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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화영 Feb 01. 2021

인생의 황금기를 위하여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 성찰

최근 100세 철학자 김형석 명예교수(연세대 철학과)의 인터뷰가 한 신문에 실렸다. 그는  올해로 102세가 되었다고 하는데 행복에 대한 그의 얘기는 따뜻하면서 공감이 가는 것들이었다. 그가 살아보니까 100세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60세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인생의 열매는 맺는 시기가 바로 60세부터이고 그때부터 90세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항상 공부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몸은 늙지만 정신은 늙지 않을 수 있고 그렇기 위해서는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면 몸도 정신을 따라온다는 얘기다. 결국 나이가 든다는 것은 완고해진다는 것이니 끊임없이 배우는 것으로 그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겠다.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재작년에 일본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디즈니랜드에 꼭 가겠다는 딸아이의 의지에 따라 계획된 가족 여행이었다. 디즈니랜드 인근에 호텔을 잡고 도쿄에서만 4일을 보냈다. 여행 첫째 날 저녁에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아이가 호텔에 있는 스탠드 조명에 손을 데인 것이다. 캐릭터 조명이 예뻐 보였는지 손가락을 조명 안으로 넣어서 만져보려다가 뜨거운 전구에 화상을 입은 것이다. 전구를 손으로 만지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딸아이가 알게 되었다. [켜져있는 전구를 맨손으로 만졌더니 화상을 입었다. -> 전구가 켜져 있을 때는 손으로 만지만 안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 다시는 전구를 맨손으로 만지지 않는다.] 아이가 경험한 것처럼 우리는 일종의 프로세스를 거쳐 학습을 하게 된다. 학습 심리학자 콜브(Kolb)는 이것을 학습바퀴(Learning Wheel) 모델로 설명하고 있다.

콜브(Kolb)의 학습바퀴(Learning Wheel)


학습바퀴(Learning Wheel)를 간단하게 설명해 보면 먼저 구체적인 경험을 한다, 이를 성찰하고 개념화한다, 그리고 반영해서 행동한다. 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찰이다. 자신이 한 일을 되돌아보지 않는다면 학습바퀴는 굴러갈 수 없다. 왜 손에 화상을 입었는지 생각해 보지 않는다면 그 일은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우리가 일을 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나는 직장생활 주니어 때 임원교육 담당자를 꽤 오랫동안 한 적이 있다.
매월 진행되는 임원 교육의 주제를 정하고 강사를 섭외하는 것이 일이었다. 주로 섭외했던 강사로 대학 교수님들이 많았는데, 섭외를 위해서 그분들과 미팅을 진행하는 것이 항상 어려웠다. 교수님과 미팅에서는 강의를 요청하게 된 배경과 희망하는 주제, 기대하는 내용 등을 설명하면 되는데, 매번 미팅이 끝나고 나면 원하는 바를 잘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서 후회가 되곤 했다. 하지만 다음 미팅에서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여전히 교수님과의 미팅은 힘들고, 미팅이 끝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았다. 그것이 반복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긴장되는 교수님과의 미팅이 끝나고 그냥 빨리 그 순간을 잊어버리고 싶었던 나의 태도에 있었다. 미팅에 대한 성찰이 없이 불편한 마음을 빨리 잊어버리고 싶었던 것이 나의 성장을 막았던 것이다. 이유를 깨닫고 나서부터는 섭외 미팅이 끝나고 나면 바로 시간을 내서 2가지를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오늘 미팅에서 잘했던 것과 부족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다음 미팅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 이후부터는 조금씩 미팅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교수님과의 미팅에 대한 심적 부담도 줄고, 끝난 이후에는 만족감도 높아졌다. 성찰이 학습 바퀴를 돌아가게 하고, 그것이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한 것이다.    

성찰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찰할 수 있을 텐데 나는 다음과 같은 방식들을 활용한다.

첫 번째는 하루를 성찰하는 방법으로 매일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다. 잠자기 전 10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서 스마트폰 메모 어플에 일기를 쓰는데 3년 정도 해오고 있다. 감사일기를 통해 오늘 하루를 성찰해보는 것은 하루하루의 경험을 성장의 기회로 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감사일기는 삶에 대한 긍정성을 높여주는 데도 도움이 된다. 종교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매일 3가지의 감사할 점을 찾는 것으로 삶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철학을 권하다'의 저자 줄스 에반스는 자기 성찰과 일기 쓰기를 이용하여 무의식적인 마음과 반응을 의식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하는 많은 행동들은 무의식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텐데 무의식을 의식으로 끌어내는 것으로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우리가 성장하는데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학습한 것을 성찰하는 방법이다. 나는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고 나면 항상 '배느실'을 작성한다. 독서나 강의를 통해서 내가 배운 것, 느낀 것, 그리고 앞으로 실천할 것을 작성해 보는 것이다. 어느 날인가 흥미로운 책이 있어서 읽고 있는데 한참 읽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책이었다. 그냥 읽거나 듣는 것은 쉽게 잊혀 진다. 배느실을 작성하는 것은 내가 배운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좋은 성찰 방식이다.

세 번째는 업무에서의 성찰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진행하는 일은 팀으로의 성찰이 필요하다. 나는 주로 ERRC를 사용한다. 우리가 이번에 한 일을 향후에 더 잘하기 위해서 제거해야 하는 활동은 무엇인가(Eliminate), 줄여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Reduce), 증가시켜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Raise), 새롭게 추가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Create)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런 질문들을 통해서 함께 일을 진행한 동료들과 생각을 나누고 이를 팀 차원의 성장의 기회로 삼는 것이다. 최근에는 AAR(After Action Review)라는 도구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김형석 교수는 이렇게 얘기한다. "지역의 유지라는 사람들인 장관을 지낸 사람이나 교수를 지낸 사람들을 만나보면 보다 정신이 늙었다는 것을 느낀다. 그 이유는 공부를 안 하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에는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의 건강을 위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김형석 교수는 인생의 황금기를 60세부터라고 했다. 인생의 황금기를 위해서 나의 학습바퀴(Learning Wheel)가 멈추지 않도록 성찰의 도구들을 활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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