육아하기로 마음먹은 아빠도 있었다. 경력 단절에 있어 성별의 차이는 없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중오님와의 인터뷰에서 느낄 수 있는 육아에 대한 진심은 성별을 떠나 생각해 볼 만한 말이었다.  


출처 : unsplash


 Q.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것, 경력이 단절된 것 등에 대한 불안함이나 걱정은 없으셨나요?

 A. (중오) 음… 없었어요. 먼저 ‘돈을 벌지 않는 나’라는 지금의 모습이 영원히 계속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원한다면 언제든,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나가서 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경력 단절에 대한 부분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제가 일을 그만 두기로 결정했을 당시 고민했던 유일한 명제는 ‘가정이 중요하냐, 일이 중요하냐’였어요. 돈을 벌고,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일에서 성취를 이루어 나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뭔가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가족을 선택하지 일을 선택하지는 않을 거거든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내가 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종종 가족을 꾸리는 것,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서 누군가는 ‘내가 무언가를 하든 안 하든 그냥 큰다고 말하기도 하잖아요. 물론 그 말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아이 양육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언가 있어서 그렇게 말한다고 생각해요.      


 Q.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세요? 육아는 일과는 달리 생산적인 활동은 아니잖아요.

 A. (중오) 저는 꼭 해야 하는 집안일을 제외하고는 대게는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잘 안 들어요.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라는 말은 목표가 존재해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는 개념인거잖아요. 제 목표를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받는 아이로 양육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육아와 교육을 효율적으로 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있으니 저는 효율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와 아이의 관계도 더 깊어진다는 면에서 분명 생산성이 있었고, 아이의 가치관과 지식, 지혜, 즐거움, 우리 가족의 행복 또한 생산 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출처 : unsplash

 가족 간의 유대감과 안정감이라는 목표를 위해, 금전적 보상이나 성과에 대한 외부의 인정 없이도 반복되는 일상을 정성스레 가꾸어 내는 ’일‘이 곧 ’육아‘였다. 

 일과 육아의 경계가 명확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각각에 쏟는 에너지를 조절해야만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일에 대한 정의가 다시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존에 우리 사회가 정의하고 있는 ’일‘을 선택해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인지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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