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나는 새로운 창을 연다

같은 자리에서 만나는 서른 개의 하늘

by hym

나의 하루는 언제나 창문을 열며 시작된다. 고요한 하늘과 함께 내가 세상을 맞이하는 순간이다. 이 아침의 시간은 그저 내가 바라는 대로 흐른다. 바람 불면 바람 따라 움직이고, 구름 끼면 구름 그림자 안에 가만히 몸을 맡기고, 하늘이 웃으면 함께 파란 미소를 짓는 목련처럼. 자연의 결을 따라 내 마음도 흘러간다.

무심코 지난 한 달간 열었던 창들을 떠올려보았다. 하늘은 매일 새로운 빛으로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책을 넘기듯 한 장 한 장 하루를 복기하다 보면, 특별히 선명한 흔적을 남긴 하늘이 있기도 하고, 잔잔하게 스쳐 지나간 하늘도 있다.


어느 날은 옅은 푸른빛으로 하늘이 열렸다. 동쪽으로는 장밋빛 아침 햇살기운이 희미하게 번져있다. 마치 파란 물 위에 붉은 물감 한 방울 떨어트린 듯 점점 퍼져나가는 아침의 감촉이 내 마음을 채웠다.


또 다른 아침에는 짙은 파란 하늘이 나를 감싸안았다. 나는 파란 휘장 속 투명한 공 안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서쪽 건물 베란다 창에 닿아 반사되는 아침햇살이 내 방 창을 뚫고 들어와 침대에 사선으로 드러눕던 시간. 그 빛 속에서 내 그림자와 조우할 때면, 마치 오래 전의 나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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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구름이 하늘을 덮은 날이었다. 그 잿빛 속에서도 나무들은 바람 따라 춤을 추며, 생명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구름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새들이 그 뒤를 바삐 날아간다. 나는 그 고요한 순간 속에서도 하늘 저편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낀다.


가끔은 하늘이 은은한 살구색과 푸른색으로 나를 맞이한다. 하늘가에 있는 구름들이 아침햇살을 받으며 살구빛으로 변하고, 그 너머에서 푸른빛이 서서히 드러난다. 고요한 아침, 나무들은 바람에 몸을 맡기고 그저 침묵 속에 평화를 찾는다. 그 평화로움은 나의 마음에도 조용히 깃든다.

또 어느 날은 회색 구름이 하늘 전체를 덮고, 아래쪽에는 흰 구름이 수평으로 펼쳐져 있다. 그 사이에 한 조각 파란 하늘이 붓 터치한 듯 조금 얼굴을 내밀다가 이내 구름 사이로 푸른 강이 되어 도도히 흐르기도 한다. 화폭에 담으면 명화 못지않은 멋진 그림들을 선사해 주는 하늘이다.


매일 똑같은 창밖의 풍경일지 모르지만, 하늘이 펼쳐내는 색채와 변화는 내 마음에 작은 울림을 남기며 하루를 시작하게 해 준다. 매일이 같은 듯 다른 하루, 그 안에서 나는 내 마음속의 균형과 평화를 찾는다. 자연의 변화는 내게 말을 걸어오고,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내 안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세상은 늘 반복되는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듯해도, 나에게 이 조용한 아침은 매일이 '처음'임을 깨닫게 해 주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나는 오늘도 그 하늘 아래서 나만의 하루를 정성껏 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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