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회사에 유머가 필요할까?
긍정적 정서가 중요한 이유
회사에서 꽤 오래전에 조직문화 진단을 외부 컨설팅사로부터 받은 적이 있었다. 이 컨설팅 사는 프랑스 소재의 조직문화 전문 컨설팅 회사였다. 그들은 우리 회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직문화를 가져야 하는지를 제안하고 현재 회사의 조직문화 수준이 어떤지를 진단해 주었다. 그들의 진단에 의하면 회사는 '기업가형' 조직문화가 필요한데 현재는 '학자형' 조직문화를 갖고 있었다. 그 진단 결과 보고서 내용 중에 흥미로웠던 것은 회사 문화에 '유머'라는 문화코드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유머? 내가 생각해봐도 회사 문화에 유머가 부족한 것 같기는 한데, 왜 회사에 유머가 필요할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이 진행했던 많은 실험 중에 인간의 인지능력과 관련한 실험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실험 참가자들에게 압정과 성냥 한통, 양초 한 자루를 주고 촛농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끔 양초를 벽에 붙이라는 요구와 같은 실험이다. 이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창의력이 필요하다. 먼저 통에 있는 성냥을 모두 쏟아 내고, 그 통을 벽에 압정으로 고정시킨 후에 양초를 세우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실험 전에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재미있는 만화책을 보게 한 그룹, 혹은 긍정적인 단어들을 소리 내어 읽게 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확률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이 과제 외에도 사람의 긍정적 감정은 모양을 구분하는 문제나 패턴을 추론하는 문제에서 인간의 사고력을 더 빨라지게 만들었다. 심리학자 바버라 프레드릭슨에 의하면 부정적 감정은 우리의 인지 능력을 협소화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긍정적 감정은 사고를 확장하고 새롭고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자녀에게 중요한 시험이 있기 전날이라면 그들이 좋아하는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자게 하는 것이 시험을 잘 치르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정서는 기능적이다'
찰스 다윈은 정서가 우리의 삶과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중요한 시험이나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왠지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는 불안 등의 부정적 정서가 생기는 것이 인간에게 당연한 것이다. 그런 부정적 정서 때문에 혹시 내가 준비한 것에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혹은 빠트린 내용은 없는지를 다시 보게 된다. 즉, 진화론적인 측면에서 그런 행동이 인간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정적 정서는 기존의 방식보다 신중한 정보처리를 촉진하기 때문에 속임수, 조정, 인상관리, 고정관념 등의 영향을 덜 받게 한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 행동을 확장해 나가는 데는 양초 실험에서 봤던 것처럼 긍정적 정서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직에서 긍정적 정서가 필요한 이유
긍정심리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개념 중에 '긍정 비율(Critical Positive Ratio)'이라는 것이 있다. 바바라 프레드릭슨과 마셜 로사다 교수가 '긍정이 조직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처음으로 소개한 개념이다. 두 교수의 연구는 사무실 내에서 구성원 간 대화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통해서 진행했는데, 연구의 핵심 주장은 "성공한 조직에는 그렇지 못한 조직보다 칭찬과 긍정의 대화가 많았으며, 최소한 긍정이 부정의 약 3배(긍정 2.9 : 부정 1)의 비율로 높았다"는 것이다. 이 비율은 연구자의 이름을 따서 '로사다 비율'이라고 불려지기도 한다. 회사 구성원 간의 대화를 분석해서 그 비율을 따져보면 그 조직의 성공 여부를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얘기이다.
찰스 다윈의 주장처럼 사람이나 조직은 본능적으로 부정적 정서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구성원의 창의력을 높이고,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 긍정적 정서를 갖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도적 노력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코로나 국민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21. 1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자살 생각 비율'은 코로나 이전에 4.7%에서 13.4%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 외에 우울 위험군은 전체에서 20.0%, 불안 위험군은 16.3%에 달한다고 한다. 코로나 상황이라는 외부적 자극에 의해 가정이나 조직에서 부정적 정서를 느끼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정서는 의도적 노력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인정하고 칭찬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상대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긍정적인 감정이 생긴다는 것을 누구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가족끼리 매일 저녁 감사 일기를 쓰고 공유하는 것이나 조직에서 동료 간 칭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과 같은 노력들을 해볼 수 있다. 그것이 어렵다면 매일 아침 주변 사람들과 따뜻한 인사를 나누는 것 정도는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코로나 환경처럼 부정적 정서가 팽배해질 수밖에 없는 요즘 가정이나 조직에서 칭찬, 인정, 감사, 유머와 같은 긍정적인 정서를 만들기 위한 방법들을 찾고 시도해 보는 노력들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