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택 Feb 14. 2021

겨울비 냄새

시련을 극복하는 힘

 오랜만에 겨울비가 내렸다. 그리고 모처럼 겨울비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겨울비 냄새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뭔가 먼지가 씻겨 내려가는 냄새인 것 같기도 하고, 추웠던 온도가 따뜻해져 가는 봄이 오는 냄새 같기도 하고, 도시만 가지는 젖은 아스팔트 냄새 같기도 하다. 어떻든 간에 잿빛 같은 하늘을 보내고 새로운 하루를 기대하게 만드는 냄새다.


 오늘 한 친구 녀석이 야심 차게 준비한 사업이 폐업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불과 창업한 지 1년 만이다. 코로나 때문이란 것을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이미 몇 년 전 집안에 안 좋은 소식이 있던 친구였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런 일 까지 터져버리니 녀석의 멘탈이 매우 걱정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의 입에서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저 녀석의 아픔을 들어만 줄 뿐, 그 어떤 말로도 위로해줄 수 없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그동안 개인의 바쁜 일과에 치이다 보니 친구들 하나하나 신경을 못 써왔던 것 같다. 저 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도 캐치를 못 챘다는 점과, 지금도 이 상황을 다른 친구들에게 알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어 답답하기만 했다.


 누구에게나 말 못 할 고충과 아픔은 있다. 하지만 이 아픔을 감내하는 힘과 원동력은 개인의 상황과 성향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고통과 슬픔을 나에게 털어놓는 친구를 바라보며 녀석을 지켜야 한다는 일련의 '책임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언제나 그렇듯 인생은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다. 이러한 절망의 늪에서 헤어 나오긴 위해서는 개인의 결심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서포트가 중요하다는 것을 최근 들어 깨닫게 되었다. 오늘 쏟아부은 친구의 절규가 어쩌면 내게 바라는 구원의 손길인 것만 같아서 무거운 마음이 드는 하루다.


 겨울비가 지나간다. 다행히 내일은 날씨는 맑을 예정이라고 한다. 오늘 내가 맡은 겨울비 냄새가 녀석에겐 봄을 재촉하는 새싹의 냄새로 느껴졌길 바란다. 누구보다 단단해지고 더욱 성숙해질 녀석을 기원하며, 이 글을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할 녀석에게 바친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잘할 수 있을 거다.




작가의 이전글 퇴근 후 하는 딴짓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