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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화영 Aug 02. 2020

사람은 원래 안 변해

"이제는 포기했다."

얼마 전, 예전에 함께 근무하던 상무님과 술자리가 있었다. 지금은 다른 조직에 계시지만 가끔씩 불러서 술을 사주시고 옛 기억들을 서로 나누곤 한다. 과거에 함께 근무할 때가 힘들었지만 좋았다, 하는 일에 보람이 있었고 모두 열심히 했다, 하지만 요즘 애들은 안 그런다 등의 얘기들이 오고 간다. 술자리가 끝나고 데려다주시겠다는 상무님의 차 안에서 상무님은 속에 있는 고민을 꺼내셨다. "직원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사업환경이 변했으니까 우리가 하는 일도 달라져야 하는데, 직원들이 따라오지를 않는다. 지금까지는 오른손으로 일을 해 왔으면 앞으로는 왼손을 써야 잘할 수 있는데, 직원들이 따라오질 않으니 이제는 포기했다." 상무님은 술기운에 한층 커진 한숨과 함께 걱정을 쏟아내신다.


오른손잡이를 왼손잡이로 만들 수 있을까?


심리학 이론 중 행동주의 심리학은 보상과 처벌 등 환경 변화를 통해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이론이다. 잘 알려진 파블로프의 개 실험은 대표적인 행동주의 심리학 실험 중 하나이다. 행동주의 심리학자 존 왓슨은 최초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주의 실험을 진행했다. 논쟁의 여지가 많았던 이 실험은 '리틀 알버트 실험'이라는 알려져 있다. 생후 11개월 된 알버트라는 아이에게 흰쥐를 보여주고, 아이가 흰쥐를 만지려고 할 때마다 쇠막대기를 두드려서 큰 소리로 놀라게 했다. 이렇게 여러 차례 반복한 결과, 알버트는 전에는 잘 만졌던 흰쥐를 보기만 해도 울음을 터뜨리며 공포감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흰색 털이 있는 동물과 물건에까지 모두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왓슨은 "나에게 12명의 건강한 아이를 준다면 그들을 의사든, 변호사든, 도둑이든, 거지든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누구든 본성과 상관없이 교육을 통해서 원하는 방향의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의 주장은 모두 사실로 증명되었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의 두 아들은 행동주의에 따라 키워졌지만 모두 성인이 되어 자살을 시도했으며 그중 장남은 사망했다.

이 같은 인간의 행동이 기계적인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행동주의 생각에 대한 비판으로 인본주의 심리학이 나타났다. 칼 로저스, 매슬로우 등으로 대표되는 인본주의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자유 의지와 자아실현 경향성을 강조한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잠재력을 실현하며,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율적인 존재로 보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은 최근에 인간의 강점과 장점을 연구하는 긍정심리학 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간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는 본래 잘하지 못하는 것을 보완하기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을 더 잘하도록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골프선수 타이거우즈가 본인의 약점인 칩샷 기술을 연마하기보다는 강점인 스윙에 집중해서 성공한 사례,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가 트리플 악셀을 포기하고 스텝과 스핀을 강화해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던 사례들은 많이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경험적으로도 알고 있다. 내가 현재 잘 쓰고 있는 오른손을 더 잘 쓰도록 노력하는 것이 왼손을 연습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원숭이에게 수영을 시키고, 물고기에게 나무를 오르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거나 혹은 누군가를 변화시키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그가 누구인지, 강점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도움이 되는 4가지 질문이 있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흥미),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적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가치관), 그리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무엇인지(성격)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4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종합해 본다면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나의 강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강점을 찾았다면 이제 그 방향으로 스스로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 가야 한다.  


"어린놈들이 벌써 담배를 피워?"


집 근처 골목에서 중학생 아이들 몇몇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불러다가 강하게 그러지 말라고 훈계를 한다. 상무님은 근무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 팀원을 불러다고 2시간 동안 면담을 한다. 엄마는 자기 방을 정리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한다. 이런 노력들이 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바꿔주려고 하는 '교정반사'의 본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교정반사가 강할수록 상대방은 변하지 않으려고 저항한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변화를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담 영역에서 많이 활용하는 비폭력대화(NVC)라는 방법이 있다. 마셜 로젠버그에 의해 만들어진 일종의 소통 모델로, 상대와 대화를 할 때 지켜야 하는 4가지 단계를 강조하고 있다. 상대의 행동이나 말을 비디어로 찍은 듯 관찰하고(관찰), 그것을 보거나 들은 나 자신의 내면에 든 느낌을 확인 한 다음(느낌), 느낌 뒤에 존재하는 필요를 확인하고(욕구), 상대방에게 자신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다(부탁).

만일 직원들의 업무 방식이 변하기를 희망하는 상무님이라면, 먼저 직원들의 행동이나 말을 잘 관찰하고, 자신의 느낌과 원하는 사항을 명확하게 생각한 후에, 그것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을 직원들에게 부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상대방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원래 안 변해"


그렇지 않다. 본래 타고난 모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변화를 희망한다면 강점을 강화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변화를 이끌어 내는 방식 또한 중요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변화를 강요하거나 혹은 방임하는 방식이 아니라 비폭력대화처럼 스스로의 변화를 돕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를 변화하도록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쩌면 먼저 변해야 하는 사람은, 항상 누군가의 변화를 요구하는 상사, 부모, 선생 자신이 아닐까.   

C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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