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리스트를 보며 느낀 고민
들을 음악이 없다. 다르게 말하면 현재 나의 음악 플레이리스트들이 생명력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주기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어느 순간 '아! 플레이리스트를 갈 때가 되었구나.' 싶은 순간이 온다. 하지만 막상 지우고 새롭게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하려 하니 무슨 음악을 들어야 하는지 흠칫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즐겨 듣는 음악 장르와 패이보릿 뮤지션이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나도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음악으로 리스트를 구성하며 듣는다. 근데 언제부터인가 아내가 내가 트는 음악의 노래를 다 외워 흥얼 거리는 걸 보았다. 내가 매번 듣는 음악만 주야장천 틀었으니 와이프는 군대에서 10대 군가 외우듯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거다.
한날은 아내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날이었다. 아내가 선곡하는 노래들을 들으며 드라이브하는데 이게 웬걸, 제법 좋은 노래들이 선곡되어 나오는 거다. '이 노래 뭐야?' , '나플라가 이런 노래도 피처링했어?' 전혀 내가 모르는 노래인데 신선하고 좋은 곡들이 많이 나왔고,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노래도 나왔다.
아내의 플레이리스트를 보며 '이런 노래들을 어떻게 알고 선곡한 거냐?'라고 물어보니 '그냥 최신곡은 다 들어보는데?'라고 대답했다. 아내는 항상 최신 음악으로 신곡이 올라오면 항상 다 들어 보았다. 그렇게 한 번씩 들어 보고 괜찮으면 리스트에 남기고 별로면 듣고 지우며 들었다. 그렇다 보니 플레이리스트들은 뮤지션, 장르를 불문하고 다채롭고 다양한 음악들이 선곡되어 있었다.
스스로 나는 아내보다 음악적 식견도 뛰어나고 많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오히려 나 같은 사람이 많은 음악을 들을 경험이 없다는 것을 아내의 플레이 리스트를 보고 깨달았다. 신곡이 나와도 뮤지션의 이름이나 커버를 보고 선입견부터 생기고, 자주 듣고 검증된 뮤지션의 음악만 찾아들었으니 말이다. '들을 음악이 없다.' 라는 건 점점 보수적이게 되고 있는 나를 마주한 것 같았다.
대중음악이 스트리밍 시장으로 활성화되면서 한곡의 가치와 생명력이 굉장히 짧아졌다는 걸 느낀다.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음악에 대해 선입견이 없고 개방적인 사고를 가진 아내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내 같은 리스너들이 많아질수록 이름이 없는 뮤지션도 음악만 좋으면 흥 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음악시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오늘도 아내에게 한 수 배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