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택 Feb 17. 2021

미신을 믿지 않는 이유

가치 있는 것 구분 하기

참 우리나라에는 안 되는 것이 많다.


 문지방에 앉지 마라, 밤에 휘파람 부르지 마라, 빨간색으로 이름 쓰지 마라, 밤에 손톱 깎지 마라, 다리 떨면 복 나간다 등등. 어릴 땐 저런 규율, 규칙, 규범 들을 들을 때마다 '왜?'라는 물음보단 '네!' 하고 수긍하곤 했다. 하지만 나이가 먹고 머리가 자라면서부터 어느 누구 하나 이유와 근거에 대해 납득이 될 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들에 대해 거역하기 시작했다. 또한 어릴 적부터 너무나도 자연스레 세뇌가 되어온 사람들이 또 다음 세대에 세습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이것은 분명 없어져야 할 나쁜 관습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미신이 많은 나라라고 한다. 과거부터 내려오는 유언비어들, 그리고 사업화 과정에서 전 세계 이상한 미신들이 짬뽕되고 정착되어서 오늘날의 미신 천국 한국을 만들었다. 이런 미신을 믿는 거부터 이해 안 되는 게 이러한 미신 천국 한국에 대한 결정적인 요소로는 사주나 타로 같은 점을 보는 사람도 엄청나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에서 사주 시장이 한해 4조 정도로 세계 최고라고 하니 말 다 했다. 외신에서도 높은 대학 진학률과 낮은 문맹률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터넷을 가진 대한민국이 왜 사주, 타로 등과 같은 것에 의존하는지 의아했다.


 일단 나는 미신 따위를 믿지 않는다. 진짜 하나도 안 믿는다. 진짜 조금만, 그냥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된다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살아오고 만들어 온 삶을 타인(점쟁이 따위)이 평가하고 장래를 예측한다는 자체도 기분이 나쁘다. 또한 주변에 미신을 믿는 사람들로 말미 하여금 나의 인생을 너무 피곤하게 만든다.


 예컨대 친척 중 한 명이 용하다는 철학관인지 점쟁이한테 다녀왔는데 그 사람이 우리 할아버지가 2년 안에 돌아가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걸 듣고 나머지 어른들은 숙연해지던데 나는 듣자마자 기분이 확 나빴다. 뭐 하는 놈인데 할아버지가 죽는 걸 가지고 어쩌고 저쩌고 떠드는지...


 근데 더 극혐 하는 이유는, 진짜 2년 안에 돌아가셨다고 치자. 그럼 "거봐 내 말 맞지?" "와 진짜 그 사람 용하네" 이 소리 할 거 생각하니가 순간 더 화났다. 근데 생각해보면 참 웃긴 게 할아버지가 올해 89세인데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뭐 대단한 거 마냥 포장해서 말하니까 어이가 없었다. 이걸 다르게 얘기하면 "이제 봄이 오니까 며칠 뒤에 새싹이 피겠군~" 이 소리랑 도대체 다른 게 뭘까?


 또 다른 한 예는 본인이 결혼 날짜를 잡았다고 해서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장을 안 가는 것이다. 본인은 그런 거 믿지도 않고 상관도 없고 그런 미신이 있는지도 몰랐으나 주변에서 괜히 '가면 안 좋다'라는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괜히 의식되고 해서 진정 친한 친구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도 못 지켜보는 경우다. 설령 주변에서 그런 거 얘기라도 안 했으면 이런 일이 있었을까. 꼭 주변에서 초를 친다. 좀 가만히 있으면 안 되었을까?


 흔히 미신이나 점을 두고 '그냥 재미로 생각하면 어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라고 하지만 그것들로 인해 믿지 않는 주변 사람들에까지 피해를 주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정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신에 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칼 세이건의 강연 내용을 첨부하며 글을 마친다.





우리 앞에 놓인 모든 가설을

지극히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새로운 생각에도

활짝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만일 당신이

모든 생각에 가볍게 휘둘린다면

그래서 회의적인 시선을 갖지 못한다면


당신은 가치 있는 것과

가치 없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비상식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괴팍한 노인네가 될 것입니다.


모든 생각이 똑같이 옳다면

여러분은 길을 읽고 말 것입니다

결국 그 어떤 생각도

옳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회의주의가 짊어진 부담


칼 세이건 -















작가의 이전글 당신의 불꽃은 무엇입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