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단점
지난 주말 넷플릭스로 승리호를 보았다.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아직도 보고 있는 중이다. 작년부터 기다려왔던 기대작이 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개봉을 미루고 미루다 최근 결국 넷플릭스로 공개되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만큼 즐거운 토요일 저녁 아내와 함께 감상했다. 근데 러닝타임이 30분 정도 지났을까? 오후에 운전을 좀 제법 해서 그런지 소파에 앉아 급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렸다.
다음날인 일요일 오후, 아내가 출근하고 혼자 있는 시간에 어제 보다 만 승리호를 다시 틀었다. 내가 어제 보다가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을 찾아 다시 한번 감상하기로 했다. 근데 점심을 먹은 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는지 식곤증에 졸음이 밀려왔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 잠에 들어 버렸고 영화는 끝이나 있었다.
월요일 회사에 출근을 하니 많은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었다.
"승리호 봤어? 어땠어?"
평소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주변 지인들은 나에게 간접적으로 평점을 물어보곤 한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아~ 나 보다 잠들었어"
"아 진짜? 별로였나 보네?"
"아니 진짜 보다가 잠들어서 못 봤다고~"
영화를 보다가 잠들었다니, 다들 재미없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과연 정말 내가 두 번이나 보다가 잠들 수밖에 없던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였을까?
지난해 극장가는 정말이지 큰 절망을 겪었다. 코로나로 인해 극장가에 사람이 끊기고 이를 의식한 많은 영화 제작사들은 개봉을 미루어 왔다. 그렇게 시기와 타이밍을 적절히 살피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넷플릭스라는 플램폼으로 공개할 수밖에 없던 영화가 한두 개가 아니다.
반면 소비자는 넷플릭스라는 안방극장을 통해 굳이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전 세계 다양한 영화와 예능을 손쉽게 접하는 편안함을 누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영화를 봄에 있어서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마냥 좋게 많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는 주의다. 먼저 영화 자체가 극장 상영을 목표로 씬과 화면을 담아낸다. 커다란 화면과 웅장한 사운드 가 있어야 연출자의 의도를 관람객에 온전히 전 달 할 수 있다. 특히나 승리호처럼 250억이나 투자된 방대한 우주 배경의 영화를 작은 TV 화면으로 밖에 못 본다는 것은 아쉽다. 인터스텔라가 영화관에 개봉 안되고 넷플릭스로만 공개되었다고 상상만 해봐도 끔찍하다.
반면 넷플릭스와 같이 집에서 영화를 보게 되면 아무래도 안방이라는 편안함 때문인지 중간중간 폰을 만지며 산만해지거나, 편해서 잠이 든다거나, 심지어 중간에 보다가 재미없으면 꺼버리면 그만이다. 집에 어떠한 면학 분위기를 갖추어 시험공부를 하는 것 버다 어떻게든 독서실이나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해야 잘되는 것과 비슷하려나?
극장에서 영화가 개봉되면 일정 기간 동안은 선택할 수 있는 영화는 한정적이다. 그래서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를 따지지 않고, 호기심이 가면 볼 수 있고, 어떨 때는 배우만 믿고 선택을 한다던지 해서 영화를 보는 스펙트럼이 넓어짐을 느꼈다. 반면 넷플릭스에는 내가 직접 취향에 맞게 좋아하는 영화만 골라 보다 보니 오히려 선택지는 다양하지만 편식을 하게 되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1년 동안 소비자들이 극장가 대신 안방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신작을 보는 경험을 해보았다. 이대로 고객의 눈이 넷플릭스로 최적화가 될 경우 앞으로 극장의 경쟁력은 둔화될 것이다. 마치 스마트폰 시장이 발전하고 모바일 게임이 발달함 와 동시에 PC게임의 시장이 죽어 간 것처럼 말이다. PC의 큰 화면과 고품질의 그래픽을 포기한 대신 작지만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 게임을 더 가까이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앞으로 코로나가 진정된 이후에도 영화 산업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줄 것인지 궁금하다.
물론 나는 영화관에 가서 직접 영화를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크게 해당은 없겠지만 말이다. 승리호를 보며 잠들 수밖에 없던 이유는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집이 너무 안락하고 편안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45분을 보기 위해 집에서 조금은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