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었는데 왜 글이 올라오지 않느냐'는 함축적 의미가 담긴 작가 J의 카톡이 지구 반대편 호주로부터 날아왔다. 우리에게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쓸 자격이 생기면서부터 이 매거진의 마지막까지 초심을 잃지 않은 작가 J의 독려 덕에 드디어 우리는 에필로그라는 걸 쓰게 되었다.
이 여행기는 2월 초 여행을 다녀온 후 시차에 완전히 적응되지 않는 상태에서 시작해 2달여의 시간을 꼬박 매진해 온 결과다.
매거진이 스위스 관광청 눈에 띄어 바젤의 매력을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바젤에 한 번 더 초대되면 좋겠다는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했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곧고통이 찾아왔다.글쓰기계의 무지렁이이자 회사원인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정한마감 때마다스스로의 한계에 직면해야 했다.
그럼에도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건 즐거운 경험이었고, 마침내 에필로그를 쓰고 있다는 것 자체로 대만족 중인 상태.J는 벌써 끝이냐며 정색했지만, 끝이다.
연차를 쪼개어 징검다리 휴일을 이리저리 이어 붙여 긴 시간을 날아온 여행자들답게 성실하게 일정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정리하고 보니 아쉬움이 남는 것들을 나열해 본다.
한번 더 바젤에 오게 된다면,
노바티스 캠퍼스 투어가 가능한 주를 고르겠다.
동네 주민들이 가득 들어 차 있는 페이퍼 뮤지엄의 레스토랑과 전시는 놓치지 말아야지.
취리히에 가서는 크리스트 & 간텐바인의 스위스 국립미술관을 보고, 프라이탁 매장을 조금 더 진지하게 둘러볼 거다. 그리고 이번엔 내가 친구에게 밥을 사야겠다.
다음 바젤 여행에는 바이엘러에서 비트라에 이르는 아름다운 길을 걸어볼 수 있는 계절이면 좋겠다.
그 계절에는 모네의 수련이 걸린 전시실 앞 연못에 수련이 가득할 것이다. 모네가 있으니 자코메티도 있겠지.
라인강과는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예정이다.
라인강은 물살이 세니까 수영은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대신 노천카페에 앉아서 라인강을 지겹게 바라봐야지. (헤르조그 아저씨를 만나게 될지 모르니까)
바이엘러에서 비트라로 걸어가는 코스. 스위스/독일 국경을 넘고 포도밭을 지나는 매력적인 길인데, 지도에 따뜻한 기운이 가득하다. 출처 https://www.24stops.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