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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택 Feb 19. 2021

맛집이란 것은 존재하는가?

 가끔 기분 내서 특별한 맛을 원할 때 우리는 맛집을 찾게 된다. 맛집이란 것은 주변 지인들의 추천으로 알 수도 있고, TV 속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어 알 수 도 있고, 스스로 인터넷을 검색해서 알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살다 보면 맛집 아라고 추천받은 곳에서 기대 이하의 맛으로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리고 생각해보았다. 왜 모두를 만족시키는 맛집이라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맛집이 평점 5점에 수렴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다양한 경험과 지인들의 사례를 통해 그 이유들을 몇 가지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개인의 기분과 감정 상태다. 사람의 감정의 상태는 365일 일정하지 않으니, 가끔 기분이 나쁘거나 우울할 때 음식을 먹으면 맛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 경우다. 간혹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기분을 달래지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맛으로 끓어 오른 기분이 기존의 나쁜 기분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더운 여름철 유명한 막국수 집을 갔다. 유명한 만큼 가게 앞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번호표를 뽑고 웨이팅을 하는데, 어찌나 더운지 땡볕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40분 정도를 기다리고 나니 불러지는 내 번호표에 비장함이 생겼다. 이미 기다림에 지치고 더위에 지쳐 이 노여움을 보상받고 싶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해야 하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고든 램지 마냥 깐깐해진 나의 입맛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했다. 분명 평소처럼 가볍게 드나드는 가게였다면 맛있게 먹었을 법 한데, ‘이 정도 기다릴 정돈 아니다.’ 하는 보상심리가 더해져 더더욱 맛에 평가에 가혹해질 수밖에 없던 것 같다.


 두 번째는 식당의 균일한 컨디션 유지다. 근래 지역에서 정말 유명해진 라멘 가게가 있다. 개인적으로 라멘을 좋아해서 지역 내 모든 라멘집을 다 가보곤 하는데 그중에서 단연 최고였던 집이었다. 만족스러운 맛에 주변 지인들에게 많이 추천했던 가게이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친구가 나의 추천을 받고 다녀오고 나선 ‘그 정도로 맛있는 집은 아니다’라고 나에게 연락이 왔다.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에 최근 재방문을 했는데, 내가 처음 와서 느낀 맛과 사뭇 달라짐을 느꼈다.


 내가 초반에 다녔을 때만 하더라도 나름 아는 사람만 오는 집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줄지어 웨이팅을 할 정도로 입소문이 퍼졌다. 그러니 하루에 판매하는 그릇의 양이 늘어났을 것이고, 이는 꾸준히 동일한 맛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SBS의 골목식당 프로그램을 보면 하루에 50 그릇씩 팔던 가게가 갑자기 200 그릇 이상을 팔게 되자 초반과 같은 맛으로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이 나왔다. 따라서 각자 방문하는 시점과 가게의 컨디션 상태에 따라 상대적으로 느끼는 맛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세 번째는 지극히 주관적인 개인 입맛이다. 싱겁게 먹는 사람이 있는 반면 좀 짜게 먹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매운 것을 잘 먹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잘 못 먹는 사람이 있을 테다. 이렇듯 맛을 결정짓는 요소들이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보니 동일한 맛에도 다른 평가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맛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한날은 서울에 볼일이 있던 날, 수요 미식회에서 소개되었던 평양냉면집이 생각이 났다. 과연 어떤 맛이길래 저런 오묘한 맛의 표현을 하는 건지 평소 굉장히 궁금했다. 서울에 온 김에 그 궁금증을 해결할 겸 지방에서 쉽게 먹기 힘든 음식인 점 하여 유명한 평양냉면집을 방문했다. 처음 접하는 음식은 나름 모험심이 따른다. 따라서 그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게 평양냉면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음식이었다.


 평소 우리가 생각하는 냉면의 맛과 비교해서 엄연히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지는 하였지만 이 정도의 수준인진 몰랐다. 맛에도 그들만의 리그가 있는 건가? 수요 미식회 패널들에게 배신감이 느껴졌다. 괜히 내 입맛이 촌스러운 걸 부정하기 싫어, 꾸역꾸역 계속 먹다 보면 적응하겠지?라는 생각으로 한 그릇을 비워 냈다.


 네 번째는 어느 집을 가도 대부분 기본 이상은 한다는 점이다. 내가 사는 부울경 지역에서 밀면이란 음식은 돼지국밥 필적할 수준으로 대중적인 음식이다. 그렇다 보니 동네 어디를 가도 밀면 가게는 쉽게 접할 수 있다. 밀면이라는 음식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높은 확률로 어느 가게를 가도 제법 맛이 있다.


 만약 맛이라는 것을 최상 치를 10, 최하를 1로 수치화한다면, 아마 5 이상만 넘겨도 사람들은 어느 정도 만족해할 것이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내가 대부분 방문한 밀면집은 모두 8 이상은 했던 것 같다. 밀면으로 예시를 들었지만 아마 대중적인 음식 가게로 모두 어느 정도 비슷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들로 판타지가 가미된 맛집 이란 게 과연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결국 대중에 맛집이라고 평가되는 집은 대부분 여행을 와서 여행지 하나의 코스로서 방문하거나, 혹은 입소문에 의한 FOMO현상으로 오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과연 살면서 요리왕 비룡에 나오는 명장면 '띠링' '오오오오옷' '미미(美味):매우 뛰어난 맛' 이라면서 우주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맛을 볼 수 있을까?  


 물론 나는 대단한 미식가도 아니고 유별나게 까탈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일정한 노동의 대가도 필요했고, 공수를 들어가며 지불하는 비용과 시간 대비하여 만족도를 느끼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이런 얘기를 하면 꼭 주변에선 '네가 아직 진정한 맛집을 못 가봐서 그러네'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친구가 맛집을 데리고 가주고 나는 '별론데?' 하며 만족스러워하지 않으면 '아 오늘 좀 맛이 변했네~' 하며 머쓱한 친구의 패턴을 수도 없이 겪었다. 애써 맛집을 주입할 필요는 없는 거다.


외부의 요인에 의해 발품을 팔아가며 맛집을 찾는 것이 아닌 그저 각자가 지닌 노래방 18번 노래처럼 자신만의 소울푸드 단골집에 더 소중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언제 누구와 와도 변함없는 맛을 느끼고 싶다면 말이다. 세상에 누구에게나 만족시킬 수 있는 맛집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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