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화영 Feb 13. 2023

이직한 회사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내부자가 되는 것

입사한 지 5개월 된 직원과 퇴사 면담을 했다.


그 직원은 작년 9월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했으니까 근무한 지 약 5개월쯤 되었는데 퇴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인사팀장과 면담을 한다는 것은  이미 고민의 단계를 지나 마음의 결정이 모두 끝난 경우가 많다. 이 직원이 퇴사를 하겠다는 이유는 2가지이다. 먼저 현재 부서에서 일하는 방식이 체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 회사에서는 비교적 시스템이 잘 갖춰진 환경에서 체계적으로 업무를 진행했는데, 여기서는 근본  문제를 바꾸지 않고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만 일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 방식이 본인에게 익숙하지 않다 보니 일을 하면서 실수가 생기고 선배에게 지적을 받는 상황들이 자주 있어서 스트레스가 되었다고 한다. 업무를 같이 진행해야 하는 선배와도 갈등이 있었다. 업무를 인수인계받을 때부터 문제였다. 본인은 정리된 인수인계서를 통해서 업무를 인수받기 원했는데, 선배는 구두로만 일을 넘겨줬다는 것이다. 간혹 그 선배는 대화 중에 인신공격성 발언도 했다고 하니 이것도 스트레스가 되었을 것이다.  


현재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작은 화장품회사이다. 화장품 업계 특성상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을 편이다. 직원 중 다수를 차지하는 30대 초, 중반의 직원들은 이직을 통해 연봉을 올리고자 하는 니즈도 갖고 있다. 100명 정도 되는 회사 규모에서 작년에 2~30명의 직원이 나갔고, 또 비슷한 규모로 들어왔다. 이직률이 높으면 채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서 회사에 부담이 된다. 직원들 입장에서도 짧은 기간 잦은 이직은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입사한 지 1년이 채 안되어 퇴사하는 조기 퇴사자의 경우에는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회사는 채용할 때 이 직원이 우리 회사와 해당직무에 잘 맞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채용을 결정한다. 지원자 본인도 잘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갖고 들어온다. 그런데, 왜 정착하지 못하고 조기에 퇴사를 결정하는 것일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력사원의 특징


작년에 새로 영입된 임원이 한 분 계셨다. 이분은 회사가 기존에 잘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길 기대하며 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영입된 임원이다. 몇 차례 만나서 설득하고, 입사 조건을 조율해서 결국 다른 회사를 포기하고 우리 회사로 입사하기를 결정하였다. 이렇게 새로 들어온 A상무는 굉장히 의욕적이었다. 입사하자마자 조직을 진단하기 위해 직원들을 인터뷰하고 전사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를 통해서 회사의 문제점을 정리하고 대표에게 새로운 일들을 제안하였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 직원들과 갈등이 있었고 대표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1년이 채 안 되는 시점에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이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입사하면 먼저 이 회사가 기존에 해오던  방식들을 바꾸려고 한다.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들을 기준으로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평가하고 고쳐야 하는 점들을 찾아낸다. 특히 큰 기업을 경험한 사람들은 더욱 많은 내용을 지적하고 바꾸려고 한다. 업무 프로세스나 시스템을 지적하고 심지어 기존 직원들의 역량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들은 기존 직원들이 어떤 이유와 환경 때문에 이렇게 일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소홀하다. 뿐만 아니라 빨리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도 가지고 있다. 회사가 본인의 경험과 역량을 인정해서 채용했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서 성과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회사의 현재 상황과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제대로 파악하기보다는 성급하게 업무를 제안하거나 추진하려고 한다. 이렇게 새로운 업무 방식을 도입하면서 기존 직원들과의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은 잘해야 한다는 부감감을 너무 크게 갖는다. 무언가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때로는 고민의 시간이 길어져서 제때 보고를 못하기도 하고, 본인이 잘해야 하는 영역에서 벗어나서 무리를 하게 되기도 한다.


직한 회사에 잘 적응하려면? 우월감, 조급함, 부담감을 줄여야 한다.


기존 직원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급함 보다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업무를 계획하고,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가며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 본인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낮추고, 회사의 성장과 동료의 성과에 기여하는데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로운 조직에 들어가서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다면?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배우 조승우가 검사 역할로 나온다. 그 검사가 본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마지막에 했던 것은 영화 제목처럼 내부자가 되는 것이었다. 최근 크게 흥행한 영화 '아바타'에서는 숲에서 살던 부족이 '물의 부족'이 사는 곳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동한 후에 이들이 처음 했던 것은 물의 부족의 '삶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배우는 것이었다.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면 그곳의 여러 가지 면이 이상해 보일 수 있다. 과거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하면 당연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비평가가 아닌 내부자가 되는 것이다. 변화라는 것은 대부분 이성의 문제라기보다는 감성의 문제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먼저 그들과 같은 소속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 만일 어떤 조직에 새롭게 합류하게 된다면, 먼저 어떻게 내부자가 될 수 있을지 그 방법부터 고민해 보자. 그것이 본인의 적응과 조직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늦은 첫 번째 이직을 통해 내가 얻은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