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화영 Jan 28. 2021

행복감을 느끼는 주된 원천

좋은 인간관계를 위한 두 가지 생각

최근에 나의 아내와 처형(아내의 둘째 언니)간의 사이가 냉랭하다. 처형은 우리집과 5분 거리에 사시면서 나의 딸아이를 돌봐주고 계신데, 둘 사이가 안 좋아지면서 아내는 처형 집에 가는 것을 스스로에게 금지시킨 듯하다. 매일 처형 집에 가던 아내는 벌써 한 달째 가지 않고 있다. 그 덕분에 온갖 심부름은 내가 도맡아 하게 되었다. 아침에 아이를 맡기고 저녁에 데려 오는 일, 반찬을 받아오고 빈 그릇을 가져다주는 일 등 하루에도 두세 번은 처형 집에 다녀온다. (최근에 회사를 그만둔 나에게 때마침 중요한 일이 맡겨진 것처럼 열심히 아이와 반찬을 배송(?)하고 있다.)

나는 작년에 회사에 재직 중일 때 퇴근 이후 개인적인 시간을 내서 후배들에게 커리어코칭을 진행했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있는 후배들을 도우면서 나의 코칭 경험도 좀 더 쌓아 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2년 동안 꽤 많은 후배들과 코칭을 진행하였다. 나에게 코칭을 받았던 후배들 중에 A님과의 마지막 대화가 기억에 남아있다. 여섯 번의 코칭 시간을 통해서 A님의 흥미, 적성, 성격 등을 찾고, 희망하는 커리어를 얻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까지 비교적 잘 진행되었던 코칭이었다. 마지막 코칭 시간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혹시 더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는지 질문을 했는데, A님은 의외의 고민을 털어놨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팀에서 선배 한 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선배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 선배와 6개월 정도 함께 일하고 있는데 선배의 행동들이 너무 신경이 쓰여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선배는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으면 금방 감정적으로 표현하고, 며칠 동안 A님에게 말을 안 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둘이서만 하는 프로젝트인데 선배와의 관계 때문에 일에도 집중하기 힘들다고 했다. A님은 향후 커리어를 위해서 현재 팀에서 2년 정도는 더 일하고 싶은데 그 선배 때문에 부서 이동을 팀장님에게 요청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작년에 한 취업포털에서 퇴사한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퇴사 이유 1위는 '상사, 동료와의 갈등'이었다.(잡코리아, 2020) 직장 생활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심리학 연구에서 인간의 행복감을 가장 일관성 있게 예측하는 요인도 바로 '인간관계'이다. 좋은 인간관계가 행복의 주된 원천이면서 동시에 불행을 초래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직장 동료 간에 건 가족 간에 건 인간관계에 따라 내가 느끼는 행복감이 달라진다는 것이니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좋은 인간관계를 위한 두 가지 생각 

나는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서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상대를 '난로'처럼 대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난로가 겨울 캠핑 갈 때나 함께 가지고 가는 것이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겨울철 난방기구였다. 어떤 난로든 마찬가지겠지만 너무 멀리 있으면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없어서 춥고, 너무 가까이 가면 옷을 태워먹거나 화상을 입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난로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 동료 간에도 상대의 생각과 행동의 자유를 허용해 줄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생각하면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 간에 친밀하려다 보면 간혹 너무 가까워져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것은 가장 친밀한 관계인 가족 간에도 마찬가지이다. 의도적으로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가족에게서 확보하는 것이 가족관계에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상대에게 완벽을 바라지 않는 마음이다.      
우리는 본인보다 상대에게 더 완벽함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대를 잘 알거나 친할수록 그 기대감은 높아진다. 나는 조금 늦더라도 상대는 약속 시간을 지켜주길 기대하고, 내 방은 잘 청소하지 않지만 딸아이가 자기 방을 잘 정리했으면 한다. 이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사, 동료에게 업무와 관계에서 완벽함을 기대하고 그 결과에 곧잘 실망하곤 한다. 우리가 상대에게 기대하는 수준을 완벽함에서 조금 낮추면 좀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얘기로 A님과의 마지막 코칭 대화를 마무리했다. A님의 얼굴에 살짝 희망의 미소가 비치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인간관계를 위한 두 가지 생각은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과제들이다. 나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것이 어려운 인간관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A님이 선배와의 어려운 관계를 풀어가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본인에게서 해결 방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기를 기대해본다.

지난 토요일에 아내와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아내가 커피우유 3개 묶음을 카트에 담길래 "이거 안 좋아하잖아?"라고 물었더니 "언니 갖다 주려고. 언니가 좋아하잖아."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어떤 문제든 오래 묵으면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너무 늦지 않게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 또한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자율적인 것은 항상 좋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