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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화영 Nov 30. 2023

변신

중년의 몸으로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나이를 계산하더라도 40대 중반이 되었다. 나이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변화를 통해서도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몸 이곳저곳이 예전과는 달라졌다.


본래 눈이라는 것은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의 거리에 따라 초점을 빠르게 맞춰줘야 하는데, 최근에는 초첨 맞추는 것이 영 쉽지 않다. 지금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책을 보는 안경과 운전할 때 사용하는 안경을 따로 준비해서 사용하고 있다.


머리카락

흰머리가 많아지는 것이야 예상했던 일인데, 콧속에서도 하얀 게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란다. 모발의 힘도 갈수록 없어진다. 젊었을 때는 머리카락이 약간 곱슬기가 있어서 조금만 길어도 머리가 커 보였는데, 요즘에는 아침마다 왁스로 머리에 힘을 주어야 한다.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오후가 되면 머리카락은 점점 가을비에 달라붙은 낙엽처럼 되어간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왜 선배들이 파마를 하는지 이제는 이해하게 되었다.


몸의 회복속도

이건 정말 이상하다. 보통 술을 마시고 나면 바로 다음 날이 가장 힘들고 차츰 괜찮아져야 하는데, 바로 다음 날은 이상하리만치 괜찮고 이틀 뒤가 가장 힘들다. 운동이나 등산을 하고 나서 몸이 회복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회복되는 속도가 예전만 못한 것뿐만 아니라 다르기도 하다.  


세상에서 배라고 불리는 몇 가지 중에 가장 보기 싫은 것을 매일 보게 된다. 대사 기능은 떨어졌는데 먹는 양을 줄이지 않으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소화는 잘  안되고 배는 갈수록 계란 모양처럼 볼록하게 변해간다.


이와 잇몸은 눈에 띄게 약해지고 목에는 주름이 한 두줄 생겨난다. 피부는 건조해지고 예민해져서 겨울에는 매일 크림을 발라줘야 한다. 관절은 무릎, 어깨, 허리 할 것 없이 모두 삐그덕 거린다. 생각해 보면 자동차를 10년만 타도 어딘가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데, 40년 이상을 사용한 사람 몸에 생기는 문제들은 당연한 것이겠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에서 기괴한 갈색 벌레가 되어버리는 주인공과 같은 끔찍한 변신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당혹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삶이 유한하다는 진리를 몸으로 깨닫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또 다른 변화들


예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책들을 이제는 재미있게 본다. 그동안 스토리의 구조나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금방 눈에 들어오는 책들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은 책들도 읽는다. 최근에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을 재미있게 읽었다. 직접적이지 않고 긴 호흡으로 이야기하는 내용들에 더 공감하게 된다.

이제는 어떤 일을 하면 나 자신이 돋보이는 것보다는 그 일의 목적과 대의에 맞게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안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을 좀 더 신경 쓰게 되고, 혼자서 하는 일 보다 함께 해내는 일이 더 가치 있는 것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렇기에 조직에서 일할 때 가장 힘든 일은 사람을 설득하여 움직이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돈 보다는 의미나 가치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좀 더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욕구가 더 커졌다. 본능과 욕구, 충동이 아니라 내 생각과 의지로 살아가는 것이 자유롭게 사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유롭게 사는 것


인생을 살아오면서 40대 중반의 나이에 나타나는 몸의 변화가 나에게는 참 극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예상했던 것보다 큰 변화라서 그런 것일까. 사실 몸의 변화는 결국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변신이다. 인간이 언제나 환경 변화에 적응해 왔던 것처럼 나이로 인한 변화 또한 적응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몸의 변화야 어쩔 수 없지만 남아 있는 내 삶은 좀 더 나의 의지대로 만들어 가고 싶다. 이렇게 새벽 시간에는 나의 생각을 글로 남기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고 싶다. 최근에 생긴 취미인 자전거를 틈나는 대로 타고, 때마다 시간을 내서 산에 오르고 싶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시간 내서 만나고 그들과 속 깊은 얘기를 나누고 싶다. 나의 두 번째 커리어인 전문코치가 되어 누군가의 변화와 성장을 돕고 나도 그들의 어깨에 기대어 성장하고 싶다. 나에게서 멀어져 가는 것을 아쉬워하고 붙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참 허망한 것이다. 나에게 남아 있는 것과 새롭게 얻은 생각들로 좀 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중년의 나이가 나의 인생의 내리막길의 시작점이 아니라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자유롭게 걸아가는 그 시작점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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