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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택 Feb 10. 2021

퇴근 후 하는 딴짓

사이드 프로젝트

 한국 특유의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조직 문화, 그리고 나와 너무 맞지 않는 직무와 업무는 자유분방하고 조금은 개인주의적인 나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내가 이러려고 태어났나, 퇴사해버릴까?라는 생각은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생각일 테다. 하지만 스스로 뺨 때리고 다시 정신 차려보면 한 달에 일정한 수입이 꼬박꼬박 들어온다는 것, 봉급이라는 것이 가정을 이룬 나의 생계에 어마어마한 근간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우린 일의 노예가 된다.

 누구나 일탈은 꿈꾸지만 누구나 일탈은 할 수 없다. 각자 개인의 사정 그리고 그런 큰 모험을 하기에 리스크들이 부담스러울 테니 말이다. 그래서 가끔 기성세대와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길을 걷지 않고 본인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사람들을 매우 리스펙트 한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따져봤을 때 지금 내가 이 삶을 지루하지 않고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사이드 프로젝트


생업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





 나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내가 흥미가 있고 재미가 있어하는 것에 대해 이것을 딱히 직업이나 생계로 여기지 않고, 퇴근 이후 소소한 즐거움으로 여길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요즘 새로 뜨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사이트 프로젝트'라는 말이다.

 말 그대로 생업을 유지하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당장의 구체적인 결과물이나 금전적인 보상이 없어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본업을 계속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든다고 할까? 약간 우리나라 말로 표현을 하자면 '퇴근 후 딴짓' 이라고도 한다.

 지난 2년간 나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블로그였다.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해볼까?라고 각 잡은 이후 일상 사진도 올리고 그동안 갔던 여행 사진도 올리고 관심 있는 분야의 리뷰도 했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공감 버튼과 리플들이 푸시 알림으로 올 때의 기분은 뭔가 내가 인플루언서 가 된 것만 같았고, 사람들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었다. 언젠가부터 회사 근무 중에도 꾸준히  블로그 알림을 새로 고침을 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한 달에 작지만 어느 정도 들어오는 광고 비도 제법 쏠쏠했다.

 문제는 뭐든 빨리 질려하는 나의 성격 때문에 결국 블로그도 손에 오래 잡히진 않았다. 드문드문 올리던 것이 이제 몇 개월째 글을 쉬고 있었으니 아마 블로그는 여기까지인 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올해 새로 시작한 것이 바로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다. 평소 글을 잘 쓴다고 할 순 없지만 머릿속에서 표현하고 싶은 생각들이 너무 많아서 생각날 때마다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하곤 한다. 이를 브런치라는 플랫폼 속에서 나름의 에세이 형식으로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작가 신청을 통해 요즘 꾸준히 글을 생산 중이다. 작가의 꿈도 없고 출판이라는 것은 분명 말도 안 되는 꿈이란 걸 안다. 하지만 그저 맘속에 담아둔 생각을  글로 표출하고 기록해 둔다는 것이 지금 나에게 어마어마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는 것은 팩트다.

 탈잉, 숨고, 프립, 크몽, 클래스 101과 같은 재능 기부 플랫폼이 있다. 이는 딱히 전문가가 아니더라고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콘텐츠에 관해 사람들에게 강의해서 부가 수익을 올리는 플랫폼인데, 이걸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내가 가진 재능을 강연하고 싶다. 예를 들어 포토샵 툴을 가르치는데 미대 교수가 할 필욘 없고, 초보 입문자들에겐 내가 가진 재능이 큰 강연이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대학시절에 친구 녀석과 TED 모임 형식으로 강연 모임을 만든 적이 있는데,  요즘 따라 너무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 게스트 하우를 갔는데 그때 만난 사람이 장교 파일럿이었다. 그래서 비행기 기종부터 출동 준비 태세 관련해서 생생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몰랐던 궁금했던 분야의 이야기를 듣자니 너무 기분이 좋았었다. 저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참 게스트 하우스뿐이었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다양한 직업군과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과 만나 본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통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들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회사만 다니고 만나는 사람만 만나니 생각과 사고가 편협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좁아진다. 그때 같이 했던 내 친구 창원 발령 나면 다시 만들어 봐야겠다.

아이패드를 산 이유가 다양하지만 궁극적인 이유 중 하나가 디지털 드로잉을 하기 위해서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에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뭐 전문적으로 배워 본 적이 없으니까 지금 그림 실력이 초등학교 때 실력 그대로다. 많이 그려도 보고 많이 배워도 보고 해야 할 텐데, 그래서 101 클래스에서 디지털 드로잉 관련해서 강좌를 수강했다. 내가 원하는 그림체와 주제에 부합한 그림을 그려서 언젠간 브런치와 합작해 삽화도 직접 그려서 넣으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이 외에도 많은 사이드 프로젝트 주제들이 있지만, 일단 지금 하는 것에 집중해보고  또 질리거나 재미없거나 하면 바꾸면 되니까. 전문적이지 않아도 구체적인 목표나 결과물이 없어도 흥미만 있고 퇴근 이후의 시간들이 기다려지고 설렐 수 있다면 회사를 다니는 것도 버틸 수 있을 것이고 언젠가 회사를 나오게 되는 순간에도 그동안 해왔던 사이드 프로젝트들이 이후의 삶의 근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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