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보다 졸성이 낫다.

졸렬한 진실의 힘

by 천화영

요즘은 채용을 위해서 1주일에 3~4명 정도는 면접을 보는 것 같다. 연초에 사업에 필요한 인재를 빠르게 채우려다 보니 면접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면접은 짧은 시간 동안 대화를 통해서 지원자가 적합한 사람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완벽하지 않는 채용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채용을 1시간 내외의 면접을 통해서 진행하고 있다.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지원자가 면접관에게 확신을 주는 것이다. 면접관이 짧은 시간 대화를 통해서 지원자가 적합한 인재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면접관에게는 확신이 필요하고, 지원자는 면접관이 그렇게 판단할 수 있도록 근거를 줘야 한다. 지원자는 ‘내가 이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 맞다.’라는 확신을 근거와 자신감을 통해서 면접관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면접에서 지원자는 본인의 이력을 좋게 포장하거나, 작은 것을 크게 비약해서 표현하게 된다. 자주 듣게 되는 퇴사사유는 성장을 위해서 이직을 하려고 한다는 것과 본인이나 가족의 건강 문제로 그만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원자 중에 이런 경우도 있었다. 본인의 이력에서 중간에 몇 개월 다니고 그만둔 회사를 숨긴 것이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채용하려는 회사에서 알게 되면 왜 말하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교사(巧詐)는 졸성(拙誠)보다 못하다. 교묘한 속임수는 졸렬한 진실만 못한 법이다.”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_신영복


면접에서 들은 지원자의 답변 내용 중에 이런 얘기들이 더 공감이 된다.

"인정욕구가 강한 편인데 상사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퇴사하게 되었다."

"조금 더 안정적이고 조건이 좋은 회사에 다니고 싶었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일을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서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

"회사에서 대기발령이 나서 5개월 간 쉰 적이 있었다."

면접에서는 이런 솔직한 얘기들이 지원자를 더 믿게 만드는 것 같다.


신영복의 도서 ‘강의’에는 교사보다 졸성이 낫다는 사례로 악양과 진서파의 이야기가 나온다. 왕에게 충성을 보이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먹은 악양의 행동보다는 왕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새끼 사슴이 불쌍해서 놓아주는 진서파의 행동이 낫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타인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 교사는 자연스러운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한 현명한 행동은 졸렬해 보이더라도 진실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면접에서 만큼은 맞는 얘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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