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당근 마켓 탑을 찍기 까지

가치 있는 소비

by 온택
"오빠! 이 탁자 어때?"


얼마 전 와이프가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들이밀며 말했다. 모듈 협탁 테이블이었다. 참 인테리어라는 것은 유행이 빠르다. 내가 보기엔 그냥 90년대 가정에서나 볼법한 테이블 느낌인데 이게 또 요즘 트렌드란다. 한 달 뒤 결혼하는 친한 친구 신혼집 인테리어를 같이 봐주다가 아내도 그 테이블에 욕심이 났나 보다.


신혼집을 차린 지 이제 1년 반이 넘은 시점, 벌써부터 새로운 가구나 소품에 눈독 들이는 것이 내 기준에선 못마땅했다.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 주고 싶은 게 남편의 마음이라지만, 가끔 현실적 조건과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을 땐 아내에게 단호할 수밖에 없다. 조금은 예상이라도 한 듯 아무렇지 않게 아내도 나의 의견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오빠! 내가 물건 팔아서 테이블 비용 벌어 사는 건 어때?"


며칠 뒤 아내가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잦은 소비와 예산의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랬던 걸까, 본인이 직접 테이블 비용을 마련해보겠다고 한다. 아내가 가진 옷과 아이템들을 영 끌 하여 '당근 마켓'을 활용하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 했다. "그래 어디 한번 해봐", 라는 말과 동시에 온 집구석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하나씩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오빠 이것도 팔까?", "이거는 어때?", "이건 안 되겠지?", 우리 집에 저런 것들이 있었는지 갸우뚱할 정도로 온갖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아내는 당근 마켓에서 처음으로 물건을 등록했다.


'이런 게 과연 팔릴까?' 하는 물건들이 이곳저곳에서 연락이 오는 것이 나 역시 신기했다. 그리고 아내가 저 품목들을 얼마에 샀었는진 모르겠지만, 붕어빵 한 봉 지정도의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약간은 걱정되면서도 속은 시원했다. 이내 아내의 당근 마켓 거래 창은 30개가 넘는 품목으로 가득 찼다. 주식 거래를 하는 개미들처럼 아내는 하루 종일 손에서 폰을 놓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아내가 갖고 싶어 하던 테이블 비용을 마련하는 데는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손에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저 정도로 가지고 싶었을까?라는 생각에 너무 단호히 거절했던 내가 조금은 머쓱하면서도 미안했다. 아내가 벌어온 돈으로 함께 구매할 모듈 협탁 사이즈와 디자인을 골라 보기로 했다.


오빠! 친구들이 생일 선물로 협탁 테이블 사준데!


앞으로 이틀 뒤면 아내의 생일이다. 친한 친구들이 돈을 조금씩 모아 아내가 갖고 싶어 했던 생일 선물로 협탁 테이블을 사준다 했단다. 아마 며칠 전 '남편이 못 사게 했다'라고 해서 친구들이 돈을 모아 사주기로 했나 보다. 사준다니 마다할 일은 아니지만, 지난 며칠간 당근 마켓으로 바삐 움직이며 거래한 노력들이 조금은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집안에서 곳곳에 불필요한 물건들을 처분해 공금이 생겼다는 점에선 좋은 경험이 되었다. 나에겐 수명이 다했을 지라도 누군가에겐 필요하고 가치 있는 물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이 거래들의 순기능인 것 같다. 아내의 작은 바람으로 시작한 중고 거래였지만 가끔 생각이 날 때마다 이용해볼 만한 용의가 있는 것 같다.




근데 지금에서야 문득 드는 생각은, 아내의 이번 당근 거래들이 사실 더 큰 목표를 위한 작은 신호탄에 불과했던 것은 아닐까? 오 제법 그럴싸 한데?



keyword
이전 04화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붕어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