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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택 Mar 08. 2021

메일함에서 찾은 우연한 기회

 언젠가부터 개인 이메일이 기능을 상실했다. 우선 요즘 사람들이 개인 간에 메일을 주고받을 일이 거의 없다. 개인의 연락은 핸드폰 메신저와 SNS들이 역할을 대신하고, 간혹 파일 전송이 필요한 경우라도 굳이 메일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양한 웹사이트로부터  수없이 쏟아지는 스팸메일, 그리고 가입한 카페에서 오는 정기적인 메일 등으로 메일함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 속에서 내게 순수 목적의 개인 메일을 솎아 내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이메일의 용도는 거의 제로에 수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네이버에서 쇼핑을 하고 메일함을 들어가게 되었는데, 무슨 일인지 산더미처럼 쌓인 메일들이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카페 메일, 스팸 메일, 광고 메일 등 어떠한 기능에서 인지 모르겠지만 필터링이 되어 있었다. 아마도 네이버 측에서도 메일의 기능을 되찾기 위해 이렇게 필터링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 같았다.


 그렇게 메일들이 필터링이 되고 나니, 순수하게 나에게 수신이 된 메일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었다. 몇 개의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한 메일이 눈에 들어왔다. '오은택 님, 컨셉진 독자 참여 안내드립니다' 예전에 친구가 컨셉트진이라는 매거진에 인터뷰가 실린 적이 있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산 적이 있었다. 이후 홈페이지 방문 후 정기 구독도 해볼까 하고 회원 가입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콘셉트진에서 꾸준히 독자 참여 메일을 보내고 있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딱히 글을 쓰거나 하는 취미는 없었지만, 평소에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서 조금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나도 독자 참여 글이나 투고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약 250 내외의 글이지만 해당 주제에 맞는 짤막한 글을 투고했다. 호기심 반 의심 반으로 투고 한 글이 실제 다음 달 매거진에 실리는 신선하고 기이한 경험을 했다. 누군가에겐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나의 생각이 불특정 다수가 읽을 수 있고, 어딘가에 영원히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마음을 들뜨게 했다.


 우연히 정리된 메일함에서 시작된 글쓰기가 나를 여기까지 인도했다. 행복은 정말 우연한 모습으로 찾아온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무료하고 따분한 일상 속에서 하루의 마무리를 글로 장식한다는 것은 인생에 참 재미있는 경험 같다. 무심코 지나 칠 수 있는 메일함에서 찾은 나의 새로운 취미. 이제는 무엇을 더 뒤적거려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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