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붕어빵

동네 한바퀴

by 온택

최근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와이프가 자주 붕어빵 타령을 한다. 그깟 붕어빵 사 오면 되지, 하고 집 밖을 나서려니 '근데, 어디에 팔지?'라는 생각에 주춤거리게 된다. 진짜 붕어빵 파는 곳을 단 하나도 몰랐다. 딱히 동네 주민을 아는 사람도 없고 붕어빵 파는 곳을 알아낼 방법이 당장 없었다. 물론 우리가 신혼집을 신도시에 자리 잡아서 상권이 아직 부족하고 동네가 아직 덜 익숙되었다 한들, 이렇게 붕어빵 파는 곳을 찾기 힘든 적이 있던가?


붕어빵을 호소하는 마음이 비단 우리뿐만은 아닌가 보다. 인터넷에는 '붕세권'이라는 신조어로 사는 곳 근처에 붕어빵이 있는 게 자랑 거리가 되곤 했다. 그리고 SNS엔 하얀 종이봉투에 붕어빵 한 다발을 꽃다발처럼 들고 행복해하는 것이 하나의 스웩이 될 정도니 말이다. 어린 시절 수많은 추억을 안고 있는 겨울의 상징 붕어빵도 이제는 라떼의 전유물로 사라지는 것일까?


최근 퇴근길 신호 정차 중 인도 주변에 무분별하게 킥보드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드디어 우리 동네에도 공유 전동 킥보드 플랫폼이 들어왔구나 라는 생각에 들떴다. 평소 걷기에는 멀고, 차를 끌자니 애매한 거리에 우리가 필요로 한 장소들이 많았다. 그래서 딱 공유 킥보드 하나만 들어오면 최고의 해결책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니 이런 쾌조가 없다.


그날 저녁, 서둘러 밥을 먹고 와이프와 킥보드 서비스를 가입했다. 나는 너무 신난 나머지 스노보드 탈 때 사용하던 헬멧도 착용해서 나왔다. 그리고 영하의 칼바람을 맞으며 킥보드로 동네 한 바퀴를 달렸다. 새로 올라오는 상가에 입점 하는 병원, 가게 따위의 플랜카드를 보며 '우리 동네 좋아지고 있다. 잘살아보세'하며 서로 덕담을 나누었다. 그렇게 동네 골목골목을 누볐을까, 와이프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소리쳤다.


"오빠야!!!!!!!! 붕어빵!!!!!!!!!!"


주황색의 익숙한 천막, 코 끝을 자극하는 감미로운 단팥 냄새, 가로등 불빛에 비치는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웨이팅, 드디어 찾았다. 동네 붕어빵! 와이프는 연신 마스크를 뚫고 입김을 뿜어내머 최고조의 기쁜 상태임을 나타냈다. 근데 킥보드를 타러 나온 상황이라 우리 수중에는 지갑과 현금이 없었다. 당장은 먹을 수 없을지 언정 동네에 붕어빵 가게 하나 팠다는 것에 만족하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정말 소름 돋았던 점은, 집으로 돌아오는 다른 골목에서 붕어빵 가게를 하나 더 발견하고 왔다는 점이다.


집에 와서 카카오 맵으로 붕어빵 위치를 다시 한번 복기해보며 그동안 왜 우리가 몰랐을까 라며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붕어빵 집은 무작정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붕어빵의 일상에서 벗어 낫던 것이다. 취업 이후 자동차로 출퇴근을 하고 살다 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없어 버스나 역 근처에 갈 리가 만무하고, 대부분의 장도 시장이나 동네의 마트 대신 와이프의 직장인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만 구매를 한다. 그러니 동네의 골목을 걸어 다녀볼일이 없고 매번 차 창밖으로 보는 세상이 다 였던 것이다. 라떼는 커녕 오히려 어린 학생들이 줄지어 사는 모습을 보고 나 혼자 괜히 붕어빵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무슨 공중전화기 취급했으니 참 세상 알다가도 모르겠다.


자동차 생활에 더욱 익숙한 요즘, 골목을 거닐어 보며 발견한 붕어빵집처럼 가끔은 시간을 할애하여 조금은 천천히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이다. 물론 이제는 호떡집을 찾고 있는 와이프가 약간은 야속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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