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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택 Feb 04. 2021

컴퓨터 바탕화면의 순기능

청소를 합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한 사람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그 사람의 컴퓨터 바탕화면을 보면 된다. 높은 확률로 바탕화면이 카테고리 별로 깨끗하게 잘 정리되어 있는 사람은 책상도 정리가 잘 되어 있다. 반대로 바탕화면이 폴더와 파일이 온데 뒤섞여 정신없는 사람은 책상 주변도 어지러웠다.


 이는 일의 효율성과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간혹 누군가가 파일 하나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면 전자의 경우는 망설임 없이 몇 번의 클릭으로 파로 파일이 전송 가능하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잠시만요” 하면서 이리저리 파일을 찾다가 시간이 많이 허비된다.


 이웃 부서에 한 파트장은 병적으로 너무 꼼꼼하고 완벽해서 사내에서 유명한 사람이 있다. 실력도 있고 리더십도 있는 이 파트장의 바탕화면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우연히 자리를 비웠을 때 동기 녀석과 같이 슬쩍 자리를 지나가는 척하며 보았다. 그의 바탕화면에는 '바로가기'라는 이름으로 단 하나의 폴더만 있었다. 우리는 '역시'라는 생각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정리 정돈 습관으로 그 사람을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다. 먼지 하나 용서 못하는 강박, 결벽인 사람도 있을 거고, 방에 발 디딜 틈 없이 난장판인 사람도 있을 거다. 우리가 직접 각각 사람의 집에 가서 방을 확인해볼 수가 없으니, 회사라는 공간의 본인의 영역에서 간접적으로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판단해볼 수 있다


 물론 나는 정리정돈을 정말 못하는 타입에 속한다. 바탕화면 물론이거니와 책상 주변도 난잡하다. 오와 열 칼 잡힌 정돈이 필요한 군대에서도 정리를 잘 못해서 선임들에게 혼이 많이 나기도 했다. 군대든 회사든 내가 애정을 담는 공간이 아니다 보니 대충 쓰고 대충 두고 대충 사는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 회사에서 정리정돈을 하는 것은 연례행사이자 하나의 의식 행위와 같다. 물론 가끔 각 잡고 하는 청소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저 독한 놈 역시 역시..'


 FM에 깐깐하고 피곤한, 내가 싫어하는 선임 바탕화면을 보고 저런 생각이 들었다. 바꿔 말하면 그 선임은 내 바탕 화면과 책상을 보며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너저분한 나의 공간을 보고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이라 생각해주길 바란다면 너무 속보이고 이기적이겠지?


오늘도 화면 보호기로 내 모습을 감춰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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