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힐링의 순간

내 마음속에 저장

by 온택

살다 보면 특정한 순간에서 오는 힐링 포인트들이 있다. 예컨대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을 켜 두고 샤워를 마치 후 뽀송해진 맨살에 바스락 거리는 얇은 요를 덮을 때 느끼는 피부 감촉과 온도와 습도 같은 것 말이다.


이러한 힐링 포인트들은 인생을 살면서 크던 작던 가끔씩 만날 수 있지만 무척이나 기억에 남는 한 순간을 꼽으라면 초등학교 시절 할머니 댁에서다.


방학이 되면 우리 삼 남매는 할머니 댁에서 방학의 절반 정도를 지냈다. 당시 할머니 집은 기와의 지붕과 처마, 창호, 그리고 마루 형태인 전형적인 한옥의 형태를 끼고 있었다.


겨울철엔 아궁이로 잔열만 남은 순간 고구마를 구워다 주시기도 하고, 여름 철엔 집 앞의 또랑에서 물장구를 치며 더위를 날리기도 했고, 소 , 닭, 염소 등의 가축들을 직접 보기도 하며 시골 라이프를 즐겼다.


한날은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이날만큼은 무더위를 잊게 만드는 장대 같은 비가 아침부터 쏟아져 내렸다. 할머니가 차려주신 맛있는 점심을 먹고 배가 불러오니 식곤증이 몰려왔다. 마루에 누어 눈을 살며시 감았는데 순간 우주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처마 밑으로 뚝뚝 떨어지는 빗소리, 주기적으로 딱딱 소리를 내며 회전하는 낡은 선풍기가 주는 선선한 바람, 촉촉이 비로 적셔진 마당의 흙냄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이 모든 순간들이 하모니가 되어 기분 좋은 나른함을 만들며 단잠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지금도 가끔 힘이 들 때면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 그 순간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 인생에 임팩트를 준 힐링 포인트들은 힘들 때 꺼내보는 어린 시절 앨범과도 같다. 소박하지만 일상에 찾아오는 힐링 포인트들을 잘 간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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