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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영 Aug 08. 2020

[윤리에세이] 좋은 어른들을 위한 윤리적 딜레마 대처법

앎에서 출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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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와 신념이 만나면 사회악이 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홍상수 감독의 2015년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가 떠오르죠. 

영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윤리적 가치관은 사회와 문화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습니다. 물론 인권, 생명, 안전, 정의 등의 보편적 가치들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보편적 가치를 실천적 항목으로 전환시키는 구체적 하우 투how-to가 조금씩 변화합니다, 아니 진보합니다. 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이 변화하고 진보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요.


2019년 7월 17일부로 채용 시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개인정보요구가 전면 금지되었습니다. 이는 채용의 공정성을 기하기위한 변화라고 볼수 있어요. 그렇다면 과거에는 채용의 공정성을 추구하지 않았을까요? 아니요, 역시 공정한 채용의 가치를 추구했습니다. 그러나 조직에 적합한 사람right people을 선발하기 위해 그의 가족환경, 신체조건 등이 영향을 준다고 여기는 사회문화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곽경택 감독의 2001년 영화 ‘친구’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이 학생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출처 : http://www.bs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33919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정말 유명한 대사죠. 집안의 환경도 개인의 역량을 가늠하는 일종의 스펙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 국회의원 딸의 채용비리사건, 모 공기업의 채용비리사건등 일련의 사회적 문제를 겪으면서, 과거에는 당연하던 수순이 지금에는 당연하지 않은 것을 우리는 경험합니다. 보편적 진리를 실현하는 데에는 변화한 사회문화적 요구사항이 반영되어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집니다. 

그래서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윤리적 노력은 앎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사회구성원의 요구사항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비윤리적 행태가 현재 누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미래의 윤리생태계에 어떤 파급이 있을지 알아야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가치관의 실천항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앞서 살펴본 나치즘시대의 아돌프 아이히만은 성실, 충직이라는 보편적 신념을 실천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는 선량한 유태인을 학살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것인지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 없었습니다. 다만 자신의 가치관인 성실과 충직의 신념이 확고했을 뿐이었죠. 올바른 앎이 없는 신념은 잘못된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지속을 가능하게 합니다. 무지와 신념이 만나면 의도성이 결여된 사회악이 탄생합니다. 이 현상이 위험한 또다른 이유는 실행자에게 죄책감과 자기반성이 유발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악행에 대한 자신의 의지가 없었고, 자신은 주어진 업무를 자신의 신념에 의해 수행했기 때문에 악행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는 없다고 생각해요.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일종의 면죄부가 따라붙는 현상이죠. 한나 아렌트가 당부한 바와 같이 자기성찰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무지는 모르는 현상 자체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자발적 무지도 경계해야할 부분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나에게는 전부이지만, 다른 누군가 에게도 전부는 아닐 수 있습니다. 다름을 수용해야 하는 영역은 경험, 생각, 환경, 행동, 비전, 가치기준 등 모든 것을 아우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동일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미래에도 동일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할 것입니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함께 살아가는 가치 말입니다. 


그러나 이 가치를 실천하는 방법은
시대, 사회,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변화해간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합니다.
앎에서 출발해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윤리적 딜레마, 그러나 반드시 정답은 있습니다

두가지 이상의 윤리적 가치관이 부딪치는 상황을 윤리적 딜레마라고 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의미해요. A를 선택하자니 B의 윤리적 가치가 타당하고, B를 선택하자니 A의 윤리적 손해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일 때 이런 딜레마에 빠지기 쉽습니다. 


출처 : https://brunch.co.kr/@evesy/203


중요한 미팅으로 서두르는 당신은 바로 앞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합니다. 목격자는 공교롭게도 당신뿐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지체해도 당신 비즈니스에는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요. 이 미팅이 성사가 되지 않으면 당신 뿐 아니라 회사에 소속된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위험해 집니다. 자, 당신은 신고를 하고 부상자를 돕겠습니까, 아니면 동료들의 생계를 지키겠습니까? 이런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서 명쾌한 판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아요. 그 어떤 것을 선택해도 옳고, 그 어떤 것을 선택해도 부정적 영향이 야기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반드시 우리는 선택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때 만약 그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이 생명, 안전, 인권이라면 어떨까요? 그리고 임직원 모두에게 회사에 경제적 손실이 있더라도 우선해야 하는 가치는 생명과 안전이라고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소통해왔다면 어떨까요? 아마 당신은 이 교통사고 상황에서 구조와 신고에 우선순위를 두었을 것입니다. 이런 의사결정의 흐름은 개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당신에겐 중학생 자녀가 있습니다. 아이가 하루는 고민을 털어 놓습니다. “엄마, 우리반에 왕따가 한 명있는데, 너무 안쓰러워요. 그런데 내가 같이 놀면 나도 왕따를 당할 것 같고, 그냥 무시하자니 내 마음이 불편해요. 어떻게 할까요?” 이렇게 말하는 아이에게 당신은 뭐라고 말해 줄 것인가요? 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실천하자니, 아이의 원만한 또래생활에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아이는 이 두가지 가치관이 상충하며 딜레마에 빠진거죠. 이때 만약 가정에서 차별과 불평등의 부정적 영향을 공유하고, 용기 있는 아이의 행동을 지지한다고 지속적으로 소통했다면 어떠했을까요? 아마 아이는 조금 두려웠겠지만 이내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에게 현상을 이야기하고, 필요에 따라 도움을 요청했을테죠. 



윤리적 딜레마는 늘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선택을 요구하죠. 그러므로 선택의 구체적 기준은 존재해야 합니다. 기업이라면 윤리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파급효과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에 따라 의사결정 기준이 수립되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기업에는 전문성이 기반 된 예측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량입니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어떤 이해관계자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예측해내고, 방지해내며, 이런 고찰을 기반으로 윤리적 원칙이 수립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필요한 역량이 앞서 언급한 공감능력과 시뮬레이션 능력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수립된 윤리원칙은 핵심가치등의 이름으로 공표되고, 끊임없이 소통되어야 합니다. 조직의 최고의사결정권자부터 가장 말단의 직원까지 모두가 동일한 원칙을 알고, 문화전반에 녹여내야 합니다. 그래서 앎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개인과 가정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요즘에는 가훈이 없는 집이 대부분이죠. 그러나 가훈은 기업의 핵심가치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가정 구성원이 윤리적 딜레마에 마주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의 기준이 되는 잣대예요. 가정의 가훈을 정하는 방법도 기업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각 가정 별 윤리이해관계자를 분류해보고, 의사결정이 윤리생태계에 미칠 파급도를 고려하여 핵심적인 윤리원칙을 선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원칙을 인지하고 실천의 노력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가정에서도 역시 앎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설령 알아가는 과정이 고되더라도 말이죠. 


먹고 싶은 것만 먹으면 영양불균형이 옵니다. 건강한 육체를 위해 영양소를 고루 섭취해야 해요.
윤리적 앎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위해서는 보고싶은 것만 보아서는 안됩니다. 다양한 곳을 보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다양한 생각을 하여 고른 가치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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