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업문화의 현실
해피 금요일, 불타는 금요일, TGI 프라이데이, Black 프라이데이 등 유난히 금요일에 대한 수식어가 많은 것 같다. 일주일간의 스트레스도 날리고 다가오는 휴일을 앞둔 설렘들이 녹아든 표현 같다. 금요일만큼은 주중의 바빴던 친구들과 모임을 할 수 도 있고, 가족들과 근사한 외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에게 금요일은 자동차 계기판에 주유 등이 들어온 경고와도 같았다.
주말을 충전 삼아 100% 채워진 나의 에너지는 하루에 약 20% 씩 소진되는 것 같다. 월요일부터 시작해 금요일까지 피로도는 점점 누적되어 금요일 저녁 즈음이 되면 나의 에너지는 0%에 수렴하게 된다. 게다가 금요일의 퇴근 시간엔 어찌나 트래픽 잼이 심한지, 집에 돌아오는 길까지 마지막 에너지를 쥐어 짜내야 한다. 이렇게 신체적 정신적인 한계에 도달 한 나의 몸뚱아리는 집에 오면 녹초가 된다.
이렇게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부터 금요일에 잡히는 친구와의 약속이나, 모임 등은 괜히 미루게 된다. 그리고 금요일은 집에서 밥 먹고 씻고 침대에 눕기만 하면 5초 컷으로 골아떨어질 정도로 피로하다. 나에게 금요일은 불금이 아니라 그냥 안식의 요일이다.
언제부터 즐겁고 설레어야 할 금요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역시나 회사 2~3년 차 때부터 였던 것 같다. 신입 티를 벗어나 어느 정도 회사에 적응하게 되었던 순간부터 맡게 되는 업무 량의 증가, 상사의 기대감 충족, 사내 정치질 등으로 나의 인생은 개인의 일상보다 회사가 더 우선시되어갔다.
우리나라 제조업 회사들은 부조리와 병폐가 많다. 이것은 대한민국 전체의 국민성과도 연결되는 부분도 있고,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읽지 못하는 기성세대들의 문제도 있다. 개인의 삶을 내 가족, 나 자신에게 우선 시 하는 게 아니라 회사의 구성원으로서의 존재로 우선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시대적 마인드를 다음 세대에게도 주입하려 하는 것이 문제다.
효율성은 따지지 않고 일찍 오고 오래 앉아 있어야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며, 능력보단 권력에 아첨을 늘어놓는 자들이 오래 남고, 형식적이고 과도한 보고와 회의 등으로 후진적인 관행이 여전하고, 술자리 위주의 회식 문화, 어떻게든 채산 하기 위해 마른오징어 쥐어 짜내듯 인력을 운용하고, 부하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문화가 아직도 남아있다.
대한민국 사회가 군사독재 정권을 시작으로 산업화를 거쳤고, 모든 남성들이 상명하복 체계인 군대를 다녀오니 이러한 위계질서와 서열 문화는 기업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게다가 유교 마인드가 팽배한 대한민국 국민성도 한몫하는 것 같다. 대부분 기업들의 오너와 중역들은 산업화의 산증인이자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신 분들이라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애사심은 남다르긴 할 것이다.
언제쯤 우리는 회사라는 공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상사의 눈치 없이 퇴근하여 원하는 시간에 나가 취미 활동도 하고 배우고 싶은 콘텐츠 레슨도 받고 가족과의 행복한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는 것은 과연 다음생에나 가능하려나. 나의 젊음과 청준을 갉아 넣은 회사에서의 나는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까? 참 문제인 것은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도 되겠다. 정말 사람이 건강 해치기에 딱 좋은 곳이다.
내게 필요한 건 불금 이 아닌 퇴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