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조직에서 일하는 원칙을 만드는가?
조직문화 활동의 목적
마을에 큰 돌덩어리가 떨어졌다.
사람들이 지나다니기에 불편하다. 마을에 살던 대장장이가 길을 지나가다가 돌덩어리를 발견하고 치워보려고 밀어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 뒤에 길을 지나던 방앗간 주인도 밀어보고, 생선가게 주인도 밀어보지만 모두 실패한다. 마을 사람들은 길을 지나가다가 생각날 때마다 한 명씩 밀어 보지만 끝내 돌을 치울 수가 없었다.
우리가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는 이유는 시너지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모여서 무언가를 했을 때 두 사람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야 조직으로서 의미가 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여러 사람의 협동 정신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학교 체육대회마다 줄다리기 경기를 했었다. 항상 꽤 큰 시상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출전하는 팀마다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열심히 연습해서 대회에 참가한다. 힘이 센 아이를 가운데 쪽에 배치하기도 하고, 구호에 맞추서 줄을 당기거나 혹은 처음부터 줄을 잡고 뒤로 넘어지는 방식으로 힘을 주는 연습을 하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줄다리기에서 이길 수 있을까?
물론 힘이 센 사람이 많으면 이길 가능성이 높겠다. 하지만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경기를 한다면 어떨까? 줄다리기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당기는 줄의 방향을 맞추는 것이다. 아이들이 당기는 줄의 방향이 다르다면 힘을 모을 수가 없다. 정확하게 일(一) 방향으로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줄을 당겨야 한다. 두 번째는 줄을 당기는 방식을 통일해야 한다. 어떤 아이는 구호에 맞춰서 당기고, 어떤 아이는 뒤로 넘어지는 방식으로 줄을 당긴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들의 힘을 모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하는 게임인 줄다리기에서 이기려면 줄의 방향을 맞추고, 줄을 당기는 방식을 통일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조직에서도 이와 같은 노력들을 한다. 조직이 가고자 하는 목표점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일할 때 지켜야 하는 원칙들을 세운다. 애플이나 삼성 같은 큰 기업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타트업들도 일하는 원칙을 정해 놓는다. 신선식품 유통회사인 마켓컬리는 컬리웨이를 가지고 있고, 핀테크회사 토스는 최근에 핵심가치 3.0를 정립하여 선포했다. 사업을 시작하지 얼마 안 된 더 작은 스타트업들도 일하는 원칙을 만든다.
우리는 이런 원칙을 만드는 것보다는 실천되도록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일하는 원칙이 실현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회사 홈페이지나 채용사이트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정도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회사의 중요한 이벤트가 있을 때 경영자의 말에서 일회성으로 언급되는 정도에서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정작 회사에서 실행하는 조직문화 활동 등의 노력들은 일하는 원칙의 내용과 무관한 것들이다. 구성원들을 위해 리조트 혜택을 늘리거나 일하는 환경을 개선하는 등 단순히 구성원들의 복지 혜택을 위한 노력을 한다. 혹은 조직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
조직에서 실행하는 조직문화 활동에서 가장 우선 되어야 하는 것은 일하는 원칙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들이어야 한다. 우리 조직의 일하는 원칙을 잘 실천할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채용 평가 항목을 수정해야 하고, 이미 조직 내에서 잘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인정하고 보상하기 위해 평가항목에 반영해야 한다. 일하는 원칙과 관련된 교육을 만들어서 구성원들을 육성해야 하고, 업무를 진행하는 물리적인 환경도 이에 맞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협업과 관련된 원칙이 있다면 협업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교육을 실행하고, 협업을 위한 소통 공간을 만들어 주거나 파티션을 조정하는 등의 업무 환경 변화를 위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조직문화 활동은 그때그때 유행하는 것들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한 원칙이 실천될 수 있는 구체적인 노력이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행위만 남고 목적이 사라지게 해서도 안된다. 수평조직을 만들기 위해 직급을 제거하고 호칭제도를 바꿨지만 여전히 업무는 수직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소통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회의체를 만들어 운영하지만 회의시간 대부분이 리더의 발언으로 채워지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일하는 원칙과 관련한 어떤 활동을 할 때는 항상 그 목적이 함께 설명되고 강조되어야 한다.
우리는 왜 일하는 원칙을 정하고 구성원들에게 지키라고 하는가?
일하는 원칙은 애초에 구성원들을 평가하고 보상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든 것이 아니다. 조직의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줄다리기 경기에서 상대팀을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우리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을 평가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조직에서 그들의 노력을 한 방향으로 모으고, 각자의 힘을 모아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서 일하는 원칙을 세운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을에 떨어진 돌을 해결하기 위해 리더가 해야 하는 일은?
먼저 리더는 돌을 옮겨갈 목적지와 방향을 정한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두 가지를 알려줘야 한다. 돌을 치우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하다는 사실과 우리가 힘을 모으면 치울 수 있는 자신감이다. 이렇게 마을사람들에게 돌을 치워야겠다는 동기가 만들어졌으면 이제는 각자의 힘을 한데 모으기 위한 공통된 방식인 일하는 원칙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행이 남았다. 리더가 먼저 원칙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을 사람들의 실행을 독려해야 한다. 결국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리더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어떻게 구성원 각자의 힘을 한데 모아 조직의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레거시 조직이든 스타트업 조직이든 조직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라면 모두 해당하는 얘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