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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화영 Aug 11. 2020

습관

나는 습관을 바꿀 수 있을까?

우리는 누구나 습관을 가지고 있다.


긴장되면 손톱을 물어뜯는 사람이나 의자에 앉아 있을 때면 다리를 떠는 사람, 혹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을 한 컵 마시는 건강한 습관을 가지고 있는 이도 있다. 야구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면 취하는 루틴이라는 이름의 행동들도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습관은 특정 상황에서 같은 행동을 안정적이고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습관을 구분해보면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있을 수 있고,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업무습관도 있을 수 있겠다. 습관은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화면 바뀔 수 있고 또한 본인의 의지에 의해서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나는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매일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알람을 다시 뒤로 맞춰놓고 늦잠을 자고, 옷은 몇 벌을 정해놓고 가급적 돌려 입는 편이다. 와이프는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옷을 고르는데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습관적으로 TV를 틀어 놓는다. 휴일 저녁에는 집에서 술을 한잔 하지 않으면 무언가 허전함을 느껴서 와이프와 함께든 아니면 혼자든 꼭 술을 마시게 된다. 음식은 좋아하는 것 몇 가지만 즐기는 편이고, 밥을 먹지 않으면 식사를 하고 나서도 뭔가 헛헛함을 느낀다. 식사 이후에는 간식을 즐기지 않는다. 그리고 식당을 선택할 때 맛있는 것보다는 깨끗한 곳을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생각한다. 

이런 나의 습관들은 내가 살아온 환경에서 나의 반복된 행동들이 굳어져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현재 나의 삶에 기여하는 정도를 기준으로 도움이 되는 것과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아침 기상 시간을 미루는 것과 휴일에 술을 꼭 마시는 습관은 내 시간을 좀 더 건설적으로 쓰기 위해서 바꾸고 싶은 습관들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나의 불필요한 습관들도 몇 가지 있다.


심리학에서 얘기하는 일종의 스키마와 같은 것들이다. 이런 나의 습관들이 무엇인지 규정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은 불필요한 습관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나는 새로운 일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여행할 기회가 생기면 낯선 곳을 가는 것보다는 익숙한 곳을 여행하는 것이 좋고, 먹어보지 않았던 음식보다는 기존에 맛있게 먹어봤던 음식을 즐기는 편이다. 업무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환경이 바뀌어서 새로운 업무가 나와 우리 팀에 주어졌을 때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왜 이런 습관을 보이는 것일까?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결과가 좋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심리적 압박이 되었을 때 모든 일을 잘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작용하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일에 방어적인 태도와 행동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여행지의 풍경은 항상 인상적이어야 하고, 내가 선택한 식당의 음식은 항상 맛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나와 내 팀이 맡은 업무는 항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나는 새로운 일에 대해서 소극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어떤 여행지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고 어떤 음식은 맛없을 수 있으며 어떤 일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나는 새로운 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행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나는 사람들에게 나의 아이디어를 내는데 주저한다.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든 회사 업무를 위한 회의에서든 나의 생각을 얘기하는데 주저하게 된다. 적극적으로 본인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람들과 어떤 차이가 있어서 주저하게 되는 것일까? 이런 행동은 내가 얘기하는 모든 아이디어가 채택되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가 낸 아이디어가 누군가에게 무시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아이디어를 내는데 소극적이 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바꾸고 싶은 마지막 습관은 시간과 관련된 것이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예상했거나 혹은 누군가와 약속했던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이는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첫 번째는 내가 갖고 있는 시간 강박 때문에 함께 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와이프와 쇼핑을 갔을 때 내가 생각했던 시간보다 길어지게 되면 짜증을 내게 되고, 업무 할 때도 약속된 시간을 조금이라도 어기게 될까 봐 시간에 집착하게 되고 그때의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시간 강박 때문에 내용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떤 장소로 여행을 갔으면 그곳을 온전히 즐겨야 하는데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을 신경 쓰느라 즐기지 못하기도 하고, 회의 시간에는 종료시간을 맞추는 것 때문에 회의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정리해보면 새로운 일 받아들이거나 나의 아이디어를 내는데 주저하는 것, 그리고 시간에 대한 강박을 갖고 있는 것은 모두 완벽주의에 기인한 것이다. 나의 생각이 항상 수용되어야 하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정해진 시간에 진행되어야 하며, 하는 모든 일에서 성과가 나야 한다는 강박이 이런  습관들을 형성하게 된 원인이 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습관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에 양가감정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상호 대립하거나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것을 말하는 데, 예를 들면 술을 마시게 되면 좋은 점과 나쁜 점 때문에 내적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을 말한다. 나는 나의 잘못된 습관이 무엇인지 알고,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도 알고 있다. 이런 습관을 바꾸려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양가감정에 있는 나의 마음을 한쪽으로 확 밀어서 결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다시 술로 예를 들어보면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 좋은 점 쪽으로 마음을 확 밀어버리고 그렇게 결정한 뒤에 술을 안 마시는 것이다. 새로운 업무를 받아들였을 때 생기는 의욕적인 감정과 성과에 대한 기대감 쪽으로, 내 아이디어를 낼 때 느껴지는 생동감과 공헌에 대한 만족감 쪽으로, 시간보다는 내용에 충실함으로써 느껴지는 몰입의 감정 쪽으로 내 마음 저울의 무게를 확 높여주는 것이 불필요한 습관을 없애기 위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그런 다음에 거기에 맞춰서 행동하도록 노력해 나간다면 그 상황이 다시 왔을 때 내가 원하는 행동이 안정적이면서 자동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는 습관을 바꾸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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