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이익을 얻으려고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잘 버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위너라고 인정받는다. 현재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도 돈을 더 잘 벌기 위해 장사에 대한 로망을 갖는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2018년 기준 25%로, 4명 중 1명은 소위 장사를 하고 있다. 이는 다른 선진국보다 매우 높은 편이다. (일본 10%, 미국 6%) 나처럼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20년 정도 된 직장인들도 만약 회사를 그만둔다면 새로운 직장을 얻기보다 장사를 시작하려고 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작은 회사뿐만 아니라 큰 회사들도 구조조정을 실행하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자영업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자기 사업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장사를 시작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은 큰 프랜차이즈 외식사업을 하는 모사장은 처음에 보쌈집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군대에 입대해서 취사병으로 근무했고, 제대 이후에는 음식을 해봤다는 경험을 활용하여 시장에서 작은 보쌈집을 열었다. 처음에는 장사가 잘 안되었지만 결국 자리를 잡아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손님'에게 있었다. 보통의 보쌈집에서는 손님이 들어와서 주문을 하면 고기를 썰기 시작한다. 이 사장도 주방에 있다가 손님이 주문을 하면 보쌈을 준비했는데, 이때 반드시 손님의 얼굴을 확인한 후에 고기를 썰었다고 한다. 손님들을 유심히 살펴본 후에 손님의 나이와 성별에 따라서 보쌈의 다른 부위를 썰어서 나갔다. 연세가 많으신 손님이면 비계가 붙어 있는 부드러운 부위를, 젊은 커플이 들어오면 그들이 좋아할 만한 살코기를 중심으로 보쌈을 썰어서 내놨다. 현재 가게에 재고로 많이 남아 있는 부위나 사장이 좋아하는 부위가 아니다. 손님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장사의 핵심이다. 1인 가구를 위해서 소량 단위로 반찬을 파는 가게, 아이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초인종이 아니라 문자로 알림을 주는 기저귀 배송기사, 시세가 매일 달라지는 낙지를 고객이 원하는 가격이 되었을 때 따로 연락을 주는 사장님이 장사의 핵심을 아는 사람들이다. 장사에서 하는 모든 행동은 '손님 중심적'이 되어야 한다. 제공하는 제품은 말한 것도 없고,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과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낙지를 판매하는 가게를 예로 든다면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의 동선은 어때야 하는지, 손님에게 전하는 인사말과 멘트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가게에서 사용하는 쇼핑백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손님 중심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것은 너무 당연한 듯 하지만 장사를 하는 데 있어서 변하지 않는 핵심이자 본질이다. 이를 잘하기 위해서 사장에게 필요한 것은 2가지이다. 손님에 대한 호기심과 관찰이 그것이다. 우리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은 어떤 사람인지 호기심을 가지고, 유심히 관찰할 수 있어야 '손님 중심적' 제품과 서비스를 생각하고 제공할 수 있다.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손님 중심적' 장사를 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 이겠지만 먼저 방향을 잡아야 한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잡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내가 하는 노력을 거기에 집중할 수 있고, 종국에는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다. 먼저 장사를 하는 '목적'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예를 들면 그 목적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일 수 있고,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또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 주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목적이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장사를 하는 사람과 손님에게 '가치'있는 것이어야 한다. 수산물을 파는 사장이라면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해산물을 저렴하고, 편안하게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 될 수 있겠다.
장사의 '목적'을 잡았다면 다음은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목표는 원대하지만 구체적인 것이어야 한다.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한다. '모든 가정에 개인용 컴퓨터를 놓게 하겠다.' '외국인 여성들의 핸드백에 내가 만든 화장품을 넣겠다.' '목포에서 가장 큰 낙지 도매상이 되겠다.' 만약 목표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뛴다면 그 목표는 잘 정한 것이다. 목적과 목표가 정해졌으면 이제 필요한 것은 '장사하는 방식'을 정하는 것이다. 내가 장사를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3가지 정도 정하는 것이다. 어느 중국집처럼 '맛, 청결, 친절'이나 모 바지락 칼국수 집처럼 '좋은 재료와 정성' 같은 것이 되겠다. 이것은 우리 가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며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되어야 한다.
장사하는데 필요한 3가지 즉, 목적, 목표, 장사하는 방식은 정해진 답이 따로 없다. 사장이 고민해서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한 대로 실행하는 것이다. 특히 장사하는 방식은 정한 대로 일관성 있게 실행해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에게 '이 가게는 이런 가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 한다면 그것은 사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가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종로 번화가 근처에서 근무할 때 가끔 거리에 나가보면 장사가 잘되는 집과 안 되는 집이 확연하게 갈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프랜차이즈 커피숍 보다 새로운 콘셉트의 커피집이 잘되기도 하고, 오픈하자마자 대박이 나는 집도 있었다. 그런데 잘 되는 집이든 안 되는 집이든 6개월쯤 되면 가게가 바뀌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창업 후 1년 이내 1/3이 문을 닫고, 5년 내에는 10곳 중 3곳만 남는다고 한다. 7곳은 폐업을 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생존율이 더 낮을 수밖에 없겠다. 그렇기 때문에 장사를 하는 사장은 가게의 '지속가능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낙지 장사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다. 우선 낙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줄 거래처를 잘 관리해야 한다. 수산물의 특성이겠지만 시기에 따라 잡히는 물량이 다르다 보니 안정적으로 제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팔 물건을 구하지 못한다면 장사 자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공급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자금을 관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출은 갈수록 느는데 외상이 많아진다면 돈이 흐르지 못하게 되어 부도가 날 수밖에 없다. 흑자도산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매월 수입과 지출을 잘 관리하는 것은 가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마지막은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다. 지인 중에 생과일 음료 가게를 하다가 1년 만에 그만둔 분이 계신다. 가게를 시작할 때 구했던 아르바이트 직원이 6개월 만에 갑자기 그만둬 버린 바람에 사장이 6개월 정도 직접 음료를 만들고 서빙하다가 몸이 안 좋아져서 장사를 접었다. 아무리 장사가 잘 되어도 적절한 사람을 쓸 수 없게 되면 장사를 지속할 수 없다. 대부분의 장사는 혼자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장사를 1, 2년 하다가 그만두겠다고 생각하는 사장은 없을 것이다. 오늘 장사가 잘 된다고 해서 앞으로 계속 잘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가게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공급관리, 자금관리, 사람 관리인 것이다.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에 대해서 얘기했다. 장사의 방향을 잡기 위해서 장사를 하는 목적과 구체적인 목표, 그리고 방식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누구나 처음 일을 시작하는 것은 두려울 수밖에 없다. 아이가 처음으로 걷기 시작하기까지 몇 번이나 넘어질까? 처음 걸음마를 시작하는 나이는 보통 13개월에서 15개월 정도인데, 이때까지 아이는 평균 3천 번 정도 넘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법을 알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넘어질 수 있는 용기이다. 앞에서 여러 가지를 얘기했지만 장사를 시작하는 사장에게 필요한 단 한 가지를 얘기한다면 이것이다.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내 수준을 파악해서 성장해 나아가는 용기'. 내가 아는 어느 청년이 경험 없고, 무지의 상황에서 타로 가게를 냈던 그 용기와 시도. 그것이 필요하다.
C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