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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영 Aug 02. 2020

[윤리에세이] 부끄러워할 용기 2

좋은 어른들의 윤리회복 프로세스 5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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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들의 윤리회복 프로세스 5단계

이런 부끄러움을 맹자는 ‘수지오심’이라 하였는데요, 이는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부끄러워하고 악행을 미워하는 인간 본성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조선시대 유학자인 정약용도 역시 부끄러움을 느끼는 감정은 인간 고유의 감정이라고 말했어요. 다시 말하면 다른 동물과 구별된 독특한 감정이라는 거죠. 동물에게는 없는,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것. 과연 무엇일까요? 


출처 : http://holyabba.com/?p=22639


저는 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심은 일종의 마음속 자기검열 시스템이예요. 그러므로 의사결정시 선택의 기준이 되어주죠. 우리가 옳지 않은 판단을 했을 때엔 양심이라는 자기검열 시스템이 가동되어 잘못됨을 인식한 후, 부끄러움이라는 아웃풋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간혹 분명 옳지 않은 일을 했음에도 너무나 당당한 사람들을 보게 되요. 부끄러움 난독증을 앓고 있는 그들을 보면, 그 시스템이 잘못된 게 분명해 보입니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것일까요?

윤리성을 회복하는 프로세스는 이렇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현재를 자기인식하고, 
이 상황으로 영향을 받을 대상자들과 영향의 심도를 예측하여, 
옳은 행동을 선택한 후, 
재발방지를 위해 성찰합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낫는 방법은 뭘 까요? 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됩니다. 

그런데 감기가 낫기 위한 첫 단계는 병원에 가는 게 아니 예요. 바로 ‘내가 감기에 걸렸구나’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감기를 회복하는 프로세스도 위의 윤리회복 프로세스와 동일합니다. 한번 재구성 해 볼께요.


콧물이 나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현상) 보니, 
감기에 걸렸구나(자기인식). 
이대로 놔두면 가족에게 옮길 수도 있으니(예측) 바로 병원에 가봐야겠다(선택). 
그렇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나면, 상태가 호전되죠. 그러면 마지막 단계로
재발을 방지하기위해 ‘내가 왜 감기에 걸리게 됐지? (성찰)’를 생각해 보는 거예요. 
‘아! 손을 잘 씻지 않았었구나. 그래서 감기에 걸렸구나. 이제 손을 꼬박꼬박 잘 씻어야지’라고 다짐하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성숙한 어른들의 회복에 대한 행동입니다.


부끄러움을 느껴 윤리성을 회복하는 프로세스도 이와 동일한 단계를 거치게 돼요. 

현상관찰 : 내 마음이 불편하고, 주변사람들의 충고로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자기인식 : ‘아, 내가 지금 뭔가 잘못되었구나

예측 : 이대로 방치했다 간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부정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겠구나 

선택 : 그러니 지금 바로 이 행동을 멈추고, 의도치 않게 불편을 준 그들에게 사과해야겠다.’

그리고 나서 핵심적인 단계로 이동합니다. 바로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성찰 : ‘왜, 나는 그런 부끄러운 행동을 했을까? 사실 그 행동이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걸 나는 몰랐었어.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내규정을 한번 살펴봐야겠다’


이 5가지 단계가 좋은 어른들의 윤리회복 프로세스 5단계예요. 

현상관찰-자기인식-예측-선택-성찰



그런데 가끔 이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킬 때가 있어요. 무언가로 오염되었거나, 다른 외부의 힘 등으로 말입니다. 윤리성 회복을 위해 일차적으로 자기 정화의 단계를 거치겠지만, 그나마도 말을 듣지 않을 때엔 외부 이해관계자의 개입을 받습니다. 내가 하기 싫어도 누군가가 억지로 회복시키려고 강제하는 거죠. 누군가 나에게 왈가왈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꺼예요. 따라서 자율성에 반하는 이 상황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부반응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군가의 힘이 개입되기 전에 내 힘으로 정화하고, 개선해내는 거예요. 이때 꼭 기억하세요. 그 시발점은 자정의 행동이 아니라 현상을 관찰하고, 나의 현재를 인식하는데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부끄러울 용기

부끄러움을 느낄 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눈을 잘 맞추질 못하고, 행동이 부자연스럽습니다. 부끄러운 자신의 사고와 행동에 따른 양심의 화학적 작용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앞서 언급한 윤동주 시인은 시대적 상황(창씨개명)에 순응하여 양심에 거리끼는 행동을 앞두고는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그 지점이 그가 부끄러움을 시로 표현하고, 참회하여 다시금 양심을 회복하려는 시발점이 되고 있어요. 


자신의 부끄러움과 마주하는 그 과정이 얼마나 고되었을까요? 부끄럽지 않게 사는게 얼마나 힘든 일이냐고 정지용 시인도 말하지 않았던가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싫은 치부를 스스로가 매번 마주하는 그 순간은 정말 회피하고 싶은 순간들이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인정하고, 매일 마주하며, 참회하는 그 행동은 그렇기에 무척이나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부끄러움과 마주하는 아름다운 그를 우리는 사랑하는 것 일테구요.


출처 : https://dasforyou.tistory.com/


단언하건 데 자신의 부끄러움과 마주하는 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부끄러움은 두려움이 수반된 감정이기 때문이예요. 옳지못한 사고와 행동을 한 내가 누군가로부터 처벌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그 순간 동시에 발생해요. 정확히 말하자면 잘못된 행동을 인식하는 그 순간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간혹 잘못했음이 명백함에도 무조건 ‘모르쇠’로 부인하는 그들은 부끄러움보다 두려움이 더 크게 작용한 나머지 양심이라는 자기검열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는 겁니다. 

그러니 얼굴이 빨개지는 그 순간의 창피함 때문에 부끄러움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해버린 후 받을지도 모를 처벌과 비난이 두려워 부끄러움 불감증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다시 강조하건 데 부끄러워하는 것에는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jogaewon


창세기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 이야기를 잠깐 살펴볼까요? 

에덴동산에서 뱀은 하와에게 선악을 알게 하는 선악과를 먹어보라고 유혹해요. 하와가 그걸 먹으면 하나님과 같이 총명해질꺼라고 말이죠. 그리고 그녀는 결국 선악과를 먹고 말아요. 그런데 먹고 나니 본인이 옳지 못한 행동을 한 것을 깨닫고 나선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녀는 바로 아담에게도 먹어보라고 종용합니다. 공범을 만들면 나 혼자 처벌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예요. 그리고 결국 아담도 먹고 말아요. 그리고나서 그들의 행동이 주목할 만한데요, 잘 알려진 대로 갑자기 부끄러움, 아니 보다 정확한 표현은 창피함을 느껴요(창피함은 부끄러움보다 덜 사회화된, 직관적 감정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수풀사이에 숨죠. 

유명한 이 선악과사건에서도 보다시피 부끄러움과 두려움은 함께 나타납니다. 


이때 하나님께서 “너희 어디 있느냐?”라고 물어보시죠. 그때 그들은 창피해서 수풀에 숨었다고 말해요. 하나님께서 “선악과를 왜 먹었느냐?”고 또 물어보십니다. 그러니 아담은 하와가 꼬셨다고, 하와는 뱀이 꼬셨다고 변명해요. 왜? 하나님의 처벌이 두렵고, 하지말라고 했는데도 따먹은 자신이 부끄럽기 때문이죠. 

이처럼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적어도 스스로가 옳지 않음을 알고 있음을 의미해요. 그에 따른 책임으로 처벌을 받을 것도 알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부끄러움을 인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상당히 복잡한 사고과정을 거치고, 그래서 오작동의 기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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