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가 속해 있는 회사에서는 직원을 채용하기 위한 면접이 매주 진행된다. 업무가 늘어난 부서에서는 인원을 늘려달라고 하고, 퇴직한 인원이 있는 부서에서는 충원을 요청한다. 회사의 사업이 성장하고 있기도 하고, 직원들의 이직률도 높은 편이라서 인사팀은 채용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 채용을 위한 면접 장면에 들어가 보면 아쉬운 지원자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면접관의 질문을 잘 듣지 않고 본인의 생각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모범적인 답변이지만 외워서 얘기하는 듯한 사람도 있다. 심지어 답변하는 중에 본인의 감정이 올라와서 눈물을 보이는 지원자도 있다. 다양한 지원자들을 대략 한 시간 정도의 면접을 통해서 판단하고 합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채용을 요청하는 부서장들은 매번 좋은 사람을 빠르게 뽑아달라고 요구한다.
채용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것들
채용을 진행하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일을 맡겨도 잘할 것 사람이나 여러 가지 조건이 완벽하고 회사에 헌신할 것 같은 사람을 뽑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채용의 목적이 완벽한 사람을 뽑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채용의 목적은 회사와 직무에 적합한 사람(Right People)을 뽑는 것이다. 그래서 채용 담당자는 JD(Job Description)를 쓰는데 공을 들여야 한다. 채용하고자 하는 부서장과 충분히 대화를 나눠서 뽑고자 하는 사람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직무전문성(경험과 역량)을 이해하고, 그 내용을 뾰족하게 정리해야 한다. 작성한 JD를 기준으로 적합한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이 채용이어야 한다.
면접장에 들어온 지원자를 검증할 때는 그의 의지보다 구체적인 경험을 확인해야 한다. 요즘 지원자들은 정말 답변을 잘한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답변을 듣고 있으면 어쩜 저렇게 답변을 잘하는지 싶다. 하지만 우리는 면접관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잘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다. 해당 직무에서 요구하는 것을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면접을 본다.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지원자의 미래 약속보다는 과거에 어떻게 해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BEI(Behavioral Event Interview) 같은 방식으로 지원자의 과거 행동 안에서 필요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면접을 진행하기도 한다.
함께 면접을 보는 면접관들의 기준을 동일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 한 명이 아닌 다수의 면접관이 면접을 본다. JD를 기준으로 면접을 진행하더라도 면접관들마다 본인의 암묵적인 기준으로 면접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복숭아를 놓고도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달콤하게 볼 수도 있고, 만지기도 싫어할 수 있다. 동일한 지원자를 면접관마다 다른 기준을 본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원하는 직원을 뽑을 수도 없다. 면접관들은 면접 전에 대화를 통해 채용 기준을 공유해야 하고, 면접 후에는 리뷰를 통해 서로의 눈높이를 계속 맞춰나가야 한다.
적합한 사람을 채용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실 적합한 사람을 뽑았는지는 일정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다. 안타깝게도 회사나 직무에 잘 맞지 않아서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퇴사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 내가 속해 있는 회사에서 작년 한 해에 퇴사한 인원을 분석해 보면 입사한 지 1년 미만인 경우가 20% 가까이 된다. 채용 부서에서 원했던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거나 회사의 일하는 방식이 입사자에게 안 맞는 경우도 있고, 함께 일하는 상사나 동료와의 갈등이 퇴사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들로 입사자가 조기에 퇴사를 하게 되면 회사는 결과적으로 채용에 실패한 것이 된다.
글로벌 인재교육기관 리더십IQ에 따르면 전체 신규 채용자 중에 19%만이 채용에 성공하고 81%는 실패한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채용에 실패하는 이유의 11%는 직무 문제이고 나머지는 조직적합도나 업무태도 등의 문제라는 것이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이곤젠더와 제네시스 어드바이저의 조사결과도 비슷하다. 경력직 리더의 가장 큰 실패원인은 역량이나 기술부족이 아니라, 조직문화와 사내정치에 있다는 것이다. 조사 응답자의 70%가 조직규범과 관행에 대한 이해 부족을, 65%는 조직문화에 대한 적응부족을 실패원인으로 꼽았다.
채용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
우리는 회사에 입사하겠다는 지원자를 평가할 때 해당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를 중심으로 보게 된다. 하지만 그것과 더불어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은 우리 조직에 적합한지 여부이다. 지원자가 일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일을 접근하는 방식은 무엇인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문제는 어떤지 등을 질문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일할 때 편한 상황과 힘들어하는 상황 등을 지원자의 경험 안에서 확인해야 한다. 직무적합도뿐만 아니라 조직적합도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원자의 장기적인 가능성 또한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사람은 기능이 정해진 완성품이 아니다. 현재가치와 더불어 미래가치를 평가해줘야 한다. 현재 경력사항도 중요하지만 지원자의 개인적인 관심사나 꿈 등을 확인해서 성장 가능성을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채용이 결정된 이후에도 중요한 것이 남아있다. 회사가 지원자를 채용하겠다고 확정한 이후부터는 더 이상 평가의 시간이 아니다. 새로운 조직 구성원이 회사에 잘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신규 입사자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해야 한다. 업무 관련된 정보뿐만 아니라 조직과 팀 내 역학 관계에 대해서도 알려줘야 한다. 또한 입사 초기에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해서 회사와 Fit을 맞춰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사내 인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리서치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신규입사자의 60%는 회사에 적응하는데 6개월, 20%는 9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회사는 신규 입사자가 잘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 최소 6개월의 시간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에는 사람을 잘 뽑아서 잘 써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사람을 평가해서 채용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채용이라는 것이 뛰어난 기능의 제품을 사 오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조직에서 사람을 채용할 때는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서 기존 구성원과 조화롭게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지원자의 채용이 결정된 이후에는 우리 집 정원에 새로 들어온 나무처럼 잘 돌봐야 한다. 이 나무를 잘못 들여온 것은 아닌지하는 의심은 멈추고,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