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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영 Sep 12. 2020

[윤리에세이] 나쁜 선택을 하는 첫번째 이유, 관행

"원래 그래" "다들 그래왔어"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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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출처 http://magazine2.movie.daum.net/movie/36393


우리는 어릴 때부터 착하게 살아라, 거짓말하지 말아라 등의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원칙들을 배우면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 원칙들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요? 


그 이유는 크게
관행, 무지, 무시 그리고 외압의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발생빈도가 높고, 개선이 힘든 이유는 바로 관행입니다. 

관행은 단순히 다른 사람도 하니까 따라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원칙을 지키지 않는 행위가 문화로 자리잡았기에,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원칙을 지키지않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소통된다는 점입니다. 

특정 이슈 혹은 일상 전반에서 윤리적 민감성이 낮기 때문에, 윤리적 이슈를 비판적 사고없이 수용하고 맙니다. 이때 윤리적 이슈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투덜이’ 혹은 돌출행동을 하는 ‘문제아’ 정도로 취급받을 수 있습니다. 비윤리적 상황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보장하기 때문에 잘못된 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인지하더라도 개선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지 출처 : KBS


또한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암묵적으로 합의된 일종의 룰이 문화로 자리잡은 현상입니다. 집단 이기주의집단적 비윤리행위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이런 문화적 관행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m.news.zum.com/articles/43830929


몇 해전 공기업K사는 신입사원 선발을 하게 되는데요, 놀랍게도 최종합격자 518명 전원이 모두 청탁 대상자였습니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은 현실이었습니다. 경쟁률은 10:1이었지만 순수 지원자 5,200명은 그저 들러리였을 뿐이죠. 심지어 청탁대상자는 625명이었으니, 그 중에서도 경쟁이 있었던 모양새입니다. 120여명의 청탁자는 스님, 형사, 교감, 언론인, 국회의원, 공무원, 노조관계자 등 사회 전분야를 망라했었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안쓰러운 형편의 지인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평소 친분이 두터운 지인의 부탁으로, 과거 도움을 받아 고마웠던분의 부탁으로 이런 청탁은 이어졌을 것입니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자신으로 인해 피해자가 생길 것을 알면서도
100% 청탁으로 신입사원이 선발된 이유는 분명

‘다들 이렇게 하니까’ ‘기회가 있는데 안 하는 것은 손해보는 일이니까’
라는 생각이 앞선 결과였을 것입니다.

관행의 단적인 면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사를 통해 모두 입사취소 처리가 되고 청탁공직자들은 재판이 진행중입니다만 ‘단순히 개인의 일탈 행동이었을까?’ 라는 의문으로 기사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만약 관행이었다면 이는 보다 심각한 상황을 시사합니다. 관행은 일종의 문화이기 때문에 단칼에 잘려 나가지 않습니다. 잘라내면 또 자라는 잡초처럼 또다시 나타나는 것을 반복합니다. 그래서 관행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은 강력한 동기와 제도적 뒷받침이 없고 서는 불가능합니다. 

또한 관행은 집단적 행동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죄책감과 책임감에 대한 부담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나만 그런 거 아닌데, 왜 나한테만 그래?” 혹은 

남들처럼 숨길 수 있었는데 내가 운이 나빠서 걸린 거야.” 혹은 

다들 그러는데 왜 이리 예민하게 굴어?” 

라고 윤리불감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죄를 짓고도 뻔뻔한 그들의 모습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한번 강조하건 데 그렇다고 비윤리적 행위가 절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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