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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화영 Mar 09. 2021

변화를 이끌 때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

사람에 대한 이해

몇 년 전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도입한 적이 있었다.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디자인씽킹이라는 새로운 업무 방식을 준비한 것이다. 이 일을 추진하는 전담부서에서는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서 디자인씽킹을 왜 도입하게 되었는지, 그 내용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업무에 적용해 나갈 것인지를 비교적 상세하게 안내해 주었다. 과거에도 몇 차례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라는 것을 접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좀 당황스러웠다. 갑작스럽기도 했고 왜 새로운 업무 방식이 필요한지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몇 차례 사내 게시판과 이메일을 통해 추가적인 안내가 있었지만 관심을 갖기는 어려웠다. 다른 구성원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는 잘 정착되지 못하고 구성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왜 구성원들은 회사의 의도대로 변화하지 못할까?

회사는 구성원들의 변화를 언제나 희망한다. 식당에서 잔반을 줄이는 것부터 회의나 소통 등의 일하는 방식까지 회사는 의도한 방향으로 구성원들의 행동 변화를 요구한다. 그런데 실제 변화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실질적인 구성원들의 변화를 이끌려면 먼저 사람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임상심리학자 프로차스카와 디클레멘트는 변화에 성공한 수천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사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행동변화단계모델'로 정립했다. 이 모델에 의하면 인간의 행동 변화는 일정한 단계를 밟으면서 진행된다. 무관심 단계부터, 관심, 준비, 실행, 유지 단계까지 총 5개의 단계에 걸쳐서 변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는 흡연가가 금연을 위해 변화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처음에는 금연에 대해 무관심한 단계에서부터 시작한다. '옆 동네에 사시는 90세 할아버지는 매일 담배 한 갑씩을 피운다더라'처럼 건강과 흡연은 무관하다는 생각 등을 갖고 금연에 관심이 없는 상태에 있다. 이 흡연가가 어떤 이유에서든 '나도 금연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관심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이후에 금연을 위한 준비단계, 실행단계, 그리고 유지단계로 변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변화의 움직임이 항상 앞으로만 이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흡연가가 금연을 위해서 몇 가지 노력을 통해 실행단계까지 갔다가도 다시 포기하고 무관심 단계로 이동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즉 행동변화단계는 직선적 모형이 아니라 여러 차례 앞뒤로 이동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나선형'의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화를 위해서는 변화 대상자가 현재 어느 단계에 있는지 파악하고, 다음 단계로의 이동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로지 의지에만 의존해서 사람의 행동 변화를 희망하는 것은 실패를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프로차스카와 디클레멘트에 의하면 변화에 성공한 사람들은 그 문제가 어떤 것이었든 간에 모두 같은 길을 통과했다고 한다. 만일 회사가 구성원의 변화를 희망한다면 먼저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다음 단계로의 이동을 위한 노력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씽킹을 도입하려는 회사의 구성원들은 현재 어느 단계에 있을까?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행동변화단계에서 무관심 단계에 있을 것이다. 새로운 업무 방식은 나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구성원들이 많을 것이다. 회사의 변화 노력은 대부분 무관심 단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렇다면 무관심 단계의 특징은 무엇이고 다음 단계로의 이동을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무관심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변화하기를 원한다.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다. 새로운 업무 방식인 디자인씽킹은 나와는 무관한 일이다라고 부정하거나 회사에서 잠깐 캠페인 하다가 없어지겠지라고 생각한다. 혹은 우리 회사에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처럼 무관심 단계에서는 부정, 최소화, 합리화 등의 방어기제가 흔히 나타난다고 한다. 프로차스카와 디클레멘트는 이 단계에서 접근해 볼 수 있는 변화 노력으로 3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첫 번째는 '의식의 고양'이다. 변화 대상자에게 현재의 문제에 대한 정보를 늘려주는 것이다. 심리치료에서 무의식을 의식화하도록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흡연자에게는 흡연이 건강에 안 좋다는 과학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나 회사 구성원에게는 현재 일하는 방식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변화 대상자가 문제에 대해서 자각하도록 돕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 사회적 해방'이다. 변화 대상자의 외부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흡연자에게는 금연 공간을 늘리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새로운 업무방식을 도입하고자 하는 회사는 구성원들의 업무 시간 10%를 반드시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규정하는 것 등도 가능하겠다. 마지막은 '주변의 도움'이다. 관심을 갖고 변화 대상자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을 동원하는 방법이다. 흡연자에게는 금연자 모임에 가입하는 것을 통해 치유적 연대를 활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나 업무를 진행하는 데 문제가 있는 팀에게 전담 부서에서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 되겠다. 무관심 단계에 있는 변화 대상자에게는 자의든 타의든 문제를 깨닫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변화를 이끌려면 필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

'행동변화단계모델'은 변화에 성공한 사람들이 어떤 단계를 거치게 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보통 우리는 사람의 변화를 이성적으로만 접근하려고 한다. 변화의 목적과 방향, 향후 계획 등을 정교한 논리로 설명하면 변화 대상자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접근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도서 스위치에서 칩 히스와 댄 히스 형제는 변화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변화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들의 접근 방식은 '분석하고, 생각하고, 변화하기'가 아니라, '보고, 느끼고, 변화하기'이다. 변화는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고, 이성만으로 변화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누군가의 변화를 이끌고자 한다면 먼저 사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변화 대상자의 감정을 건드릴 수 방법들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하겠다. 그때 변화는 가능한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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