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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화영 Jul 25. 2020

"술을 끊어서 좋아진 게 뭐야?"

내가 술을 끊어서 얻은 것

"최근에 무슨 큰 사고 쳤어?"

내가 술을 끊었다고 얘기를 듣고 내 주변의 몇몇 분들이 나에게 했던 질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술을 안 마시기는 쉽지 않다. 중요한 일을 끝마쳤을 때 그것의 성과가 좋았건 나빴건 상관없이 술로 뒤풀이를 한다. 주변의 누군가가 승진했거나 퇴사했을 때 혹은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거나 나갈 때처럼 회사에서는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때 항상 술과 함께 한다. 이 같은 회사생활에서 애초에 술을 못 마셨다면 모를까 잘 마시던 술을 끊었다는 것은 동료들이 보기에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나에게도 변화가 필요하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지 어느새 18년이 되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불만족감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만드는 에너지가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대략적인 방향과 계획들을 정했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해 오던 업무를 진행하고 퇴근하는 일상은 그대로인데, 그 안에 새로운 것을 집어넣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일상에서 나만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매일 출근하기 전 새벽 2시간을 나의 시간으로 사용하기를 결정했다. 하지만 전날 술을 마신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지키지 못했다. 계획을 세웠지만 지키지 못하는 날이 반복되다 보니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술을 끊어보기로 결심했다. 어쩌면 새로운 목표가 생겼으니 나의 일상도 새로워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 2월부터 금주를 실천하고 있으니 대략 6개월쯤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

술을 끊으면서 걱정되었던 것은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친구, 선배, 가족 등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술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었는데, 막상 금주를 선언하고 보니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사실 나 하나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모임의 분위기가 나빠질리는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술을 끊어서 좋아진 게 뭐야?"

주변 사람들이 술을 끊어서 좋아진 점이 무엇이냐고 질문들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시간을 충실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술을 한창 마실 때는 저녁 술자리를 위해서 낮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낮 시간보다 저녁시간이 되면 몸에 활기가 들었다. 나의 하루에서 술 마시는 시간이 메인이 되고 나머지 시간들은 그것을 기다리는 시간 정도가 되어 버린 것이다. 술을 끊음으로써 그것을 되돌릴 수 있게 되었다. 일과시간이 나의 메인 시간이 되고, 과거보다 그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새벽 2시간을 나의 시간으로 보내겠다는 약속도 비교적 잘 지키게 되었다.    

두 번째로 금주를 통해 얻은 것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을 심리학에서는 자기효능감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이는 어떤 상황에서 일을 잘해 낼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 정도를 말한다. 중요한 시험을 잘 보는 것, 많은 대중 앞에서 발표를 잘하는 것, 운동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등 우리가 무언가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기효능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Bandura는 자기효능감을 갖기 위해서 3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성공했던 경험, 롤모델, 그리고 타인의 긍정적 기대가 그것이다. 내가 술을 끊겠다는 목표를 하루하루 지켜나갈 때마다 나에게는 작은 성공경험이 쌓인다. 금주에 성공했다는 이 경험은 내가 다른 일에서도 잘해 낼 수 있다는 기대와 믿음, 즉 자신감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

세 번째는 나의 금주가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는 것이다. 술을 끊어서 좋은 것이 무엇인지 묻는 선배, 나도 금주를 시도해 보겠다는 후배들이 그 증거이다. Bandura의 이론에서처럼 주변의 누군가가 모델이 되어준다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만든다.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내가 금주를 통해 얻은 것 중에 하나이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 삶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면,


나의 일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발명가 에디슨은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결과를 얻고자 하는 것은 정신병자나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것을 얻고자 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술을 끊는 것, 새벽 2시간을 내 시간으로 보내는 것, 매일 감사일기를 써서 하루를 성찰해 보는 것은 나의 일상을 변화시키려는 나의 새로운 시도들이다. 설사 그것들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들 어떠한가. '나'라는 도구를 업그레이드해 보는 그 재미 또한 쏠쏠하다. 에디슨이 연구실에서 수만 번 실패를 통해 얻은 것도 그런 재미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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