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아내 다루기
아내와 나의 차이점 중 가장 큰 것을 하나 꼽자면 ‘핸드폰에 대한 의존도’다. 한시라도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나에게 아내는 이따금 핀잔을 주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화장실을 갈 때나, 샤워를 할 때나, 요리를 할 때나, 청소를 할 때나 언제나 나는 핸드폰 화면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뭔가 하나의 행위를 하는데 서브로 핸드폰을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용납이 안된다. 설령 샤워를 하더라도 핸드폰으로 음악이라도 틀어야 직성이 풀린다. 또한 카톡이든 SNS든 실시간으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즐기고, 카메라 활용 빈도도 높다 보니 더더욱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것 같다. 이쯤 되면 나에게 핸드폰은 하나의 도구를 떠나 신체의 일부 와도 같은 느낌이다.
반면 아내는 핸드폰을 수수방관한다. 가끔은 너무 방치하여 곤란한 상황에 빠진 일도 적지 않다. 예컨대 문자를 못 봐서 생기는 불이익이랄까? 길거리 주차 시 주정차 단속지역임을 알리는 문자 알림 서비스에 가입했다. 혹시나 위반 지역에 차량을 주차했을 시 알림 문자를 받고 제한 시간 내에 이탈하면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자를 실시간으로 볼 일이 없는 아내는 제한 시간이 지나 주차 위반 딱지를 끊기는 경우가 있다.
또한 집에서 쉬고 있을 아내에게 긴급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확인해야 할 부분이 생겨 전화를 걸면 받는 일이 잘 없다. 집에 와서 보면 진동으로 되어 있는 아내의 핸드폰은 침대 이불 한 구석에 쳐 박혀 있는 걸 볼 수 있다. 가끔 급한 용무가 있을 때 전화를 받지 않아 애를 태우는 경우가 여러 있다.
이렇게 손에서 핸드폰을 놓고 사는 아내와 긴히 연락을 취할 일이 생겼을 때 불통의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최근에 집에 로봇청소기를 마련했다. 인생을 로봇청소기가 있는 삶 없는 삶으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삶의 질을 향상하는 제품이었다. 게다가 요즘은 핸드폰 어플로 집 밖에서도 청소기를 동작시켜 미리 청소도 해 놓을 수 있다.
아내의 휴무 날,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넷플릭스에 빠져 있을 와이프를 놀래 키기 위해 회사에서 핸드폰으로 로봇 청소기를 작동시켰다. 그리고 정확히 10초 뒤에 전화기가 울렸다. "오빠! 갑자기 청소기가 혼자 움직여!" 제법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찾는 아내를 보며 제법 효과가 있다고 느꼈다.
이날 이후 아내와 연락이 닿지 않을 땐 로봇 청소기로 송신하기로 했다. 청소기가 소통의 장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무언가를 해결한 기분과 동시에 나의 핸드폰 의존도를 해결하기 위해 복수를 준비하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니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